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남북 정상회담’ 이후 문화예술 분야의 남북 교류가 재개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영화진흥위원회도 관련 사업을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칸 영화제에 참석 중인 오석근(
사진) 영진위원장은 15일(현지시각) 기자들과 만나 “남북 영화 교류를 추진하기 위한 전담팀을 꾸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 위원장은 남북 영화 교류를 재개하는 출발점으로 내년 한국영화 100주년 행사를 남북이 함께 치르는 방안을 제시했다. 국내 영화계는 1919년 제작된 영화 <의리적 구토>(김도산 감독)를 한국 최초의 영화로 보고 해마다 기념행사를 열어왔다. 오 위원장은 “북한이 <의리적 구토>를 북한 영화의 시초로 보는지 알 수 없지만, 가능한 남북이 서로 의견을 맞춰 100주년 행사를 함께 치렀으면 한다”고 말했다. 북한에 있는 우리 영화 <만추>(이만희 감독) 등 필름으로 찍은 옛날 작품들을 디지털로 전환하는 사업 등도 교류의 한 방안으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영진위 관계자는 “영진위 안에 영화계의 의견수렴 창구로 7개 소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는데, 추가로 남북영화교류 특별위원회(가칭)를 꾸리려 한다”며 “영화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사업을 짜내고 아이디어를 나누며 교류사업의 틀을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 소위 활동을 통해 사업이 확정될 경우 내부 전담팀을 꾸려 본격적인 추진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영진위는 남북 관계가 경색되기 전인 2003년 ‘남북영화교류추진 소위원회’를 구성한 바 있다. 같은 해 10월 평양국제영화회관에서 열린 우리 영화 <아리랑> 시사회 참석차 소위원회 위원과 영화계 인사들이 북한을 방문해 조선영화촬영소 등을 둘러보고 남북영화축제와 남북합작영화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영화계 안팎에서는 9월 열리는 북한 평양대축전이나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 남북 영화인들이 함께 참여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앞서 부산영화제는 지난 2003년 <내 고향> 등 7편의 북한 영화를 공식 상영하기도 했다.
우리 영화를 북한 현지에서 촬영하는 제작 협력 등도 고민해 볼 수 있는 방안이다. 실제로 남과 북의 어린이들 사이에 ‘숙제’와 관련해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휴먼 영화 <숙제>(주피터필름)가 북한 개성지역 촬영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같은 남북 영화 교류는 한반도 정세가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영진위 관계자 역시 “남북 정상회담에 이은 북미 정상회담 등의 결과에 따라 남북영화교류의 사업 규모와 추진 시기 등이 달라지지 않겠냐”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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