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영화 '사생결단'의 황정민, 류승범
2005년 가장 대중들에게 주목받은 배우 황정민과 선택마다 화제를 모으는 배우 류승범이 두달째 부산에서 같이 생활하고 있다. 영화 '사생결단'(감독 최호, 제작 MK픽쳐스) 촬영을 위해서다.
'바이준', '후아유' 등 다분히 감성적인 영화를 만들었던 최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1998년 부산을 배경으로 강력계 형사 도진광 경장(황정민)과 마약 판매상 상도(류승범)의 숨막히는 접전을 그리고 있다.
지금까지 여느 영화에서도 보지 못했던 마약을 둘러싼 실제 상황들이 적나라하게 담겨있는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이 살아있다는 평이다. '너는 내 운명'으로 지고지순한 사랑을 보여줬던 황정민이나 '주먹이 운다'에 이어 '야수와 미녀'로 한 템포 쉬어가는 인상을 줬던 류승범이 원래(?) 이미지로 돌아와 거친 남성상을 연기한다.
60% 정도 촬영을 마친 두 사람을 부산 영상위원회 세트장에서 만났다.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 마약이라는 소재가 예전에는 소품 처럼 등장했으나 이렇게 전면적으로 드러내놓고 다룬 적이 없어 눈길이 갔다. 부산이라는 곳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는 것이 놀라웠다. 도진광과 상도는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다. 내 복수를 하기 위해 상도를 이용한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이런 것 아닌가. 서로 치졸하게 이용하고 자기 것은 절대 버리지 못하고. 묘하면서 재미있다.(황정민, 이하 황)
▲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마약과 강력계 형사들에 대해 전혀 아는 게 없는데도 사실적이라고 느껴졌다. 내가 알고 있는 세상이 아니지만, 느낄 수 있는 진심이 담겨 있다. 감독님이 실제 형사와 판매책을 만나 인터뷰해 오랫동안 준비해왔다. 그 쪽 세상은 살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하다. 굉장히 냉정하고 현실적이다. 사람사는 게 다 그렇지 않나. 누구를 이겨야만 한 단계 올라설 수 있다. 부산이란 곳에 대해서도 또다른 면모를 볼 수 있다.(류승범, 이하 류)
--'와이키키 브라더스' 이후 두번째 호흡을 맞추게 됐다. 소감은.
▲ 그 때나 지금이나 똑같은데…(긁적긁적) 사람들이 좀 알아봐준다는 것 정도? 지금도 같은 방 쓰고, 대본 이야기 하고 그렇다. 작품을 할 때 상대배우와 두 작품을 같이 하는 건 크고 소중한 인연 같다. 그래서 고맙고. (황)
▲ 별로 없다. 정민 형이랑 같이 하게 돼 너무 기쁘다. 어느 배우나 마찬가지이겠지만 좋은 배우랑 작업할 때가 굉장히 큰 행복이며 설렘이다. 많은 시너지 효과를 줄 수 있다. 황정민이란 배우와 작품을 하면 허투루 나오지 않겠구나라고 생각한다. 하나도 고민하지 않는 장면이 없어 나에게도 분명 '플러스 알파'가 될 것이다. 선배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 라는 부담감 때문에라도 더더욱 발악하게 된다. (류)
--남자 배우 두 명이 나오는 영화는 꽤 많다. 마약이라는 소재 역시 본격적이지는 않지만 종종 등장했던 소재이고. 다른 영화와 차별을 둬야 하는데.
▲ 자칫하다간 뻔한 영화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 뭐가 중요할까 고민하는데, 하면 할 수록 잘 모르겠다. 외줄타기의 느낌이랄까. 이것도 같고, 저것도 같고. 되게 징글징글하면서 되게 묘하다. 촌스러운 것 같은데 또 굉장히 스타일리시하다. (황)
▲ 두 남자 이야기는 꽤 많다. 다만 관객들이 편 가르지 말고, 저 배우들은 뭉쳐서 이런 느낌이 나는구나 라고 생각해주셨으면 한다. 황정민과 류승범의 작품이 장동건과 이정재가 만났을 때 나오는 것과는 다를 것이다. 여성분들한테 어필하는 게 어려울 것이다. '주먹이 운다'때도 최민식 선배와 늘 이 말을 했다.(웃음)
안봐도 뻔하다고 생각할 게 아니라 분명히 틀린 면이 있다고 생각해주셨으면 한다. 남자들의 이야기가 풍성하게 갈 수 있도록 호기심을 갖고 보면 좋겠다. (류)
--비일상적인 역할이다. 실제로 이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봤는지.
▲ 만나서 인사 정도는 했지만 이야기하는 것을 꺼리더라. 도진광의 성격을 구축하는 건 어쨌든 내가 해내야 하는 거다. 최 감독, 승범이와 이야기하면서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도 경장은 옆은 못보고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같다. 왜 뛰는지도 모르는 채 어쩔 수 없이 달리는 인물같은. 어찌보면 측은한 인물이다. (황)
▲ 내가 지금까지 맡은 역할 중 가장 럭셔리한 이미지다. 그런데 이것 조차도 상도에게는 허상이다. 최대한 범법자로 안보이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신분상승의 욕구가 있다. 난 어쩔 수 없는 범법자이고, 도 경장은 어쩔 수 없는 형사다. 우리 영화는 조폭 영화가 아니라 '생존'에 의미가 있는 영화다.
--부산을 배경으로 한 작품인 만큼 부산 사투리를 쓴다. 입에 붙었나.
▲ 고향이 마산인 까닭에 사투리가 어렵지는 않다. 다만 전국 관객에게 보이는 영화니까 단어를 선택하는데 신경쓰고 있다. (황)
▲ 부산 토박이 배우들이 많이 등장해 그들과 연습 중이다. 오리지널 사투리를 하다보면 뉘앙스가 틀리다. 완전한 사투리를 쓰면 부산에서는 진심이 통하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모를 수 있다. 더 중요한 건 '말의 의미' 아닐까. 얼마전 송강호 선배를 만났는데 큰 용기를 주는 말씀을 해주셨다. '부산 말도 한국말이고, 서울 말도 한국 말이다'라는. 말이 중요한 거지 어떤 말이 중요한 게 아닌 것 같다. 도마 위에 올라 채썰리지 않게는 할 생각이다. (류)
--올해 굉장히 많은 것을 얻었다. 소감과 내년 계획을 말해달라.
▲ 복에 겨운 한 해였다. 내년 4월께 개봉될 '사생결단'이 잘 됐으면 하는 것 외에는 특별한 게 없다. 다만 내년 가을 즈음에는 독립영화나 단편영화를 하고 싶다. '11시13분'이라는 영화를 보면서 내내 그런 생각이 들었다. (황)
▲ 작년부터 부르짖었던 말이 있다. '대흥행'을 한번 해보고 싶다고. 관객 300만명을 부르짖고 있는데 쉽지 않다. 배우에게 흥행은 큰 의미인 것 같다. 유명세를 기대하는 게 아니라 많은 관객에게 자기 영화가 사랑받는 건 작품의 의미를 많은 관객과 공유한다는 말이다. 내 진심을 알아줬으면 하는 끝없는 갈구다. (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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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희 기자 kahee@yna.co.kr (부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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