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액션 블록버스터 '태풍'에서 해군장교 강세종 역을 맡은 배우 이정재. (서울=연합뉴스)
‘하늘이 준 배역’ 만난 이정재
영화 ‘태풍’으로 배우 인생 터닝 포인트
벼르고 별렀다. 갈증이 심했다. 그런데 이렇게 시원하게 해갈될 줄이야. 가슴이 탁 트인 느낌이다.
배우 이정재의 현재 상태다. 14일 개봉을 앞둔 액션 블록버스터 '태풍'(감독 곽경택, 제작 진인사필름)을 통해 그는 오랜 기간 키워온 목마름을 해소할 수 있었다. 그가 이 영화에서 맡은 역할은 UDT 출신 해군장교 강세종. 평소 기다려왔던 강인한 남성미를 마음껏 뽐낼 수 있는 캐릭터다. 이 역에 대해 "하늘이 준 배역"이라고 의미심장하게 말하는 그를 만났다.
■ 태풍을 뚫고 온 느낌이다 = 이정재는 '태풍'을 위해 1년여 술과 담배를 끊고 운동과 몸 관리에 '올인'했다. 근육질의 날렵한 몸에 새까만 피부, 총기가 번득이는 눈빛의 강세종을 위해 그는 촬영 기간 내내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그 때문인지 크랭크 업과 함께 감기가 찾아왔다. 긴장이 풀린 탓.
"지방을 태우고 근육을 키웠다. 촬영을 끝낸 후에는 또다시 운동을 해야 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힘들었다. 그 기간에는 술 담배도 다 끊었다. 스태프와 술을 마실 때 같이 하지 못하는 것이 제일 미안했는데, 그럴 때는 초반에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불러주면 만사가 용서됐다.(웃음)"
촬영 스케줄도 만만치 않았다. 태국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등 해외 촬영을 비롯, 부산과 고흥 등지를 도는 지방 로케이션은 만만치 않은 강도로 다가왔다.
"장기 레이스를 위해 하루 12시간 촬영 원칙은 지켰지만 거의 매일 촬영한 느낌이다. 커트 수도 너무 많았다. 게다가 감독님은 늘 나와 (장)동건씨를 경쟁 붙였다. 지나고나니 태풍 속에 있었던 느낌이다."
■ 좋은 배역은 좋은 아내를 얻는 것과 같아 = 아는 사람은 알지만 이정재는 그동안 남성미 넘치는 역할을 갈망해 왔다. 2001년 '흑수선'을 통해 해갈의 기회가 찾아왔지만 결과는 미흡했다. 물을 마시다만 느낌이었다. 그러다 마침내 '태풍'을 만난 것. 궁합 맞는 배필을 드디어 발견한 것이다.
"그동안 캐릭터와의 궁합이 너무나 절실했다. 하지만 그게 잘 안됐다. 좋은 역할을 만나는 것은 마누라를 잘 만나는 것이랑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무리 원한다고 해도 그런 역은 하늘이 주는 것이더라. '태풍'을 통해 모처럼만에 절실히 하고 싶은 캐릭터를 만났다."
그러다보니 촬영의 높은 강도에도 불구하고 그는 '태풍'을 원없이 즐겼다. "정말 재미있었다. '태풍'이 드라마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20부작 드라미인데 이제 겨우 1부가 끝난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감독님이 들으면 기겁할 소리지만 난 무척 좋았다. 마냥 가고 싶은 현장이었다." 말 하는 한마디한마디 속에 숨길 수 없는 신명이 묻어났다. 대놓고 자랑하지는 못하지만 숨긴다고 숨겨지지도 않는 뿌듯함과 기쁨이 자연스레 드러났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물었다. 촬영하면서 연기자로서 업그레이드되는 느낌을 받지 않았는지. "그건 나만 느끼는 건데…. 개봉 후 다시 만나서 인터뷰하자.(웃음) 확실히 그런 지점이 있었다. 연출자의 도움도 있었고 오랜 기간 한 작품에 몰입한 까닭도 있고, 또 동건씨와 선의의 경쟁을 통해 얻은 것도 있다. 무엇보다 그간 별러왔고." '태풍'이 기대되는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 '아줌마 운전'이 위험한 카 체이싱에 도전 = 배우가 이렇게 신명이 나 있으니 그 앞에 두려울 것이 없었다. 이정재는 온갖 위험한 액션 신을 대역 없이 치르는 프로 근성을 보였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카 체이싱(자동차 추격) 장면. 하마터면 카메라를 실은 크레인이 그가 운전하는 차 앞유리를 뚫고 들어올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도 있었지만 그는 능숙하게 소화해냈다.
"다행히 위험한 순간은 잘 피했다. 덤프트럭과의 정면 충돌을 피해가는 장면과 질주하다 급하게 유턴하는 장면 등을 모두 연습을 통해 해냈다."
그렇다면 평소 카 레이싱을 즐기는 것일까?
"천만의 말씀. 평소에는 '아줌마 스타일'로 운전한다. 의자를 바싹 운전대 앞으로 당겨 앉고 안전 운전을 한다.(웃음) 그런데 촬영 때는 연습하니까 되더라."
본인은 다행히 멀쩡했지만 상대방을 다치게 한 경험은 있다.
"태국에서는 격투 신을 같이 찍은 스턴트맨의 코뼈를 부러뜨렸다. 팔꿈치로 치는 것이었는데 갑자기 쩍 소리가 나더라. 어휴…. 그런 기분 처음이다. 너무 미안했다. 어휴…."
■ 지금 이 분위기를 즐기고파 = 이정재는 '태풍'을 통해 대단히 중요한 것을 얻었다.
"그동안 남들이 '나는 무대 위에서 죽고 싶어'라고 말하면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나 싶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 느낌 때문에 이런 소리를 하는 지 알겠다. 물론 확 와 닿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는 알겠다."
배우로서의 진정한 승부욕과 근성이 생긴 것. 이건 누구도 못말린다.
"이 분위기를 즐기고 싶다. 일로써 욕심을 풀고 싶다. 빨리빨리 다음 영화를 찍고 싶은 생각이 든다. 일하는 재미가 뭔지 알겠다."
이정재도 드디어 만난 것이다. 배우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말이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 (서울=연합뉴스)
그러다보니 촬영의 높은 강도에도 불구하고 그는 '태풍'을 원없이 즐겼다. "정말 재미있었다. '태풍'이 드라마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20부작 드라미인데 이제 겨우 1부가 끝난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감독님이 들으면 기겁할 소리지만 난 무척 좋았다. 마냥 가고 싶은 현장이었다." 말 하는 한마디한마디 속에 숨길 수 없는 신명이 묻어났다. 대놓고 자랑하지는 못하지만 숨긴다고 숨겨지지도 않는 뿌듯함과 기쁨이 자연스레 드러났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물었다. 촬영하면서 연기자로서 업그레이드되는 느낌을 받지 않았는지. "그건 나만 느끼는 건데…. 개봉 후 다시 만나서 인터뷰하자.(웃음) 확실히 그런 지점이 있었다. 연출자의 도움도 있었고 오랜 기간 한 작품에 몰입한 까닭도 있고, 또 동건씨와 선의의 경쟁을 통해 얻은 것도 있다. 무엇보다 그간 별러왔고." '태풍'이 기대되는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 '아줌마 운전'이 위험한 카 체이싱에 도전 = 배우가 이렇게 신명이 나 있으니 그 앞에 두려울 것이 없었다. 이정재는 온갖 위험한 액션 신을 대역 없이 치르는 프로 근성을 보였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카 체이싱(자동차 추격) 장면. 하마터면 카메라를 실은 크레인이 그가 운전하는 차 앞유리를 뚫고 들어올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도 있었지만 그는 능숙하게 소화해냈다.
해양액션 블록버스터 '태풍'에서 해군장교 강세종 역을 맡은 배우 이정재.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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