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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고봉수와 세 친구’ 진창 뒹굴어도 꿈을 향해 ‘쏴이야~!’

등록 2018-06-19 05:01수정 2018-06-19 09:25

[영화 ‘튼튼이의 모험’ 의 ‘고봉수 사단’]
고봉수 영화엔 매번 같은 배우들 출연
“전세계 영화사에 전무후무한 사례”

함평농고 레슬링부 실화 바탕으로
‘병맛’ ‘B급’ ‘저질’ ‘짠내’ 등 버무려

같은 연기학원서 만나 10년째 인연
“동고동락? 영화 더 못 찍을 때까지”
11일 중구 명동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만난 <튼튼이의 모험>의 ‘고봉수 사단’은 “우리 중에 감독이 제일 잘 생긴 게 함정”이라며 폭소를 터뜨렸다. 왼쪽 아래부터 시계방향으로  배우 신민재, 고봉수 감독, 배우 백승환, 김충길.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11일 중구 명동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만난 <튼튼이의 모험>의 ‘고봉수 사단’은 “우리 중에 감독이 제일 잘 생긴 게 함정”이라며 폭소를 터뜨렸다. 왼쪽 아래부터 시계방향으로 배우 신민재, 고봉수 감독, 배우 백승환, 김충길.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주성치 영화에 오맹달이 나와야 제맛이고, 샘 레이미 영화에 브루스 캠벨이 안 나오면 서운하며, 팀 버튼 영화에 조니 뎁이 없으면 고개를 갸웃한다지만…. 한 감독의 영화에 매번 똑같은 배우들이 ‘떼거리’로 출연한다고? “전 세계 영화사에 전무후무한 사례”로 기록될, 그 이름도 찬란한 ‘고봉수 사단’이 또다시 찾아왔다. 지질한 네 청년의 어설픈 사중창 도전기를 그려낸 데뷔작 <델타 보이즈>(2017)에 이은 두 번째 장편 <튼튼이의 모험>(21일 개봉)을 들고서. 전작의 백승환·신민재·김충길이 그대로 주연을 맡은 이번 영화는 존폐위기에 놓인 고교 레슬링부 선수들의 짠내나는 전국체전 도전기를 담았다. “인터뷰요? 너무 수다를 떨어 친목 도모 하는 자리인 줄?”이라는 농담을 시작으로 내내 배꼽을 빼게 한 ‘고봉수 사단’의 핵심 멤버 네 명을 최근 중구 명동에서 만났다.

“배우도 똑같고 감성도 지질해 달라진 게 없다는데, 사실 제작비가 10배 가까이 늘었어요. <델타보이즈>는 250만원이었는데, <튼튼이의 모험>은 2천만 원짜리에요!” 고봉수 감독(42)의 말에 배우 신민재(35)가 자랑스럽게 보탠다 “이번에도 감독·배우가 십시일반 제작비를 모았는데 너무 풍족해 단역 출연료 다 지급하고, 돈이 남아 시사회 때 피자 파티까지 했다니까요. 푸하하.”

영화 ‘튼튼이의 모험’ 중 한 장면
영화 ‘튼튼이의 모험’ 중 한 장면
<튼튼이의 모험>은 감독의 전작이 그렇듯 ‘병맛’, ‘B급’, ‘지질’, ‘짠내’ 등이 알맞게 버무려진다. 망해가는 레슬링부를 홀로 지켜온 충길(김충길·30), 엄마를 고향 필리핀에 보내주려고 레슬링부를 떠나 막노동을 하는 진권(백승환·32), 진권의 여동생에게 반해 불량써클 ‘블랙 타이거’를 탈퇴하고 레슬링부에 합류한 혁준(신민재·35)의 지지고 볶는 이야기다. 단 일주일 만에 시나리오를 줄줄 써내는 고 감독이 서너달을 공들인,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방자전>의 김대우 감독이 (전남) 함평농고 레슬링부 이야기를 들려주며 ‘네가 한 번 만들어보라’고 하더라고요. 왠지 어설픈 감성이 저랑 맞는 것 같다나요?”(고봉수)

30대 배우들이 18살 고교생을 연기하니, 첫 등장부터 빵 터질 수밖에. ‘너무한 것 아니냐’는 물음에 “주변에 겉늙은 친구가 얼마나 많은 줄 아냐”(백승환), “<친구>의 장동건·유오성한테는 안 그러더니 차별하냐”(고봉수)며 당당히 응수하는 것도 모자라 “외모에 관해 말을 말라”며 ‘자학개그’로 말문을 막아버린다. “연극영화과 졸업했다니 당연히 연출 전공인 줄 알고 고봉수 감독이냐고 물어요”(신민재), “사촌 동생이 ‘우리 오빠 배우’라고 자랑을 많이 하는데, 제가 나타났을 때 싸~한 분위기란”(김충길) 고봉수 감독이 ‘확인사살’을 한다. “좀 안 생기면 어때? 다들 연기 천재인데.”

이번엔 기획단계에서 “때깔 나는 상업영화로 만들어보자”는 투자자도 생겨났다. 하지만 “배우 인지도가 너무 낮아 주연을 바꿔야 한다”는 조건에 고 감독은 고개를 저었다. “시나리오가 우리 배우를 주인공으로 쓴 건데, 배신 때릴 수 없잖아요?” 배우들도 감독을 말리지는 않았단다. “우리를 버릴까 봐 조마조마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죠. 그래서 빈말이라도 ‘감독님, 상업영화 데뷔하셔야죠’라고 권하지 않았네요. 하하하.”(신민재)

영화 ‘튼튼이의 모험’ 중 한 장면
영화 ‘튼튼이의 모험’ 중 한 장면
무엇보다 영화의 완성에 도움이 된 것은 함평 주민들의 ‘열렬한 호응’이었다. 실제 영화엔 고물상 주인, 슈퍼 아줌마, 지구대 경찰, 상대 팀 코치와 선수 등 마을 주민이 단역으로 출연한다. 대본이 3할, 애드리브가 7할인 고 감독 영화인데도 거슬리는 단역이 한 명도 없다. “주민들 연기가 너무 발군이라 솔직히 누가 배우인지 모를 정도였어요. 상황만 설명해 드리면 마치 카메라가 없는 듯, 평소 일상인 듯 대사가 줄줄…. 하하하.”(김충길) 그 중에서도 ‘반짝반짝 빛나는’ 배우는 바로 버스 기사로 전직했다 ‘의리’ 때문에 레슬링부를 다시 맡는 코치 역의 고성완씨다. “저희 친삼촌이에요. 실제 직업도 서울 시내버스 7211번 운전기사고요. 제 첫 단편 <개구녘>의 주인공이기도 했는데, 유머가 탁월해요. 이번엔 돈가스 한 접시에 섭외했는데. 삼촌이 연차를 딱 열흘 밖에 못 낸대서 영화 총 촬영 기간이 열흘이 됐어요. 하하하.”

유난히 애드리브와 롱테이크가 많은 데다 촬영 기간도 짧다 보니, 중간중간 발생하는 ‘사고’도 ‘연기 열정’으로 승화했단다. “레슬링 계속할 거냐를 두고 충길이 아버지와 다투다 라면이 충길 다리 위로 쏟아지는 장면 있잖아요? 촬영 중 갑자기 상다리가 부러진 사고였어요. 저도 모르게 ‘씨×’이라는 비속어가 튀어나왔는데, 감독님이 컷을 안 하시길래 계속 연기를 했어요.”(김충길) “나는 네가 계속 연기 하길래 안 뜨거운 줄 알고 컷을 안 한 건데? 푸하하”(고봉수)

같은 연기학원에서 만나 “서로의 연기에 반해” 10년째 인연을 이어온 신민재·백승환·김충길, 그리고 그들의 가능성을 단번에 알아봤다는 고봉수 감독의 동고동락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기력이 쇠해 영화를 찍을 수 없을 때까지”라는 감독의 대답에 배우들은 “우리 사전에 주성치-오맹달 같은 세기의 결별은 없다“며 “다만, 배우를 캐스팅하려 감독을 ‘덤’으로 섭외하는 날이 온다면….”이라고 응수했다.

‘고봉수 사단’ 팬들은 일단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초청작 <다영이>를 내년 초쯤 또 만날 수 있다. 이어 무려 ‘50억짜리 상업영화’도 준비 중이다. 한국형 코믹 히어로물 <봉수만수>(가제)다. 당연히 ‘고봉수 사단’은 모두 출연한다. 진흙탕 같이 질척한 현실 속을 뒹굴어도 꿈을 향해 명랑·쾌활하게 “쏴이야~!”라는 호탕한 구호를 외치는 ‘튼튼이’처럼, 고봉수 사단의 즐거운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인터뷰를 마치자마자 “기도해야 한다”며 주섬주섬 짐을 싸 교회로 향하는 고봉수 사단. 끝까지 ‘반전 매력’을 뽐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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