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 <언더독>. 영화제 제공
한여름 무더위를 시원하게 날려 줄 장르영화 축제인 ‘제2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가 오는 12일~22일까지 경기도 부천 일대에서 열린다. “판타스틱 영화제의 정체성 강화”를 내걸고 마니아 관객층 공략에 나선 이번 영화제에서는 관객들의 취향을 저격할 53개국 290편(장편 163편, 단편 127편)의 영화가 찾아온다. 이미 일부 영화가 매진을 기록하는 등 예매 열기가 뜨겁지만, 언제나 그렇듯 부지런한 씨네필이 더 많은 영화표를 구하는 법. 현장 판매분이 남아 있기 때문에 실망하긴 이르다.
올해 개막작은 애니메이션 영화 <언더독>이다. 주인에게 버려져 하루아침에 유기견이 된 뭉치가 폐허가 된 재개발 지역에 숨어 사는 개들인 짱아 일행을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220만 관객을 끌어모으며 한국 애니메이션 최고 흥행작이 된 <마당을 나온 암탉>의 오성윤·이춘백 감독이 협업한 7년 만의 신작이다. 엑소의 멤버 디오와 배우 박소담이 목소리 연기를 맡아 화제다.
폐막작은 인도영화 <시크릿 슈퍼스타>다. 가수가 되고 싶은 14세 소녀 인시아가 가부장적인 아버지를 피해 꿈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인도 여성의 현실을 코믹하게 다뤄 국내 팬들의 환호를 받은 <당갈>에 이어 인도영화의 위상을 재확인할 수 있는 영화다. <당갈>에 출연한 인도 유명 배우 아미르 칸이 이번 영화에서도 인시아에게 힘을 주는 프로듀서로 출연한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폐막작 <시크릿슈퍼스타>. 영화제 제공
이번 영화제에서는 여성감독의 약진이 눈에 띈다. 특히 경쟁부문인 부천 초이스에 선정된 총 11개국 12편 가운데 성범죄를 묻으려는 남성들에 대한 통쾌한 복수 액션이 돋보이는 <리벤지>, 가정폭력에 맞선 한 여성의 복수극<복수자>, 불의한 사건에 휘말려 유령이 된 뒤 스스로 죽음의 과정을 찾아가는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 호러 미스터리 <밤의 문이 열린다> 등 무려 6편이 여성감독의 작품이다. 특별전 ‘시간을 달리는 여자들: SF영화에서의 여성의 재현’ 섹션도 눈길을 끈다. 이 특별전에서는 여성주인공이 활약하는 호러 장르 영화 6편을 만날 수 있다. 김봉석 프로그래머는 “장르영화제는 그 속성상 비주류와 소수자, 여성의 목소리를 담는 데 적극적이어야 한다”며 “여성감독의 눈으로 그려낸 여성 캐릭터들이 관객의 호응을 끌어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부천초이스 상영작 <리벤지>. 영화제 제공
인도영화가 폐막작으로 선정된 것에서 볼 수 있듯 할리우드를 넘본다는 ‘발리우드’ 영화도 대거 소개된다. 미국식 슈퍼히어로 영화를 인도식으로 재해석한 영화 <슈퍼히어로 조쉬>, 인도 특유의 몽환적 분위기가 공포 분위기를 강조하는 <악령의 상자, 에즈라>, 의료산업의 더러운 커넥션을 다룬 <메르살>, 이라크에서 피랍된 간호사들을 구하는 상남자 이야기 <타이거는 살아있다> 등이 상영된다.
영화제의 특성을 살린 독특한 이벤트들도 기대를 모은다. 영화제 중간 도래한 ‘13일의 금요일’을 맞아 마련된 심야패키지 프로그램 ‘13일의 금요일, 잠들지 마라’, 영화 관람 스탬프 10개 이상을 모으면 경품을 제공하는 ‘BIFAN 스탬프 이벤트’ 등이 관객을 기다린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부천초이스 상영작 <호랑이는 겁이 없지>. 영화제 제공
국내 최대 규모 가상현실(VR) 체험 마을인 ‘BIFAN VR VILLAGE’에 들르는 것도 잊지 말자. 부천 중앙공원에 마련되는 이번 체험 마을은 지난해보다 3배 이상 확대된 150평 규모로 콘텐츠와 체험기기별로 12개 부스가 설치된다. Fantastic VR 공모에 출품된 64편 중 최종 선정작 15편과 국내외 초청작, KAFA 특별전까지 모두 32편이 체험부스를 통해 공개된다. 국내 작품으로는 전쟁 중 피랍된 종군기자의 공포감을 생생히 느낄 수 있는 <나인 데이즈>와 공간과 교감하는 감각을 가진 소녀의 이야기를 다룬 <공간소녀> 등이 소개된다. 남종석 프로그래머는 “전통적인 매체인 영화와 가상현실이 결합한 새로운 스토리텔링 가능성을 제시하는 공간으로, 영화제를 찾는 관객들에게 시공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경험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자세한 상영 일정과 프로그램은 공식 누리집(bifan.kr) 참조.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