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시네마도 19일부터 성인요금을 1000원씩 인상한다고 밝혔다. 한겨레 자료사진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체인인 씨지브이(CGV)에 이어 롯데시네마도 관람료를 인상한다. 그동안 눈치만 보던 멀티플렉스들이 영화 성수기를 앞두고 선제적 요금인상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시네마는 “19일부터 성인요금에 한해 1000원을 인상한다”고 13일 밝혔다. 씨지브이가 지난 11일부터 관람료를 기존 요금 대비 1000원 인상한 데 이은 것으로, 멀티플렉스 3사 중 2곳이 가격 인상을 고지한 만큼, 메가박스도 조만간 인상 대열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멀티플렉스들이 영화계 비수기에 해당하는 봄 시즌에 잇달아 요금을 올린 것은 앞으로 다가올 ‘성수기’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일찌감치 1000만 영화를 예약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25일 개봉)에 이어 어린이날과 대체공휴일이 낀 5월 황금연휴, 7~8월 여름 성수기에 한국영화와 할리우드 대작들이 줄지어 개봉하기 때문이다.
극장들은 요금인상의 원인으로 임대료 및 최저 시급 인상에 다른 인건비 상승을 꼽고 있다. 멀티플렉스는 아르바이트 직원 고용률이 높아 최저 시급 인상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업종 중 하나라는 것이다. 실제 각 사가 공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아르바이트 직원 규모는 씨지브이 5600명, 롯데시네마가 3200명 수준이다. 극장 자체가 부동산을 기반으로 하기에 임대료 상승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비용이 상승하고 있지만, 극장의 수익성은 점차 악화하고 있다는 것이 멀티플렉스의 주장이다. 넷플릭스, IPTV 서비스 등의 공세와 더불어 콘텐츠 소비의 주요 플랫폼이 모바일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1분기(1~3월) 개봉 영화 편수가 105편에서 159편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배 증가했지만, 관객은 2% 감소했다.
극장업계와 영화계는 국내 영화 관람료가 외국에 견줘서도 절대 비싸지 않다고 주장한다. 각국의 극장 자료를 취합한 결과, 성인 기준으로 미국은 대략 15달러(1만9000원), 일본은 1800엔(1만8000원), 중국은 44위안(7500원) 수준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관객들과 소비자단체들은 잇단 요금인상에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와 11개 회원단체는 이날 씨지브이 명동점 앞에서 “씨지브이 가격인상안을 즉각 철회하라”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씨지브이의 최근 5년간 평균 영화관람료 상승률은 9.9%로, 소비자 물가 상승률(5.0%)의 2배에 달한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도 “씨지브이의 가격 인상이 일방적이고 불합리하다”며 지난 11일부터 에스엔에스를 통한 항의 행동에 돌입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가격 인상에 앞서 관람환경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씨지브이의 경우, 지난 7일 경기도 광주시의 한 상영관에서 천장 마감재가 떨어져 관객 11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