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권택 ‘천년학’ 다시 날개 편다
투자자 제작비 35억 대주기로…내년 3월 촬영 시작
좌초위기를 겪던 임권택(69) 감독의 100번째 연출작 <천년학>이 다시 날개를 펴게 됐다. <천년학>은 크랭크인을 코 앞에 둔 12월 초 제작사인 태흥영화사의 갑작스런 제작 포기 선언(<한겨레> 12월8일치 2면 참조)으로 제작이 중단됐다. 그러나 최근 제작·투자자가 새로 나서 35억원의 투자 계약이 이뤄졌다고 임 감독이 18일 밝혔다.
“기사가 나간 뒤에 여러 곳에서 <천년학>을 많이 염려하고 있다는 걸 피부로 느끼면서 내가 좋은 세월을 살고 있는데 알아차리지 못했구나 생각했다”며 그간의 소회를 피력한 임 감독은 “매화가 피는 3월에 전남 장흥과 광양에서 본격적인 촬영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 감독은 “새로 제작자가 나섰고 제작비 35억원의 투자자도 확보됐다”면서 “제작자의 뜻에 따라 내년 1월에 제작·투자자를 밝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이미 현장에 세트까지 지어놓은 상태에서 영화가 엎어져 지자체 관계자와 주민들에게 송구스러웠는데 제작 중단 소식을 듣고 장흥군에서 직접 제작에 나서겠다는 제안까지 받고 너무 고마웠을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촬영 시기와 제작, 투자사가 바뀐 것을 제외하면 <천년학>은 시나리오와 오정해, 김영민 등 주연 배우, 정일성 촬영감독을 비롯한 대부분의 스태프들을 처음 꾸렸던 그대로 이어 가게 된다. 이번 제작 중단으로 오랜 기간의 파트너십을 끝낸 이태원 태흥영화사 사장에 대해서 임 감독은 “자연스럽게 마무리했고, 오랜 우정이 금이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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