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넌>의 한 장면.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죽을 만큼 무섭지만 죽진 않는다.”
가을의 시작과 함께 서늘한 기운을 몰고 올 공포영화 <더 넌>(19일 개봉)은 <컨저링>과 <애나벨> 시리즈의 뒤를 잇는 ‘컨저링 유니버스’의 최신작이다. ‘공포영화 장인’ 제임스 완이 각본에 참여하고 직접 제작에 나선 작품인 만큼 개봉 전부터 전 세계적으로 큰 기대를 모았다. 특히 한국에서는 일반 상영관뿐 아니라 공포를 극대화할 4DX with ScreenX 버전으로도 개봉할 예정이어서 호러 마니아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 컨저링 유니버스와 제임스 완의 힘 <더 넌>이 개봉 전부터 홍보의 최전선에 내세운 것은 ‘컨저링 유니버스’다. 제임스 완은 마블이나 디시(DC) 히어로물의 세계관을 일컫는 ‘유니버스’를 최초로 호러에 접목했다. <컨저링> 주인공인 워렌 부부가 연구하는 초자연적 사건을 토대로 스토리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연결고리를 만들어낸 것이다. <더 넌>은 <컨저링> <애나벨> <컨저링2> <애나벨: 인형의 주인>(개봉순)에 이은 ‘컨저링 유니버스’의 5번째 작품으로 <컨저링2> 속 수녀 모습을 한 악령 ‘발락’을 주인공으로 한 새 스핀오프다.
이야기는 1952년 루마니아의 한 수녀원에서 젊은 수녀가 자살하는 사건으로 시작한다. 바티칸은 ‘가톨릭 퇴마사’ 버크 신부에게 진상 조사를 의뢰하고, 수련 중인 아이린 수녀를 조력자로 동행시킨다. 버크 신부와 아이린 수녀는 자살한 수녀를 처음 발견한 프렌치와 함께 수녀원을 조사하면서 충격적인 악령의 실체와 마주하게 된다.
지난 7일 북미에서 먼저 개봉한 <더 넌>은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고, ‘컨저링 유니버스’ 오프닝 기록을 갈아치우며 이름값을 증명했다. 박스오피스 모조 기록을 보면, 11일 기준으로 북미에서 6215만 달러(한화 697억), 해외에서 7930만 달러(890억)를 벌어들이며 개봉 첫 주 매출 1억 달러를 돌파해 초반 기세를 올렸다.
스크린엑스 버전 <더 넌>. 씨제이 씨지브이 제공
■ 오감자극·몰입감 극대화 ‘4DX with ScreenX’ <더 넌>은 공포영화로서는 처음 ‘4DX with ScreenX’로 개봉한다. 오감체험 특별관인 4DX, 정면과 좌우 벽면까지 3면을 스크린으로 활용하는 ScreenX를 융합한 버전이다. 홍보사 관계자는 “러닝타임 96분 가운데 4DX with ScreenX 분량이 30분 이상을 차지한다”고 소개했다.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4DX with ScreenX 버전은 이 기술을 공포영화와 접목했을 때 얼마나 큰 시너지를 내는지를 증명했다. 스토리는 다소 밋밋하지만, 새 기술과의 만남은 이를 상쇄할 정도로 강력하다. 정체불명의 존재가 갑자기 튀어나오는 순간 모션체어가 ‘덜컹’ 움직여 놀람과 공포를 극대화하는 것은 기본이다. 십자가에 불이 붙는 장면에서 뒷덜미 쪽에 뜨거운 바람이 ‘훅’ 불어오고, 주인공이 피를 뿜는 장면에서는 물방울이 머리와 얼굴에 사정없이 튀며 몰입감을 배가시킨다.
스크린엑스도 효과를 톡톡히 발휘한다. 오래된 공동묘지 밑 좁은 관에 갇히거나 칠흑 같은 중세 수녀원 복도를 등불에 의지해 걷는 장면 등에선 그 공간에 함께 있는 듯한 생생한 현장감이 느껴진다. 코린 하디 감독은 “롱 테이크를 많이 사용해 시야를 더 넓게 만들었다. 어디서 무엇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긴장감과 사방에서 조여오는 오싹함을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며 스크린엑스의 효과가 극대화된 장면으로 “수녀들이 둥글게 모여 기도를 하는 성체 예배 장면”을 꼽았다.
<더 넌>의 한 장면.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 15세 관람가…1020 마음 또 훔칠까? <더 넌>은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공포영화의 주소비층이 1020임을 고려하면 흥행에 청신호를 켠 셈이다. “무서운 장면 없이 무섭다”는 카피 하나로 1020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컨저링>이나 유튜브와 동영상 스트리밍 등 1020의 문화코드를 읽어내 흥행에 성공한 <곤지암>의 사례에서 보듯 ‘입소문’의 영향력이 가장 큰 장르가 공포물이다. 씨지브이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트루스 오어 데어>나 <인시디어스4: 라스트 키> 등 공포물에서 10대 관객의 비중은 12%대에 달해 10대 전체 관객 비중(3%대)의 4배 수준이고, 20대 초반까지 합치면 30%를 넘어서는 것으로 분석됐다.
홍보전략은 당연히 1020에 맞춰졌다. “죽을 만큼 무섭지만 죽진 않는다”는 묘한 헤드 카피를 시작으로 “#추석엔더넌#넌꼭봐” 해시태그 달기, 예고편으로 담력테스트 하기, 10대 클럽 멤버십을 통한 ‘얼리버드 1+1’ 등의 이벤트를 펼치고 있다.
이번에도 1020은 ‘컨저링 유니버스’에 동화될까? 한국영화 대작이 쏟아지는 추석시즌에 개봉하는 <더 넌>이 틈새 공략에 성공할지 관심이 쏠린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