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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EXO에서 으르렁 거리던 그…스크린에서 포효 도약

등록 2018-12-28 05:00수정 2018-12-28 09:58

믿고보는 도경수, 아이돌 넘어선 아이돌로

감독·제작자 등이 말하는 그의 매력
“배우의 얼굴·재능을 타고난 아이돌”
“성실하고 철저한 준비성까지 훌륭”

알바생·관심사병·시각장애 유도선수…
최근 개봉 ‘스윙키즈’ 북한군 역까지
아이돌 꼬리표 떼고 주연으로 우뚝

“가수와 배우, 두 마리 토끼 좇기 고민
어느 쪽도 포기할 수 없이 사랑하는 일
연기하고 노래하는 이 순간이 행복”
SM엔터테인먼트 제공.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충무로에서 ‘아이돌 출신’이라는 꼬리표는 언제나 딜레마다. 배우로서의 진입 문턱을 낮춰준 ‘마법의 기회’였던 그 꼬리표는 어느새 ‘엄중한 잣대’로 변한다. 대중은 냉정하다. 팔짱을 끼고 앉아 ‘쉽게 배역을 꿰찼으니 얼마나 잘 하나 보자’고 벼른다. 많은 아이돌 출신 배우들이 이 딜레마를 쉽게 극복하지 못하고 좌절한다. 하지만 데뷔작부터 독특한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는 엑소의 디오, 도경수(25)에게는 이제 새로운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배우의 얼굴을 타고난 아이돌.’

<카트>(2014)에서 10대 편의점 알바생의 고단한 현실을 강렬하게 표현하며 신고식을 치른 도경수는 <순정>(2015)을 통해 다리가 불편한 소녀를 사랑하는 섬마을 소년의 애틋한 첫사랑을 연기했다. 이후 <형>(2016>에서는 불의의 사고로 시력을 잃은 국가대표 유도선수 역을 맡아 녹록지 않은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7호실>(2017)에서는 또 어떤가.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마약을 맡아주는 알바생 역할로 블랙코미디라는 장르적 속성을 잘 살려내며 존재감을 보여줬다. 쌍천만 <신과함께>에도 도경수가 있었다. 영화의 실마리를 쥔 관심사병으로 열연한 그는 많지 않은 분량에도 신스틸러의 몫을 톡톡히 해냈다. 그리고 2018년. 도경수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대작 <스윙키즈>에서 탭댄스를 사랑하는 북한군 포로 로기수 역을 맡아 춤과 연기로 영화 전체를 끌어간다.

지난 5년의 필모를 보면 도경수에게는 ‘변신’보다 ‘성장’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린다. 이제 당당히 스크린 속 주연으로 우뚝 선 도경수의 매력을 감독·제작자·프로듀서의 ‘증언’과 그 자신의 인터뷰를 통해 풀어본다.

영화 ‘카트’의 도경수. 을중의 을, 편의점 알바생 역할을 맡았다.
영화 ‘카트’의 도경수. 을중의 을, 편의점 알바생 역할을 맡았다.
■ “타고난 ‘배우의 얼굴’’ “배우의 얼굴요? 하하하. 제가 가수 생활하면서도 머리를 빨강 노랑으로 염색한다든가, 귀걸이를 주렁주렁 단다든가 하지 않아 제 민낯을 봐 주시는 걸까요? (그런 치장이) 잘 안 어울려서 못 하는 건데….” 최근 <스윙키즈> 개봉을 즈음해 만난 배우 도경수는 감독들이 말하는 ‘배우의 얼굴’이 뭔지 잘 모르겠다며 웃었다.

도경수의 데뷔작 <카트>를 제작한 명필름 심재명 대표는 “처음엔 마트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라는 쉽지 않은 소재를 영화화하면서 대중성을 고려해 10~20대에게도 친근하게 다가갈 신선하고 풋풋한 아이돌이 함께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도경수를 소개받았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첫 만남에서 베테랑 제작자의 눈에 비친 도경수는 ‘배우의 얼굴’을 하고 있었단다. “호소력 있는 눈빛, 목소리, 배우로서의 감성이 이미 갖춰진 상태였다. 무엇보다 해맑은 얼굴 속에 상처와 결핍을 지닌 자아가 깃든 모습이 좋았다”고 평가했다. <신과함께>의 김용화 감독도 “사실 돌이켜보면 그의 필모 대부분이 그렇다. <형>에서도 장애가 있는 역할,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도 학대받은 조인성의 자아, <7호실>에서도 을 중의 을로 어두운 면이 있는 알바생, <신과함께>에서도 고문관 역할이었다. 이런 캐릭터를 소화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데, 도경수에겐 이를 표현할 타고난 ‘배우의 모습’이 있다”고 말했다. 도경수가 목소리 연기를 한 <언더독>의 오성윤 감독은 “몸이 아닌 목소리만으로 연기해야 해 베테랑들도 어려워하는 것이 애니메이션이다. 그런데 도경수는 타고난 딕션이 너무나 좋다. 목소리에 울림이 있고 설득력이 있다. 귀로만이 아니라 가슴으로 전달되는 울림과 생동감이 있는 배우의 목소리를 가졌다”고 평가했다.

‘신과함께’에선 관심사병으로 등장해 불안과 공포의 눈빛을 생생하게 연기한다.
‘신과함께’에선 관심사병으로 등장해 불안과 공포의 눈빛을 생생하게 연기한다.
■ “성실함이 갑” 아무리 좋은 재료를 갖췄어도 본인의 노력과 성실이 없었다면 오늘날 이 자리까지 오지는 못했을 터다. 감독과 프로듀서들은 배우로서 그의 훌륭한 자질로 ‘성실한 준비성’을 꼽는다. <7호실>의 이용승 감독은 “영화 속 도경수가 맡은 역할이 음악을 하는 친구인데, 도경수가 디테일한 부분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냈다. 태정이 사는 방의 구조, 입는 옷 등에 캐릭터를 촘촘하게 입힌 것은 도경수 자신”이라고 회상했다. 이어 “예산이 너무 작은 영화라 도경수가 출연해 준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었다. 20회차 촬영을 하는데, 바쁜 스케줄에도 회차마다 준비를 너무 철저히 해와서 2~3번 만에 모든 신이 오케이가 날 정도였다”고 했다.

도경수는 한때 아이돌 가수와 배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는 데 대한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그는 “<7호실> 태정의 목에 새겨진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할 필요는 없다’라는 타투 문구를 만나고 많이 내려놨다”며 “가수와 배우, 둘 다에 100%를 할애할 수 없어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이젠 최대한 잘 나눠 병행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게 100%를 만족하게 할 수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두 가지 모두 사랑하기에 어느 쪽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영화 ‘스윙키즈’에서 북한군 로기수 역할을 맡았던 도경수는 “춤이 좋아 춤을 추며 행복해하는 로기수처럼 연기하고 노래하는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영화 ‘스윙키즈’에서 북한군 로기수 역할을 맡았던 도경수는 “춤이 좋아 춤을 추며 행복해하는 로기수처럼 연기하고 노래하는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 “춤도 유도도…몸이 자유자재” ‘자유자재로 몸 쓰는 법’ 또한 영화 속 도경수를 돋보이게 했다. 단순히 ‘안무’나 ‘춤’이 아니라 모든 액션 장면에서 아이돌로서의 유연성이 빛난다는 뜻이다. <형>의 권수경 감독은 “유도선수 역할이라 기술 연마를 해야 해 헤이리 액션스쿨에 가서 3~4개월 동안 유도연습을 했다. 매주 일본 등 외국 공연을 하면서도 연습에 단 한 번도 빠지지 않았는데, 몸 쓰는 법을 잘 알아서 그런지 실력이 일취월장하더라”고 전했다. 시나리오를 본 순간 도경수 외의 대안을 떠올릴 수 없었다는 <스윙키즈> 강형철 감독은 “영화 속에서 ‘모던 러브’가 흐르면서 춤을 추는 장면이 있는데, 음악을 크게 틀고 경수가 완전히 미쳐서 연기했다. 내가 원한 게 바로 그 느낌이었다. 음악과 배우와 감독이 하나로 동기화되는 경험을 하게 해 준 도경수에게 고마웠다”고 말했다.

도경수에게 ‘아이돌 꼬리표’는 더는 딜레마가 아니다. 노력과 실력으로 이미 그 딜레마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강형철 감독은 “도경수의 장점은 아이돌이라는 것이다. 연기력이 안 되는 아이돌이 상술의 시대에 희생양이 되곤 했지만, 경수는 ‘아이돌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탄생한 새로운 유형의 배우’가 무엇인지를 증명했다”고 평가했다.

도경수는 신곡 ‘러브샷’을 들고 엑소의 디오로 연말 가요계에 컴백했다. <스윙키즈>는 이제 막 관객 100만을 돌파했다. 새해에는 애니메이션 <언더독>이 개봉할 예정이다. “출연작 중 <스윙키즈>의 로기수와 저 자신이 가장 비슷한 듯해요. 도전하고 싶어하고, 포기도 하지 않죠. 압박감이 있어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겨내고요. 춤이 좋아 춤을 추며 행복해하는 로기수처럼, 저도 연기하고 노래하는 지금 이 순간, 이 찰나가 제일 행복합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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