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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필진]느와르 달인 ‘오우삼’의 부활을 꿈꾼다

등록 2005-12-19 14:17수정 2005-12-19 14:17

김시현 감독과 공동연출한 우위썬의 1977년작 의 한 장면. ⓒ 네이버 영화 /필진네트워크 박형준
김시현 감독과 공동연출한 우위썬의 1977년작 의 한 장면. ⓒ 네이버 영화 /필진네트워크 박형준

곳곳에서 시원하게 터지는 폭발음 '펑펑', 주인공이고 악역이고 구분할 것 없이 되로 주고 말로 받는 총성음 '탕탕', 그리고 으레 등장하는 헬기의 날개가 만들어내는 '투투투투', 할리우드에서는 이 세가지 음향을 반드시 액션 영화 속에 삽입한다. 브루스 윌리스와 멜 깁슨은 그 세가지 음향이 만들어낸 영웅들이다. 이 세가지 효과음은 홍콩의 느와르 달인 우위썬(오우삼)이 할리우드로 진출하면서 우리에게 더욱 거센 존재로 다가선다.

안그래도 리차드 도너 감독의 <리썰 웨폰> 시리즈와 존 맥티어난 감독의 <다이 하드> 시리즈가 사람들에게 준 짜릿한 스릴과 시원함이 여전할 그 무렵, 우위썬의 할리우드 진출은 저우룬파(주윤발)이 할리우드에 진출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예상했던 일이다.

예상대로 우위썬은 여전히 화끈했다. 장 끌로드 반담과 콤비를 이룬 <하드 타겟>이나 할리우드에서의 활약을 본격적으로 예고한 <브로큰 애로우>를 돌아보자. 많은 폭탄이 터지고, 많은 헬기들이 추락한다. 생각해보면, 우위썬도 영화 감독의 길을 걷게 된지 30년이 넘었다. 총격전 연출의 대가인 그는 지금까지 34편 가량의 영화를 연출했다고 하는데, 그 영화들이 모두 총격전으로 도배돼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의 영화는 생각보다 다양했다. 그가 홍콩에 있던 시절 '찍어내듯이' 만들었던 과거의 영화들 속에는 저우룬파만 기억하는 우리의 생각과는 달리 젊은 시절의 청룽(성룡)도 등장하며, 홍진바오(홍금보)의 모습도 볼 수 있다. 특히 그 시절의 성공작인 <용호문>에는 그들과 사이좋게 이소룡 영화에 단역으로 자주 출연했던 원표가 마찬가지로 단역으로 출연해 올드 마니아들에게는 다시 한번 좋은 추억으로 다가온다. 청룽과 홍진바오, 원표의 이름은 우위썬 감독이 초창기에는 느와르보다는 무협에 가까운 영화들을 연출했음을 입증한다. 데뷔작인 <소림문>과 <용호문>은 그 시절, 오우삼이 연출했던 대표적인 무협 영화들이다.


재미있는 것은 그 시절의 우위썬은 한국과 홍콩을 열심히 드나들며, 영화를 연출했다는 사실이다. 요즘이야 다소 그 연결이 희박해졌다지만,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한국과 홍콩의 문화적 교류는 대단히 왕성했다. 그 시절, TV광고에서 특유의 꽃미소와 함께 '사랑해요'를 앞세우던 저우룬파의 음료수 광고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그 왕성한 교류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빨리찍기의 대가'로 유명한 우리나라의 남기남 감독도 사실 <불타는 정무문> 등의 영화로 홍콩에서 먼저 빛을 본 감독이다.1975년작인 <용호문>은 조선 소림사의 젊은 무인인 '운비'라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파계승 석소봉을 쓰러뜨리기 위한 혈전을 그린 영화로서, 젊은 시절의 청룽과 홍진바오, 원표가 모두 단역으로서 한 자리에 모인 영화이기도 하다. 그리고 1977년작인 <충열도>라는 영화는 아예 16세기 초 인조 무렵의 두만강 일대를 무대로 여진족과 야합한 이들의 반란 사건을 그리고 있는데, 이소룡 영화에 자주 악역으로 출연하던 한영걸은 물론이고, 김기주, 진봉진 등의 한국 배우들도 출연했던 영화로 기억된다. 연출 역시 우위썬과 우리나라의 김시현 감독의 공동연출이다.

홍콩의 영화사 '골든 하베스트'와 계약 이후, 감독으로서의 본격적인 활약을 시작하던 그 시절의 우위썬은 그렇듯 이소룡 사후 절정에 달해 있던 쿵푸 액션 영화를 전문적으로 연출했다. 앞서 언급한 <용호문>과 <충열도>을 포함해 <영웅본색>의 등장 이전, 그가 10년이라는 시간동안 연출했던 영화는 총 16편이었다. 무협 액션은 물론이고, 공포와 코미디 등 장르 역시 다양했다.<영웅본색> 그것은 서막에 불과했다


전설적인 홍콩 느와르인 <영웅본색>은 우위썬과 저우룬파의 시작을 알리는 영화였다. ⓒ 시네마 시티 /필진네트워크 박형준
전설적인 홍콩 느와르인 <영웅본색>은 우위썬과 저우룬파의 시작을 알리는 영화였다. ⓒ 시네마 시티 /필진네트워크 박형준

우위썬의 진정한 전성기는 '골든 하베스트'를 떠나 영화사 '시네마 시티'로 합류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전설적인 홍콩 느와르인 <영웅본색>이 바로 그 증거다. 모호한 선악이 꿈틀거리는 어두운 세계, 그 속에서 피어나는 사나이들의 우정과 배신, 그리고 감각적인 핏빛 화면을 만들어내는 화려한 총격전 등, <영웅본색>은 이후 홍콩 느와르의 교본 격인 영화로도 볼 수 있다. 사람들은 미래가 암담하다고 생각되면, 곧잘 영웅을 만들어낸다. 1997년으로 다가온 홍콩의 중국 반환을 앞두고, 미래에 대한 홍콩 사람들의 불안이 강해질 무렵, <영웅본색>은 사람들의 그런 심리를 잘 반영한 영화였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형제간의 뜨거운 우정과 오해를 잘 다룬 그 영화 속에서 저우룬파와 장궈룽(장국영)은 그렇게 새로운 영웅이 됐다. 특히 저우룬파는 원래 조연으로 캐스팅됐지만, 주연인 적룡&장궈룽 형제를 압도하는 열정적인 연기로 그 이후부터는 홍콩이 낳은 부동의 스타, 그리고 우위썬의 영화의 절대적인 주연 배우로 군림한다.

그 이후의 우위썬의 영화들은 모두가 하나같이 홍콩 영화의 상징 격으로 통하는 영화들이 대부분이다. 총에 맞아 피를 흘리며, 아내의 출산 소식을 듣던 장궈룽의 전화부스 장면이 명장면이 된 <영웅본색2>는 물론이고, 저우룬파와 함께 '절정'에 서 있었던 영화 <첩혈쌍웅>, 그리고 <무간도> 시리즈의 기본 뼈대가 된 <첩혈속집>, 이례적인 도둑 영화인 <종횡사해> 등은 홍콩 영화 마니아 치고 안본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영화들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무간도>에서 범죄조직으로 침투한 경찰 '진영인' 역을 맡았던 량차오웨이(양조위)가 <첩혈속집>에서도 같은 역할로 등장한다는 것. 지금과는 다른 짧은 헤어스타일이 왠지 어색하게 다가오지만, 그윽한 눈빛과 잘 생긴 외모는 그때도 여전했다. 물론 우위썬의 또다른 걸작인 <첩혈가두>에서도 량차오웨이의 개성을 확인할 수 있다.이 영화들을 보면 <영웅본색> 이후의 우위썬이 확실한 스타일리스트로서 본인의 개성을 완성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모호한 선악의 인물 설정, 범죄가 들끓는 도시 등의 상황 설정은 샘 페킨파의 영향을 받았음을 다분히 증명하다. 하지만 아무리 총에 맞아도 신음만 할 뿐 '절대' 죽지 않는 주인공(죽더라도 드라마틱한 장면에서 죽는다)과 한발의 총알만 맞아도 지푸라기처럼 쓰러지는 악당들같은 독특하면서도 전형적인 설정으로 통하는 엄청난 총격전은 오우삼의 개성을 확실하게 드러내는 장면들이기도 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이런 전성기가 할리우드 진출 이후 그의 발목을 잡게 될 줄은 누가 알았을까?

우위썬, 할리우드로 진출하다

스티븐 시걸과 함께 B급 액션 영화의 걸출한 스타로 통하는 장 끌로드 반담과 손을 잡고, 첫 영화 <하드 타겟>을 연출했지만 그 반응은 썩 좋지 않았다. 할리우드에서 선보이는 그의 아직 죽지 않았던 감각은 그 이후의 영화인 <브로큰 애로우>와 <페이스 오프>를 통해 미국 관객들에게 선보여진다.

주요 캐릭터들의 멋과 품위를 무한대로 끌어올리는 그의 개성이 가장 잘 살아난 영화는 역시 <페이스 오프>였다. 할리우드 진출 이후의 우위썬 감독이 연출하는 영화에 자주 출연했던 존 트라볼타의 경우 한물 갔다고 여겨지던 세간의 평을 <펄프 픽션>, <브로큰 애로우>에서의 출연을 통해 확실하게 뒤집을 수 있었다. 니콜라스 케이지 역시 <더 록>에서 다소 혼란스러운 이미지를 유지했던 것과는 달리 <페이스 오프>에서 선과 악이라는 양면을 오가도 변하지 않는 멋이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 존 트라볼타와 니콜라스 케이지는 현재 할리우드에서 흥행력과 연기력이 동시에 보장되는 몇 안되는 배우로 통한다. 물론 존 트라볼타는 최근에 너무 많은 영화에 출연함으로써, 그 위치가 약간 흔들리고 있지만 말이다.

이 두 영화를 통해 우위썬은 드디어 엄청난 절정을 맞이한다. 바로 특급스타 톰 크루즈가 제작과 주연을 겸하는 액션스릴러 <미션 임파서블2>를 연출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미션 임파서블2>는 그에게 곧 내리막의 시작이 됐다. 그는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정직하고 화려하게 영화를 연출했을 뿐이지만, 전작의 마니아들이 기억하는 것은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이 선보였던 차가운 긴장감이었기 때문이다. 화려한 총격전과 오토바이 질주, 그리고 양념같은 가벼운 유머와 변함없이 날아다니는 비둘기 등, 우위썬으로서는 자신이 선보일 수 있는 모든 것을 선보였지만, 이 영화는 돈은 벌었어도 결국에는 우위썬의 발목을 잡는 영화가 된다. 화려한 스타일이 압도적이었기 때문에 모두들 암묵적으로 거론하지 않던 각본상의 문제점이 이 영화를 통해 본격적으로 지적됐기 때문이다.

그 지적을 의식한듯 우위썬은 그 이후 '첩혈쌍웅의 전쟁편'으로 볼 수 있는 <윈드토커>와 더불어 벤 에플렉, 우마 서먼 주연의 <페이첵>을 야심차게 연출했지만, 혹평은 그를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특히 <페이첵>은 우위썬의 영화로서는 이례적으로 복잡한 각본을 바탕으로 '스릴'을 추구한 영화였지만, '실패한 히치콕 따라하기'라는 평과 함께 '필립 K.딕을 가만히 놔두라'는 극단적인 이야기까지 들었다. 그 길로 <페이첵>은 현재로서는 그가 연출한 마지막 장편영화가 된다. 한동안 니콜라스 케이지와 주윤발 주연의 <랜드 오브 데스티니>라는 영화가 만들어진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그 이상의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미션 임파서블2> 제작 당시의 우위썬과 톰 크루즈 ⓒ 20세기 폭스 /필진네트워크 박형준
<미션 임파서블2> 제작 당시의 우위썬과 톰 크루즈 ⓒ 20세기 폭스 /필진네트워크 박형준

우위썬이 몰락한 이유는…

약간 엉뚱한 관점에서 우위썬을 돌아보고 싶다. <영웅본색> 시리즈와 <첩혈쌍웅>이 만들어지던 그 시절의 우위썬은 홍콩에 있었다. 그런만큼 제작비 등의 사정에서 큰 여유가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제한된 여건에서 영화를 만들자면, 감독에게 그만큼 더 많은 역량을 요구한다. 그 시절의 우위썬은 확실히 독특했다. 기발한 장면 설정과 테크닉 등은 단순히 제작비를 많이 들인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제한된 여건은 우위썬으로 하여금 잠재된 역량과 창의성을 모두 동원하게 만든 것이다.하지만 할리우드에서 쏟아지는 풍부한 자금력은 그로 하여금 그 당시의 번뜩였던 '창의성'을 잃게 만들었다. 제작사가 요구하는 방향 역시 홍콩 영화계와 같을 리가 없었다. 우위썬의, 우위썬에 의한 영화가 만들어지자면 그를 가만히 내버려두는 것이 상책이었지만, 그 풍부한 자금력이 그로 하여금 절박함을 느끼지 않게 했기 때문인지 오우삼 스스로도 특유의 감각을 잃고 있었으므로 할리우드에서 목격된 그의 몰락은 어쩌면 예정된 수순일 수도 있다.

게다가 그의 절정을 장식했던 영화들과는 달리 할리우드에서 그가 연출한 영화들은 특유의 비장미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는 사실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이것 역시 영화가 만들어진 풍토의 차이로 볼 수 있다. 비장미가 사라진 화려한 스타일은 관점에 따라 '겉멋'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 저우룬파가 사라졌기 때문일까?


저우룬파의 흰색 양복은 당시 시대를 말하는 아이콘이기도 하다. ⓒ시네마 시티 /필진네트워크 박형준
저우룬파의 흰색 양복은 당시 시대를 말하는 아이콘이기도 하다. ⓒ시네마 시티 /필진네트워크 박형준

저우룬파와의 '오랜 결별'은 분명하게 그의 날개 한쪽이 사라지는 결과가 됐다. <랜드 오브 데스티니>와 관련된 소식이 더이상 들리지 않았다는 사실은 그래서 더욱 아쉽다. 저우룬파의 우아한 미소와 품위라면 니콜라스 케이지만으로는 연출하기 힘든 다양한 개성이 다시 만발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우위썬이 연출한 총격전을 통해 홍콩 느와르에 매료됐고, 그의 할리우드 진출을 누구보다 반가워 했던 우리나라의 마니아들은 그래서 <랜드 오브 데스티니>가 감감무소식이라는 사실이 더욱 안타까운 것이다.

그 화려한 비둘기떼가 언제 다시 날아올 수 있을까? 어떤 평론가는 <페이첵>에서 벤 에플렉의 뒤에서 날아오는 비둘기의 출현에 잠이 깼다는 풍자와 함께 그를 비판했지만, 저우룬파든, 니콜라스 케이지든, 벤 에플렉이든 그 반가운 비둘기를 다시 보고 싶어하는 관객이 많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뻔해도 좋고, 어느 누구 뒤에서 날아와도 좋다. 그때 그 시절을 살았던 그의 마니아들은 저우룬파의 뒤에서 날아오는 비둘기를 보며 무한한 감동에 젖은 세대들이다. 그 감동을 다시 느낄 수 있다면 더이상 뭘 바랄까? 그 화려한 총격전과 비장한 분위기는 비록 유치해보일 수도 있지만, 오직 우위썬만이 만들 수 있는 성격의 개성이기 때문에 더욱 간절하다. 비둘기의 화려한 날개짓과 같은 그의 부활을 기대해본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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