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인크레더블2>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마블의 어벤져스 이전에 인크레더블이 있었다!“
2004년 개봉한 1편에 이어 14년 만에 귀환한 <인크레더블2>(18일 개봉)는 각기 다른 슈퍼파워를 가진 가족들이 뭉쳐 환상적인 팀플레이로 세상을 구하는 ‘가족형 히어로 무비’다. 지난달 15일 북미에서 먼저 개봉해 역대 애니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하며 “14년의 기다림이 헛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애니메이션 <인크레더블2>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인크레더블2>는 14년 전 이야기의 연결선상에 있다. 히어로 활동이 불법이 됐지만, 언더마이너 침공 사건 해결을 위해 나섰던 인크레더블 가족은 여론이 악화하면서 대중에게 외면당한다. 먹고 살길이 막막해진 가족 앞에 다국적 기업의 씨이오(CEO) 윈스턴 데버(밥 오덴커크)와 에블린 데버(캐서린 키너) 오누이가 나타나 히어로 홍보 프로젝트를 제안한다. 하지만 데버가 지명한 인물은 아빠 미스터 인크레더블(크레이그 T.넬슨)이 아닌 엄마 일라스티걸 헬렌(홀리 헌터). 졸지에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게 된 엄마를 대신해 아빠는 세 아이를 돌보는 ‘육아’에 전념하게 된다. 하지만 중2병에 걸려 질풍노도 중인 딸 바이올렛(사라 보웰), 어디로 튈지 모르는 천방지축 아들 대쉬(헉 밀러) 때문에 등골이 휜다. 여기에 젖먹이 막내 잭잭(엘리 푸실)마저 숨겨져 있던 놀라운 슈퍼파워를 시도 때도 없이 방출하자 아빠는 “육아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큰 슈퍼파워가 필요한 일”임을 깨닫는다. 한편, 엄마 일라스티걸은 새로운 빌런(악당) ‘스크린 슬레이버’에 맞선다.
애니메이션 <인크레더블2>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인크레더블2>의 첫 번째 관전 포인트는 엄마와 아빠의 ‘역할 전환’이다. ‘독박육아’에 시달리는 아빠는 아들의 간단한 수학숙제 풀이에도 어려움을 겪고, 딸의 연애사에 끼어들었다 구박만 당하며, 막내를 재우는 간단한 미션조차 해내지 못한다. 엄마 일라스티걸이 임무를 수행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아들 대쉬가 “운동화 어디 있냐”고 전화를 하는 대목에서는 폭소가 터지면서도 워킹맘이 처한 현실적 상황 묘사에 짠한 마음이 든다.
두 번째 관전 포인트는 17개월짜리 잭잭이 내뿜는 치명적인 존재감이다. 눈에서 레이저빔을 쏘고 벽을 자유자재로 통과하고 화가 나면 불덩어리 괴물로 변하는 이 초절정 귀요미가 집 정원에 침입한 너구리와 펼치는 한판 대결은 배꼽을 빼기에 충분하다. 영화가 살짝 늘어지는 감이 들 때마다 잭잭이 등장해 관객에게 ‘엄마(아빠) 미소’를 짓게 한다.
애니메이션 <인크레더블2>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세 번째 관전 포인트는 엄마 일라스티걸과 새롭게 합류한 히어로 동료들이 펼치는 짜릿한 액션이다. 전편과 달리 전면에 등장한 일라스티걸은 은색 히어로 수트를 입고 전기 바이크로 도심을 질주하며 활약한다. 고무줄처럼 늘어나는 팔다리를 이용해 역주행하는 열차를 따라잡아 사람들을 구출하고, 전기 바이크로 빌딩 숲을 날아다니는 속도감 넘치는 액션은 실사 영화 못지않은 쾌감을 선사한다. 1편부터 얼음생성 능력을 뽐낸 프로즌은 물론 차원 이동을 하는 보이드, 용암을 내뿜는 리플럭스, 철을 한 손으로 찌그러뜨리는 염력을 가진 크러셔, 전류 감전 능력을 소유한 헬렉트릭스 등 히어로 합법화 프로젝트에 참여한 새 멤버들의 액션도 볼거리다.
애니메이션 <인크레더블2>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인크레더블2>는 히어로 영화면서, 가족 영화다. 하지만 이 판타지적 가족 히어로물이 더 큰 힘을 갖는 이유는 그 속에 녹아든 현실적 고민 때문이다. 워킹맘의 고충을 돌아보게 하는 장면, “공정하지 않은 법도 지켜야 하는가”에 대한 논쟁, “정치인은 사심 없이 정의를 위해 싸우는 사람들을 두려워한다”는 대사 등은 곱씹어 볼 만한 대목들이다.
마블 영화와 달리 픽사의 <인크레더블2>에는 쿠키 영상이 없다. 대신 영화 시작 전 선보이는 7분40초짜리 단편 애니 <바오>가 있다. 중국 출신 도미 시 감독이 만든 이 단편은 ‘만두’라는 음식을 통해 ‘동양적 모성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