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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윤종찬 감독 “백일몽 같은 삶 영화화한 것”

등록 2005-12-21 15:00수정 2005-12-21 15:00

영화 ‘청연’의 장진영. 씨네21
영화 ‘청연’의 장진영. 씨네21
영화 ‘청연’ 실제 주인공 박경원 친일 논란

장진영 주연 영화 '청연'(감독 윤종찬, 제작 코리아픽쳐스)의 실제 주인공 박경원에 대한 친일 행적 논란이 불거졌다.

박경원은 일제시대 조선 최초의 민간인 여류 비행사로 꼽히고 있다. '최초 여류비행사' 논란이 일어 홍보 문구를 '최초 여류 공군 비행사'로 수정한 바 있는 '청연' 제작진은 29일 개봉을 앞두고 박경원의 친일 행적에 대한 비판에 직면했다.

최근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에는 박경원의 친일 행적을 들춰내는 기사가 실렸다. 박경원이 일본 고이즈미 총리의 할아버지이자 당시 체신장관과 염문설이 있었으며, 박경원이 몰던 비행기 '청연'도 고이즈미 체신장관이 선물한 것이라는 기록, 박경원의 마지막 비행이 만주를 거점으로 삼고자했던 일본 측의 전략이라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에 대해 윤종찬 감독은 21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일제시대 비행사가 됐던 박경원이 친일 인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박경원이라는 이름을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모든 자료가 다 나오는데 영화적으로 각색하겠다고 역사적 사실까지 묻어둘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그 시대 비행사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일본 비행기를 타야 했고, 일본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친일 논란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영화화한 이유에 대해 윤 감독은 "박경원은 역사적 원죄를 지었던 여자다. 꿈을 이루기 위해 달려갔다. 지금 시대에는 다르지만 비행사라는 꿈이 당시에는 이루기 힘든 꿈이었다. 그러나 그에게 '왜 하필 그런 꿈을 갖게 됐느냐'고 말할 수는 없다. 백일몽 같은 슬픈 느낌이 들었다. 일제시대 인물을 두고 친일이냐, 아니냐의 이분법적 관점이 아니라 그 시대에 백일몽 같은 꿈을 품었던 여자의 삶에 관심이 갔다"고 설명했다.


다만 영화에서도 일장기를 들고 일본의 전략에 따라 만주를 향했던 마지막 비행에 대해 정확한 묘사를 했다는 것. "그 행동이 친일적 행동이라는 것을 관객이 분명히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면죄부를 주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고이즈미 장관과의 염문설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고 답했다. 그러나 그는 "당시 일본에서조차 여류 비행사는 요즘 아이돌 스타 같은 위치였다. 일거수 일투족이 가십성 기사로 언론에 보도됐다. 고이즈미 장관은 여자를 꽤 좋아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어 같이 사진만 찍어도 염문설이 나돌았다"고 자신이 파악한 자료에 대해 언급했다.

조선 사람이 봤을 때 박경원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과 일본 측의 가십성 기사가 더해져 그런 염문설이 났을 뿐이지 확인된 바는 없다는 것.

윤 감독은 "당시 여류비행사인 김경호 선생님께도 여쭤봤지만 '염문설이 있기는 했으나 확인되지는 않았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비행기 '청연' 역시 고이즈미 장관이 선물한 것이라는 내용에 대해서는 "당시 모든 항공 담당 업무는 체신부에서 했다. 비행기 한 대가 집 30채 가격이어서 개인이 사기 힘들었다. 모든 비행기 불하 업무 역시 체신부에서 했고, 명의는 체신장관으로 돼 있어 그런 말이 나오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

윤 감독은 끝으로 "영화를 직접 보면 알겠지만 친일 논란 자체를 회피할 생각이 없었다. 다만 영화적으로 끄집어낼 수 있는 한 여자의 삶이 있었기에 관심이 갔고, 꿈을 이루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 또는 감내해야 했던 삶을 들여다보고 싶었다"는 말로 맺었다.

김가희 기자 kahe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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