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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남성중심 영화는 가라…충무로 ‘여배우 열전’

등록 2018-06-29 05:00수정 2018-06-29 09:32

‘멜로퀸’ 손예진·김희애 이름값 톡톡
관록의 윤여정·김해숙 ‘연기 맛’ 선사
‘샛별’ 전종서·김다미 등 발굴 큰 성과
젊은 김태리·김고은도 주역 발돋움

남성중심 영화의 여성 캐릭터 탈피
다양하고 주체적 여성상 창조 눈길
<지금 만나러 갑니다> 손예진.
<지금 만나러 갑니다> 손예진.
‘스크린에 여배우가 돌아왔다!’

올해 상반기 영화계 여배우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지난해까지 남성 주인공을 내세운 범죄·누아르·코믹영화가 주를 이루던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변화다. 단순히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뿐 아니라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가 두드러지고 여성의 시각에서 풀어내는 새로운 서사가 강조된 점이 관객에게 호평을 받았다. 관록을 자랑하는 중견 여배우와 신인 여배우의 고른 활약이 앞으로 충무로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불러올지 주목된다.

<마녀> 김다미.
<마녀> 김다미.
관록의 힘부터 신예의 패기까지 ‘여배우 열전’ 포문을 연 것은 ‘멜로퀸’ 손예진이다. <클래식>, <내 머리 속의 지우개> 등을 잇달아 성공시키며 ‘멜로의 보증수표’로 불렸던 손예진은 7년 만의 멜로물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통해 코믹과 순정, 눈물 연기 사이를 오가며 260만명을 동원해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 올 초 <사라진 밤>으로 데뷔 후 첫 스릴러 장르에 도전했던 김희애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관부재판 실화를 다룬 <허스토리>로 녹슬지 않은 연기력을 뽐냈다. 세련된 이미지가 강했던 김희애는 <허스토리>에서 10㎏ 가까운 체중 증량은 물론 부산 사투리와 일본어까지 완벽하게 소화해 내며 포기를 모르는 강인한 여성 문정숙을 연기했다.

백전노장 여배우들의 연기도 관객을 울리고 웃겼다.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 이병헌·박정민 등과 균형추를 맞추며 작품의 중심을 잡아준 윤여정을 비롯해 위안부 피해자 역할을 맡아 인생 연기를 펼친 <허스토리>의 김해숙·예수정·이용녀·문숙 등은 관록이란 무엇인지를 증명하며 관객에게 ‘진정한 연기의 맛’을 선사했다.

<버닝> 전종서.
<버닝> 전종서.
충무로의 샛별이 될 신인 여배우의 발굴도 성과다. 이창동 감독의 신작 <버닝>의 주인공으로 발탁돼 칸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은 전종서, 15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마녀>의 원톱 주인공으로 발탁돼 미스터리와 액션을 오가는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김다미는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여배우로 꼽힌다.

신예라는 꼬리표를 떼고 주역으로 발돋움한 젊은 여배우의 활약도 빛났다.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로 데뷔한 김태리는 <1987>로 먹먹한 시대의 아픔을 전하더니 <리틀 포레스트>로 전작들의 흥행이 운이 아닌 실력이었음을 증명했다. 자극적인 영화가 강세인 충무로에서 극적인 고저가 없는 잔잔한 힐링 연기로 연기의 폭을 한 차원 넓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변산>의 김고은 역시 화제다. 주인공 학수(박정민)를 학창시절 짝사랑했던 선미 역할을 맡아 8㎏의 살을 찌우고 맛깔나는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하며 변신에 성공했다.

<허스토리> 김희애.
<허스토리> 김희애.
다양한 캐릭터와 새로운 서사…사회분위기도 한 몫 스크린을 달군 여배우의 활약이 도드라지는 이유는 무엇보다 그들이 연기한 캐릭터의 독창성과 다양성 때문이다. 그간 남성 중심 영화에서 보였던 전형적이고 소모적인 캐릭터에서 벗어나 주체적이고 다채로운 면모를 선보이며 여성 중심의 서사에 힘을 불어넣었다.

<변산> 김고은.
<변산> 김고은.
취향 대신 집을 포기한 채 ‘자발적 홈리스’로 삶을 여행하는 <소공녀>의 미소(이솜)가 대표적이다. 삼포세대의 현실을 풀어낸 블랙코미디의 결을 살리면서도 그 안에서 ‘정체성’을 지켜나가는 당당하고 독립적인 캐릭터를 창조해냈다. <허스토리> 속 관부재판 원고단 대표 문정숙(김희애) 역시 리더십 강한 여성의 전형이었던 ‘여장부’의 모습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여성들 간의 ‘연대’를 이끌어내는 새로운 서사를 이끌었다. 죽은 남편의 아들이 나타나면서 갑자기 ‘엄마’가 된 <당신의 부탁>의 효진(임수정)도 기존 한국 영화가 답습해 온 ‘모성애’와는 차별화된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만들어가는 인물로 그려진다. <변산>의 선미(김고은) 역시 학수에게 끊임없는 성찰과 현실 자각을 요구하는 어른스러움을 지닌 평범하지만 현실적인 캐릭터다.

<리틀 포레스트> 김태리.
<리틀 포레스트> 김태리.
지난해 여성을 잔혹한 범죄의 피해자로만 그려 ‘여혐 논쟁’까지 불러왔던 <브이아이피> 논란과 견줘도 이는 괄목할 만한 변화다. 정지욱 평론가는 “미투운동이나 탈코르셋 운동 등에서 볼 수 있듯 최근 우리 사회를 휩쓴 여성주의적 사회 현상이 감독이나 작가들이 여성 캐릭터에 대한 성찰을 더 많이 하게 만드는 요인이 됐다”고 짚었다.

<소공녀> 이솜.
<소공녀> 이솜.
하지만 최근의 움직임이 충무로의 체질 개선으로까지 이어지려면 영화 제작의 규모와 방식, 배급 시스템의 변화가 수반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리틀 포레스트> 임순례 감독은 “영화계가 100~200억짜리 블록버스터에 매몰되다 보니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스토리가 대세가 되고 여성을 대상화하고 극단화하는 영화가 기형적으로 많이 양산됐다”며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기 힘들더라도 여성 캐릭터나 여성 중심의 이야기가 잘 살아난 중소규모 영화의 제작과 배급, 소비가 꾸준히 이뤄져야 다양성이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사진 각 영화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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