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인들이 6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영화산업 구조 합리화 추진위원회’를 출범을 알리고 한국영화 부율 조정을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극장 50% 갖고 나머지 투자·제작·배급사에
“수익률 격차 지나쳐 합리적 조정 필요”
투자자·감독 등 본격 제기
영화인들이 한국영화계의 오랜 논쟁거리인 부율 문제를 조정하기 위해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섰다. 부율은 영화 관람료 가운데 세금을 뺀 나머지를 극장과 투자·제작·배급사가 나눠갖는 비율을 말한다. 오래 전부터 제작자들을 중심으로 부율이 지나치게 극장에 유리하게 배분돼 있다는 문제제기는 있어왔으나 제작자와 투자자, 감독, 배우 등 영화인 전체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영화인들은 6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영화산업 구조 합리화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 출범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첫번째 현안으로 부율 문제의 조정에 대한 영화계의 입장을 밝혔다. 주장의 요지는 현재 투자·제작·배급사와 극장이 5:5로 나누는 한국영화 부율을 국내 개봉하는 외국영화처럼 최소한 6:4로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추진위는 5일 이 내용을 골자로 하는 협의 요청 공문을 씨지브이,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프리머스 시네마 등 4대 메이저 복합상영관에 보냈다.
추진위의 집행위원으로 참석한 엠케이픽처스의 심재명 이사는 “최근 3년동안 한국영화의 상영부문(극장) 수익율은 22%에 달하는 데 반해 투자제작부문 수익율은 -8.5%로 이익편중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면서 “2001년 이후 한국영화 좌석점유율이 31%인 반면 외국영화의 경우 20%로 한국영화가 극장 수익에 더 크게 기여함에도 부율은 조정되지 않고 여전히 불평등하다”고 지적했다. 마술피리의 오기민 대표는 “극장수익이 늘어날수록 투자·제작은 손해를 보는 현재의 기형적 수익배분구조로 가면 투자·제작을 위축시켜 장기적으로 극장쪽에도 폐해가 돌아갈 수밖에 없다”면서 “한국영화 전체의 균형있는 발전을 위해서 부율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영화인들이 부율조정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한 데는 오랜 불평등 구조 외에도 최근 복합상영관들이 관객에게 제공하는 이동통신사 제휴 할인이나 각종 경품 행사 등을 통해 줄어든 수익 감소를 투자·제작사에 전가시키고 있는 이유도 크다. 추진위의 공동 상임대표인 김형준 한국제작가협회 이사장은 “극장 마케팅을 위해 도입한 할인 등의 행사를 제작·배급사와 전혀 상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추진하며 그 부담을 투자·제작사에 고스란히 떠안게 하거나 예고편을 틀 때도 기준과 원칙없이 추가로 비용 지불을 요구하는 등의 문제들도 이 기회에 함께 짚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진위의 제안에 대해 씨지브이, 메가박스 등 복합상영관들의 공식 입장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한 복합상영관 관계자는 “관객이 늘어나는 데는 관람환경 개선을 위한 복합상영관들의 과감한 투자가 기여한 바가 적지 않다는 점을 간과하고 부율문제를 논하기 힘들다”고 말해 빠른 시일 안에 원만한 합의를 도출해 내기가 쉽지 않음을 내비쳤다.
추진위는 부율 문제와 함께 불법복제 단속을 통한 부가판권 시장 정상화, 표준제작규약 마련 등을 통한 한국영화 제작 시스템 합리화를 3대 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추진위의 상임대표를 맡은 김형준 이사장과 최완 아이엠픽처스 대표, 유인택 기획시대 대표, 이춘연 영화인회의 이사장을 비롯해 김성호 한국영상투자협의회 회장, 이은 엠케이픽처스 대표, 이준동 나우필름 대표, 이현승 감독, 채윤희 여성영화인모임 대표 등이 참석했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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