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이수C&E 제공
올봄 모처럼 마음에 위안과 휴식을 주는 힐링 영화들이 잇달아 찾아온다. 일본 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상영 중), 다큐멘터리 <우리는 썰매를 탄다>(7일 개봉)와 <바나나쏭의 기적>(8일 개봉)은 봄바람처럼 관객의 마음을 훈훈하게 데워줄 작지만 따뜻한 영화들이다. 개봉관이 적은 탓에 ‘찾아보는 수고’를 기울여야 하겠지만, 절대 후회하지 않을 울림과 감동을 약속한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국내에서도 유명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시간을 넘나드는 판타지 형식의 영화는 원작에 견줘 스릴러 느낌은 덜고 드라마적 요소를 강조한 점이 특징이다.
2012년 어느 날, 아츠야(야마다 료스케), 쇼타(무라카미 니지로), 고헤이(간이치로) 등 3인조 도둑이 몸을 피하려 쓰러져 가는 나미야 잡화점에 들어선다. 그때 굳게 닫힌 셔터 사이로 전해지는 편지 한 통. 1980년에 쓰인 편지를 본 셋은 장난삼아 답장을 보내고, 곧 자신들의 답장이 과거로 전달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들은 음악이라는 꿈과 가업 사이에 갈등하는 ‘생선가게 뮤지션’, 자신을 돌봐준 친척을 돕기 위해 돈을 벌러 술집에 나가는 ‘길 잃은 강아지’, 불륜으로 생긴 아이의 출산을 놓고 힘들어하는 ‘그린 리버’ 등 과거의 인물들과 편지를 통해 얽히게 된다.
영화 말미, 전혀 관계없어 보이던 등장인물들이 잡화점의 원래 주인인 나미야 노인을 중심으로 하나의 공통점으로 엮일 때 관객은 미스터리 판타지와 힐링 드라마가 묘하게 섞인 이 영화의 마력에 놀라게 된다. 영화는 미성숙하고 제멋대로인 세 젊은이로부터 답장을 받으면서 삶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는 인물들, 그리고 그들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삶에 대한 냉소를 버리고 마음을 열어가는 세 젊은이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선의에 대한 믿음’이 얼마나 큰 기적을 만들어내는지를 이야기한다.
다큐멘터리 영화 <우리는 썰매를 탄다>. 콘텐츠난다긴다 제공
평창겨울올림픽 덕에 여러 비인기 종목이 조명을 받았다지만, 과연 ‘파라 아이스하키’를 아는 국민은 얼마나 될까? 김정숙 여사도 관람해 화제를 모은 <우리는 썰매를 탄다>는 장애인 아이스하키, 즉 파라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을 조명한 3년간의 기록이다. 오는 9일 개막하는 평창겨울패럴림픽에 맞춰 관람하기 딱 맞는 영화다.
파라 아이스하키는 국내 등록 선수가 40명으로, 유일한 실업팀도 강원도청팀뿐이고 국가대표팀도 이들이 주축이다. 명색이 국가대표인데 연습 상대가 없어 비장애인 선수와 경기하며 대회를 준비한다. 국제대회에 출전할 돈이 없어 선수들끼리 비행기삯을 걷고, 훈련지에선 숙박비가 없어 라커룸에서 잠을 잔다. 각자가 장애인이 된 가슴 아픈 사연을 간직하고 있지만, 장애 때문이 아니라 부족한 지원 탓에 운동을 못 하게 될까 봐 운다.
영화는 쓸데없는 감정의 과잉을 부추기지 않고 담담하게 3년 동안 선수들이 흘린 땀과 눈물을 전하는 데 집중한다. 극적인 분위기를 돋우는 내레이션이나 음악조차 없다. 그 담담함이 오히려 먹먹한 감동을 전한다.
다큐멘터리 영화 <바나나쏭의 기적>. 영화사 그램 제공
<바나나쏭의 기적>은 성악가 김재창이 제대로 노래를 배워본 적도 없는 인도 푸네의 빈민가 아이들과 함께 ‘바나나 합창단’이라는 이름으로 콘서트를 열기까지의 과정을 발랄하고 유쾌하게 그려낸 다큐 영화다.
생선가게 딸인 11살 신두자는 노래 부르는 것이 즐거워 4년째 합창단에 나간다. 하지만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부모는 “아이의 미래에 합창단이 무슨 도움이 되냐”고 반문한다. “아이들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다”는 김재창의 설명에 고개를 젓는 부모들. 김재창은 부모들이 함께 참여하는 콘서트를 기획해 동참을 끌어내려 한다. 하지만 연습에 자꾸 빠지는 부모들 탓에 공연 준비는 차질을 빚고 급기야 김재창마저 풍토병에 걸린다. 과연 이들은 무사히 멋진 무대를 완성할 수 있을까?
영화는 사회적 편견과 차별 속에 살던 빈민가 사람들이 노래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하고 결국 놀라운 성취를 이뤄가는 과정을 담는다. 신두자와 아이들이 신나는 ‘카레송’을 한국말로 부르는 모습에선 함께 엉덩이가 들썩여지고, 미날라의 엄마 메리가 눈물을 흘리며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부르는 장면에선 뭉클한 감동이 밀려온다. 노래는 삶을, 사람을 변화시키고 결국 미래를 꿈꾸게 한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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