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현지시각) 칸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버닝’ 이창동 감독과 출연진이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을 받고 기념촬영을 했다. 왼쪽부터 스티븐 연, 김수경, 전종서, 이 감독, 유아인.
올해 칸 영화제 최고의 영예인 황금종려상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만비키 가족>에게 돌아갔다. 칸 현지 평단의 극찬을 받으며 기대를 모았던 이창동 감독의 <버닝>은 본상에서 탈락했으나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과 신점희 미술감독이 벌컨상을 수상해 아쉬움을 달랬다.
지난 19일(현지시각)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폐막식에 앞서 열린 국제영화비평가연맹(피프레시·FIPRESCI) 시상식에서 <버닝>은 전세계 영화평론가 및 영화기자들이 최고 작품성을 인정해주는 상을 받았다.
‘버닝’으로 칸 영화제에서 벌칸상을 받은 신점희 미술감독. 사진 씨네21
칸 영화제에서 주는 벌컨상은 미술·편집·음향 등 통틀어 가장 뛰어난 기량을 선보인 기술 아티스트에게 주는 번외상이다.
이어 이날 저녁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열린 ‘제71회 칸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일본의 신 거장으로 불리는 고레에다 감독이 황금종려상을 거머쥐었다.
지난 20일 페막한 제71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만비키 가족’의 고레에다 히로카즈(오른족) 감독이 심사위원장인 배우 케이트 블란쳇(왼쪽)에게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받고 있다. 칸 누리집 갈무리
<만비키 가족>은 할머니의 연금과 좀도둑질로 살아가는 한 가족이 홀로 추위에 떨고 있는 다섯살 소녀를 데려와 가족으로 삼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제목에 등장하는 ‘만비키’는 물건을 사는 척하면서 훔치는 좀도둑을 뜻하는 말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다섯 번째 칸 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작으로, 그는 지난 2013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바 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만비키 가족> 포스터. 칸 누리집 갈무리
심사위원대상(그랑프리>은 KKK단에 잠입한 흑인 형사의 이야기를 담은 스파이크 리 감독의 <블랙 클랜스맨>이. 심사위원상은 레바논 난민의 신산한 삶을 그린 여성감독 나딘 라바키 감독의 <가버나움>의 품에 안겼다. 감독상은 1950년대 냉전 시대를 배경으로 이뤄질 수 없는 러브 스토리를 그려낸 <콜드 워>의 파벨 포리코브스키 감독에게 돌아갔다. 남우주연상은 <도그맨>의 마르셀로 폰테가, 여우주연상은 <아이카>의 사말 예슬리야모바가 차지했다. 각본상은 알리스 로르바허 감독의 <라자로 펠리체>와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쓰리 페이스>가 받았다. 칸 영화제는 또 프랑스 누벨바그의 전설로 불리는 장 뤽 고다르 감독의 <이미지의 책>에 특별 황금종려상을 수여하며 거장을 예우했다.
이창동 감독의 신작 <버닝>은 한국영화로는 유일하게 경쟁부문 초청작에 이름을 올렸지만 아쉽게 무관에 그쳤다. 앞서 <버닝>은 칸 공식 공개 이후 평단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수상 기대감을 높인 바 있어 올해 칸 영화제의 최대 이변으로 꼽힐 전망이다.
한편, 지난해 할리우드에서 시작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의 영향은 이번 칸 영화제에서도 이어졌다. 칸 영화제는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에 호주 출신 배우 케이트 블란쳇을 위촉하는 등 9명 중 5명을 여성으로 배정하는 등 ‘남성중심’이라는 비판을 피해가기 위한 변화를 꾀했다. 또 지난 12일 오후 케이트 블란쳇을 필두로 크리스틴 스튜어트, 레아 세이두, 에바 두너베이, 카냐 닌 등 경쟁부문 심사위원과 배우 마리옹 꼬디아르, 셀마 헤이엑, 소피아 부텔라, 제인 폰타, 패티 젱킨스 감독, 작가, 제작자, 편집자, 배급담당자 등 여성 영화인 82명이 침묵하면서 레드카펫을 걷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82명은 1946년 칸 영화제가 시작된 뒤 경쟁부문에 초청된 여성 감독의 수로, 이들은 남성 감독 초청자 수(1645명)에 견줘 턱없이 적은 이 숫자가 ‘칸의 남성 중심주의’를 드러낸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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