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영화·애니

“몸살 앓다가 이제 한시름 놓았어요”

등록 2005-12-21 11:54수정 2005-12-21 11:54

‘태풍’ 한가운데 놓인 곽경택 감독 인터뷰

영화 '태풍'(제작 진인사필름)이 20일 오전 관객 200만명을 돌파하며 흥행 기록을 향해 전진하고 있다. 같은 날 미국에서는 메이저 영화 배급사 드림웍스SKG가 내년 '태풍'의 미국 개봉을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아직 정확한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한국영화 사상 최대 규모로 미국과 캐나다에 간판을 내거는 것을 보장받은 것.

이쯤 되면 영화를 만든 감독은 행복해야 하는 것 아닐까. 그러나 아니었다. 곽경택 감독은 최근 보름간 심하게 몸살을 앓았다.

세계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확신과 자신감 속에 영화를 만들었으나 시사회 직후 평단의 뜨뜻미지근한, 혹은 냉정한 반응에 상처를 입었다. 개봉 후 관객의 호응으로 서서히 살아나고 있는 중이긴 하지만 좀 과장을 보태면 지난 보름간은 그에게 아찔한 곡예를 하는 듯한 시간이었다.

하긴 200억원(순제작비 150억원)이 투입된 대작이니 입술이 바짝바짝 마를 만도 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태풍'이 스케일과 스타일, 완성도에서 한국형 블록버스터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점이다. 또 세계 시장을 향한 발걸음에도 청신호가 켜졌으니 이만하면 '태풍'의 존재 가치는 증명된 셈이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자. 곽 감독을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일단 축하한다. 미국에서 좋은 조건으로 개봉할 것 같다.

▲이달 말 드림웍스 배급담당자가 내한해 미국 개봉판 편집에 대해 상의를 할 것이다. 미국 관객의 입맛에 대해 얘기를 나눈 후 그에 맞게 편집을 할 것이다.

--드디어 개봉했다. 예상치 못했던 반응이 있다면.

▲관객이 내용을 좀 어렵게 받아들인다는 것을 알게 됐다. 두 주인공을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낳은 피해자로 그리고 싶었는데 그게 좀 전달이 안된 것 같다.

--드라마가 약하다는 평단의 지적에 공감하나.

▲아직 영화에서 덜 빠져나와서인지 솔직히 그러한 지적에 동의하지 못하겠다. 그런 지적을 받으면 나와 관계자들이 단체로 최면에 걸렸던 것인가 의문이 든다. 반대로 우리의 생각대로 영화를 봐주시는 분들도 있다는 사실이 고맙다. 솔직히 초반에는 '안티 반응'에 몸살을 앓았고 극도로 날카로워지기도 했다. 그러나 첫날 관객이 드는 것을 보고 한시름 놓았다.

--실향민 아버지를 위해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했다. 아버지의 반응은.

▲개봉 전까지 하도 불안해하셔서 중간에 편집본을 보여드렸다. 그랬더니 "(이만하며) 됐다"고 하시더라.(웃음)

--한국영화사상 최고 제작비다. 규모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을 것 같다.

▲'실미도'의 강우석 감독님, '태극기 휘날리며'의 강제규 감독님이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을 것인가 느꼈다. 잠이 안 왔다. 태국에서 쓰나미를 만나 보름간 촬영이 중단되고, 세트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많은 손실이 있었다. 제작비가 오버되면서 내 돈도 많이 들어갔다. 그나마 난 두 분의 성공을 본 후에 시작했으니 두 분보다는 좀 나았을 것이다.(웃음)

--할리우드형 블록버스터를 지향했나.

▲맞다. 우리의 기술력이나 큰 제작비를 다루는 솜씨는 이제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 있다. 내 꿈은 앞으로 우리나라 배우를 주인공으로, 우리나라에서 찍어야만 하는 이야기를 갖고 세계 자본으로 촬영을 하는 것이다. 실제로 '태풍'을 미국에서 찍었으면 제작비가 10배는 더 들었을 것이다.

--후반 30분이 압권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해양 액션에 성공했다.

▲영화의 초ㆍ중반에 아껴둔 제작비를 모두 투입해 마지막 30분을 만들었다. 그 부분이 멋지게 나오지 않으면 우린 다 죽는다고 생각했다.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했다. 천만다행으로 사고가 없었다. 물바다 속에 사방이 전도체였다. 까딱 잘못하면 모두가 큰일나는 상황이었다. 촬영 내내 안전사고 예방에 노이로제가 걸렸을 정도다. 물 하고는 원없이 놀아봤다. (웃음)

--3년간 기획했고 화면에서 다양한 실험을 펼쳤다. '태풍'을 통해 갈증을 해결했나.

▲그렇다. 영상이든 드라마든 누가 뭐라 해도 표현하고자 했던 바를 다 이뤄냈다. 특히 기술적 부분에서는 노하우가 많이 생겼다.

--그런 다양한 실험 속에서 차기 영화에 대한 아이디어가 샘솟았을 것 같다.

▲물론이다. 감독은 원래 작품을 찍으면서 다음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는다. 워낙 스케일이 컸기 때문에 여러 가지 아이템을 얻었다. 그 중에서도 카 체이싱이 흥미를 끌었다. 카 체이싱은 국내에서는 미개척 분야다. 찍으면서 많이 연구했다.

--어떤 확신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나. 이 영화의 오락성은 무엇인가.

▲스케일이 크고 테러 등 다양한 이야기가 녹아 있다.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미국에 꼭 팔겠다고 생각했다. CNN을 통해 매일 전해지는 남북문제와 핵을 다뤘고, 대사의 많은 부분이 외국어다. 우리나라에서도 자막으로 봐야 하는 부분이 많으니 언어적으로 거부감이 없을 것이다. 여기에 천카이거 감독의 '무극'이 잘돼주면 장동건이라는 스타의 덕도 볼 것이라 기대했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 (서울=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