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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세 소녀와 반려로봇의 유쾌한 연대 -‘블랙미러’ 시즌5

등록 2019-06-15 09:28수정 2019-06-15 09:32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미국 드라마 ‘블랙 미러 5―레이철, 잭, 애슐리 투’
외로운 10대 소녀 레이철(앵거리 라이스)의 유일한 위로는 팝스타 애슐리(마일리 사이러스)와 그의 음악이다. “자신을 믿으면 뭐든지 할 수 있어”라고 노래하는 애슐리의 긍정적인 메시지는 늘 레이철에게 희망과 용기를 준다. 어느 날 애슐리의 인격을 그대로 본뜬 반려로봇 인형 애슐리 투가 출시되고, 생일 선물로 인형을 받은 레이철은 그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하지만 레이철의 언니 잭(매디슨 대븐포트)은 시도 때도 없이 “넌 할 수 있어!”를 외치는 인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넷플릭스에서 가장 사랑받는 오리지널 시리즈로 자리잡은 <블랙 미러>가 다섯번째 시즌을 맞이했다. 지난해 말 기습적으로 공개한 특별판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가 인터랙티브 형식 실험으로 호평을 받은 뒤라, 새 시즌을 향한 기대감이 더 높아진 상황이다. 넷플릭스도 이를 의식한 듯 제작자 찰리 브루커, 애너벨 존스와의 라이브 콘퍼런스를 포함한 대규모 시사회를 개최하는 등 본격 공개에 앞서 적극적인 홍보를 벌인 바 있다.

마침내 이달 초 공개된 <블랙 미러> 시즌 5는 마니아들이 열광하던 초기의 B급 장르물에서 어느덧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콘텐츠가 된 시리즈의 변화를 잘 보여준다. 캐스팅부터 화려하다.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의 팔콘 역으로 잘 알려진 앤서니 매키, 팝스타 마일리 사이러스, 연기파 배우 앤드루 스콧이 각 에피소드의 주연을 맡았다. 내용도 이전과 비교해 많이 부드러워졌다. 특유의 디스토피아적 세계관과 음울하고 뒤틀린 냉소보다는 소셜미디어 중독, 정체성 혼란, 자아 찾기와 우정 등 보편적으로 공감할 만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반려로봇, 홀로그램 아트, 소셜미디어, 가상현실(VR) 비디오게임 등 차용된 기술도 비교적 익숙하다.

이런 변화가 제일 잘 반영된 에피소드가 ‘레이철, 잭, 애슐리 투’다. 하이틴물의 성격이 강한 이 에피소드는 기존 <블랙 미러> 시리즈와 사뭇 다른 장르적 색깔을 띠기에 더 색다른 느낌을 준다. 문명 비판, 성소수자 이슈와 같은 묵직하고 진보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시리즈 안에 10대들의 일상적 고민처럼 ‘소소한’ 이야기를 끌어왔다는 점이 오히려 <블랙 미러>의 다양성을 보여준다. 고유의 문제의식이 약해진 것도 아니다. 인간의 창의력 중에서 특정 세력에 유리한 능력만 선택적으로 추출한다는 설정은 첨단 기술 미디어가 의식을 지배하는 미래에 대한 이 시리즈의 일관된 경고를 담고 있다.

무엇보다 이 에피소드를 흥미롭게 하는 점은 마일리 사이러스의 자의식이 반영된 이야기라는 데 있다. 모두에게 사랑받는 인형 같은 팝스타와 진심으로 원하는 음악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 애슐리 캐릭터에는, 대흥행 시리즈 <한나 몬타나>로 ‘국민 여동생’이 된 이후 성인 아티스트로 변신하면서 지독한 성장통을 겪었던 그의 경험이 투영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같은 아역 출신 주연배우들과의 케미도 좋다. 세 명의 소녀와 반려로봇이 연대하는 후반부의 추격신은 <블랙 미러> 시리즈를 통틀어 제일 유쾌한 장면일 것이다.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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