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레슬러> 주연 맡은 배우 김민재.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레슬링이요? 심권호 선수와 ‘빠떼루’밖에 몰랐어요. 푸하하.”
영화 <레슬러>로 스크린 신고식을 치른 배우 김민재(22)는 ‘레슬링’에 대한 사전지식이 있었느냐 묻자 폭소로 답했다. 그는 과거 레슬링 국가대표였던 아버지 귀보(유해진)의 유일한 희망이자 촉망받는 레슬러인 ‘성웅’으로 출연해 ‘온몸을 던지는 연기’를 펼쳤다. 그를 지난 8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났다.
“3~4차 정도 오디션을 봤어요. 크랭크인이 한달 반밖에 안 남은 시점이라 레슬링을 배울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감독님이 나중에 그러시더라고요. 독해 보이는 구석이 있어 맡기면 해낼 줄 알았다고. 제가 그렇게 보이나요?”
오디션 통과는 고난의 시작이었다. 감독은 리얼리티를 위해 100% 대역 없는 연기를 요구했다. 그 역시 욕심이 났다. “레슬링 훈련만 하루 3시간 이상에 산 타고 로프 타고 계단 오르내리고…. 진짜 레슬링 선수들과 함께요. 전지훈련 장면에 나오는 분들이 다 한체대 선수들이에요.”
영화 <레슬러>의 배우 김민재.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운동만큼 신경 쓴 건 체중 늘리기였다. 워낙 마른 체질이라 살찌우기가 쉽지 않았다. 비결은 하루 두끼 햄버거. “체지방을 근육으로 바꿔 5㎏을 늘렸어요. 하루 다섯끼 이상 먹었는데, 열량 높은 햄버거를 먹으라고 무술감독님이 조언했어요. 족히 100개는 먹은 것 같아요. 당분간 햄버거는 노노~ 하하.”
그렇게 만든 몸으로 갈고닦은 레슬링 기술은 영화에서 빛이 났다. “백드롭(상대의 허리를 양팔로 감아 잡고 머리를 넘겨 뒤로 던지는 기술)이 제일 자신있어요. 처음엔 15㎏짜리 연습용 쿠션도 못 넘겼는데, 마지막 촬영 땐 유해진 선배님을 벌러덩 들어 넘길 정도였죠.”
<레슬러>는 스포츠 영화면서 부자 관계에 초점을 맞춘 가족 영화기도 하다. 그가 성웅 역을 탐낸 것도 그즈음 부모님에게 느끼는 감정이 성웅과 비슷했기 때문이란다. “예민하고 힘들 땐 부모님의 관심과 위로도 부담이더라고요. 분명 고맙고 미안한데, 표현은 잘 안 되고. 눈물이 없는 편인데도 아버지(귀보)와의 마지막 레슬링 장면에서 부모님 생각에 감정이 복받쳐 눈물이 터졌어요. ‘오케이’ 나고도 주체가 안 돼 구석에서 엉엉 울었을 정도로요.”
영화 <레슬러> 주연 맡은 배우 김민재.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연기 열정을 보면 날 때부터 배우를 꿈꿨겠다 싶지만, 사실 김민재는 아이돌 연습생 출신이다. 17살 때부터 4년간 연습생 생활을 하던 중 연기수업을 듣다 그 마력에 빠졌다.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아본다는 게 너무 재미있었어요. 심지어 촬영할 때 그 삶은 진짜가 되잖아요? 신세계를 맛본 거죠.” 그렇게 데뷔해 드라마 <마이 리틀 베이비>, <낭만 닥터 김사부>, <최고의 한방> 등에 출연했다.
4년 세월을 낭비했다 생각하진 않는다. 지금도 늘 피아노를 치고, 음악을 듣는다. “음악을 포기하진 않을 거예요. 하지만 기회가 온다고 덥석 앨범을 내진 못하겠죠. 저는 연습생들이 얼마나 힘든지, 얼마나 간절한지 아니까.”
‘더 자라서’ 김민재는 무엇이 될까? “영원히 안 자랄 것 같다”며 웃던 그는 “목표는 아래 세대에게 긍정적 영향을 주는 좋은 어른, 좋은 배우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어른이 돼 첫 영화를 찍었던 지금을 떠올리며 ‘너 참 잘했다. 그때 네가 잘했기 때문에 이렇게 성장했다’고 스스로를 도닥일 수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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