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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극장가에도 봄…연애세포 깨우네요

등록 2018-03-11 14:52수정 2018-03-13 10:24

3월 감성무비 맞대결

‘지금 만나러 갑니다’
‘멜로퀸’ 손예진·‘허당’ 소지섭 순애보
첫사랑 풋풋함·영상미 등 볼거리
뜬금없는 카메오·결말 느슨 아쉬움

‘치즈 인 더 트랩’
한류스타 박해진·오연서의 만남
스릴러 가미한 캠퍼스커플의 ‘로코’
데이트폭력 등 가볍게 다뤄 불편

극장가에도 봄이 찾아왔다. 화이트데이(14일)를 맞아 개봉하는 두 편의 서로 다른 ‘사랑 이야기’가 겨울잠에 빠져 있던 관객들의 연애 세포를 깨우러 나섰다. 정통 멜로 <지금 만나러 갑니다>와 대학 캠퍼스를 배경으로 한 로맨틱 코미디 <치즈 인 더 트랩>이 그 주인공. 두 작품은 동명의 일본 소설과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하며, 각각 일본판 영화와 한국판 드라마로 먼저 만들어졌다는 공통점도 있다.

최근 범죄·오락물에 묻혀 씨가 말랐던 감성 무비가 오랜만에 스크린을 점령하며 한국 영화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도 관심이 쏠린다.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돌아온 ‘멜로 퀸’ 손예진…결말 알아도 눈물 펑펑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영화 <클래식>과 <내 머리 속의 지우개> 등으로 ‘원조 국민 첫사랑’에 등극했던 손예진의 멜로 복귀작이다. 먼저 개봉한 일본판을 통해 줄거리를 다 알고 있는 관객도 손수건을 챙겨 가길 권한다.

영화는 ‘비가 오는 계절에 다시 돌아오겠다’는 믿기 어려운 약속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아내 수아(손예진)가 1년 뒤 장마가 시작된 어느 날 남편 우진(소지섭)과 아들 지호(김지환) 앞에 나타나면서 시작된다. 수아는 모든 기억을 잃고 남편과 아들을 알아보지 못하고, 부자는 수아가 죽었다는 사실을 숨긴 채 다시 삶에 적응하도록 돕는다. 수아는 첫 만남과 첫 키스 등 사랑했던 시절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 들으며 우진과 다시 사랑에 빠지지만, 장마가 끝나가면서 되찾은 가족의 행복도 끝을 향해 달려간다.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줄거리는 일본판과 큰 차이가 없지만, 한국판은 한국적 감성과 웃음 코드가 강조돼 관객들의 흡인력을 높인다. 특히 과거 회상 장면에 등장하는 공중전화, 손편지 등은 아날로그적 감성을 폭발시키며 관객을 추억에 젖게 만든다.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첫사랑의 풋풋함’이 훨씬 부각된 점도 눈에 띈다. 삼포리 간이역 주변의 시골 풍경과 함께 펼쳐지는 영상미도 볼거리다. 내리는 빗방울 하나하나에도 생기가 도는 듯 촬영에 공을 들였다. 다만, 일본판의 해바라기밭 장면처럼 결정적인 한 방이 있었더라면 더 좋았겠다.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멜로 퀸’ 손예진은 첫사랑의 어설픔과 아련함, 똑똑한 여성의 당당함과 씩씩함, 아들을 향한 가슴 저미는 모성애 등 여러 갈래의 감성을 자연스레 오간다. 소지섭은 ‘간지’를 내려놓고 허당기 가득한 귀여움과 순애보를 뽐낸다. 무엇보다 아역 배우 김지환의 연기가 일품이다. 첫 영화라고는 믿을 수 없는 놀랍고 사랑스러운 연기로 관객을 휘어잡는다. 하지만 우진의 죽마고우 홍구 캐릭터와 뜬금없는 카메오 등장은 다소 과하다는 느낌을 준다. 비밀이 밝혀지는 뒷부분이 늘어져 영화의 여운을 반감시키는 점도 아쉽다.

2004년 제작된 일본판은 4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일본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다.

영화 <치즈 인 더 트랩>의 한 장면. 리틀빅픽쳐스 제공
영화 <치즈 인 더 트랩>의 한 장면. 리틀빅픽쳐스 제공
■ 한류스타 내세웠지만… 녹아내린 사탕 같은 불편함

한류스타 박해진과 오연서가 만난 <치즈 인 더 트랩>은 올여름 일본 개봉을 확정하는 등 해외에서도 관심이 높은 작품이다. 드라마판(2016년)은 오연서 대신 김고은이 주인공 홍설 역을 맡아 티브이엔(tvN)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치즈…>는 현실적인 대학 캠퍼스 생활에 스릴러 요소를 가미한 ‘로맨틱 코미디’를 내세우고 있다. 완벽하지만 어딘가 위험해 보이는 선배 유정(박해진)과 남들이 모르는 유정의 숨겨진 이면을 꿰뚫어 본 홍설(오연서)의 좌충우돌 연애기인 셈이다.

영화의 장점은 원작과 싱크로율이 높은 배우들이다. 박해진과 오연서는 30대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캠퍼스 커플’의 설렘을 자연스레 연기한다. 러닝타임 내내 카메라는 둘의 만화 같은 외모를 빛나게 하는 데 집중한다.

영화 <치즈 인 더 트랩>의 한 장면. 리틀빅픽쳐스 제공
영화 <치즈 인 더 트랩>의 한 장면. 리틀빅픽쳐스 제공
하지만 그게 끝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캠퍼스의 낭만과 첫사랑의 달달함보단 허술한 구조에서 오는 허탈함이 더 크게 다가온다. 로맨스 외에도 대학 캠퍼스에서 벌어지는 학점·아르바이트·취업문제 등 대학생이 처한 다양한 현실을 촘촘히 그려내면서 그 안의 인간관계를 밀도 있게 다뤄 호평을 받은 원작과 달리 영화는 유진과 홍설의 로맨스에만 초점을 맞추며 평면적 이야기에 머문다.

영화 <치즈 인 더 트랩>의 한 장면. 리틀빅픽쳐스 제공
영화 <치즈 인 더 트랩>의 한 장면. 리틀빅픽쳐스 제공
캠퍼스에서 발생하는 데이트 폭력이나 성범죄가 너무 가볍게 다뤄지는 점도 보는 내내 불편함을 느끼게 한다. 보라와 홍설에 대한 오영곤의 스토킹, 몰래 카메라와 사적 정보 유포 등의 행위를 ‘범죄’가 아닌 ‘해프닝’처럼 그리는 점은 위험하다. “멀쩡한 사람에게 누명을 씌운다”는 홍설에 대한 비난 어린 대사 역시 가해자 대신 피해자를 탓하는 잘못된 시각을 여과 없이 반영한다. ‘#미투’(나도 당했다) 운동이 들불처럼 타오른 현실을 굳이 언급하지 않는다 쳐도, 10대의 우상인 한류스타를 내세운 영화치고는 안이하다는 비판을 피해 가기 힘들 듯하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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