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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31 18:09 수정 : 2020.01.01 02:34

<파바로티>는 세계적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삶을 재구성한 론 하워드 감독의 다큐멘터리다. 오드 제공

론 하워드 감독 다큐 ‘파바로티’
유쾌한 성격·인간적 면모 담아
‘스리 테너스 실황’ 여전한 전율

<파바로티>는 세계적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삶을 재구성한 론 하워드 감독의 다큐멘터리다. 오드 제공

캠코더 뒤의 목소리가 암으로 죽어가는 성악가 루치아노 파바로티(1935~2007)에게 묻는다. “100년 후에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덥수룩한 수염에 초췌한 몰골의 파바로티가 대답한다. “그런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 오페라를 친근하게 해준 사람으로. 레퍼토리가 다양했던 사람으로. 내 명성만을 위해 새로운 오페라를 추구한 게 아니라는 걸 사람들이 알아주면 좋겠어. 늘 비평의 대상이었으니 용감한 사람으로 기억되면 좋겠네.” 목소리는 다시 묻는다. “한 인간으로서의 파바로티는요?”

<파바로티>는 생전의 방송 인터뷰, 공연 실황, 가족들이 제공한 비공개 영상, 주변 인물 인터뷰 등 풍부한 자료로 파바로티의 인생을 촘촘히 되살려내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초등학교 교사로 합창단에서 노래하다 성악가가 된 스토리부터 ‘하이 시(C)의 제왕’이라 불릴 정도로 뛰어난 실력과 훤칠한 외모, 유쾌한 성격으로 당대 최고 성악가로 올라선 과정, 두명의 아내와 한명의 애인이 얽힌 복잡한 연애사, ‘파바로티와 친구들’ 콘서트를 기획해 유투(U2) 등 세계적 팝스타들과 함께 자선활동을 펼쳤던 행보 등 많은 이들이 잘 몰랐을 이야기가 등장한다. 특히 대기실을 찾아온 지인의 부모를 위해 즉석에서 아리아를 불러주고, 토크쇼에 나와 파스타를 만드는 등 장난꾸러기 소년처럼 항상 주변을 즐겁게 했던 파바로티의 인간적인 면모가 유쾌하다. <뷰티풀 마인드>(2002)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 론 하워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최근 <제이지>(2013), <비틀스>(2016) 등 음악인 다큐에 천착해온 그는 이번에도 탄탄한 만듦새를 선보였다.

<파바로티>는 세계적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삶을 재구성한 론 하워드 감독의 다큐멘터리다. 오드 제공

음악 영화의 힘은 음악과 이야기의 결합에서 온다. 아티스트가 음악을 위해 분투해온 이야기를 보고 있노라면, 수없이 들어 더는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던 노래일지라도 어느새 다시 생명력을 얻는다. 1990년 파바로티와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의 ‘스리 테너스’ 공연 실황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퀸의 ‘라이브 에이드’ 공연을 보는 것 못지않은 전율을 불러일으킨다. 손꼽히는 일류 테너들이 행여 뒤질세라 화려한 기교를 뽐내며 경쟁하면서도 화합하는 장면은 당시 ‘스리 테너스’ 공연이 왜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켰는지 짐작하게 한다. 특히 그의 죽음 위로 울려 퍼지는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의 아리아 ‘네순 도르마’는 이전까지 들어온 그의 어떤 ‘네순 도르마’와도 다르게 들릴 것이다. 1월1일 개봉.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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