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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필진] 예쁜 괴도 ‘천사소녀 네티’를 기억하세요?

등록 2006-01-17 17:09

'네티'와 '세인트', 그리고 '셔얼록'이다.  ⓒ KBS /필진네트워크 박형준
'네티'와 '세인트', 그리고 '셔얼록'이다. ⓒ KBS /필진네트워크 박형준
TV 애니메이션을 한창 볼 그 무렵, 나는 남자 아이들이 많이 본다는 로보트 만화나 액션 만화보다 순정 만화를 더 좋아했다. 그 나이 때에는 이런 이야기를 털어놓으면 놀림당하기 딱 좋은 이야기라 어디 가서 쉽게 이야기할 수 없는 이야기지만 말이다.

하지만 중학생 시절의 친구가 매번 애니메이션 오프닝곡을 흥얼거리던 기억 덕분에 이 이야기를 용기있게 털어놓을 수 있었다. 그 친구가 흥얼거리던 그 노래는 바로 <웨딩 피치>의 오프닝곡이었고, 그 친구는 <웨딩 피치>의 열성팬이었다.

순정 만화를 열심히 보던 내게 있어서 가장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보았던 만화는 바로 <천사소녀 네티>였다. TV 프로그램 시청률 베스트 10순위를 1주일에 한번씩 신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그 시절, 그 많은 TV 프로그램을 제치고 순위권에 목록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던 만화 <천사소녀 네티>, 아련한 그 추억 속으로 한번 들어가보자.

"미안하지만 이건 내가 가져갈께~"


"룰루팡! 룰루피! 룰루~얍!"

룰루팡! 룰루피! 룰루~얍!  ⓒ KBS /필진네트워크 박형준
룰루팡! 룰루피! 룰루~얍! ⓒ KBS /필진네트워크 박형준

이 마법의 주문을 기억하는가? '네티'가 창문을 열면 바람이 휭 하니 분다. 그 바람을 맞으며, '네티'는 언제나 "불쌍한 사람을 도울 수 있도록 허락해달라"고 기도했다. 그러면서 힘차게 외치는 저 주문의 배경에는 늘 화려한 빛과 풍선이 말 그대로 화려하게 펼쳐진다. 평범한 소녀는 이렇게 의적이 되어 불쌍한 사람들을 돕는다.

그런 그녀의 곁에는 있는 친구는 언제나 그 의로운 일의 뒷처리를 해주는 친구이자 수녀인 '세인트'. 홈즈에게는 왓슨 박사가 있다면, 그녀에게는 '세인트'가 있었다. 물론 '네티'는 괴도 루팡에 가깝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녀를 뒤쫓는 고교생 탐정의 이름이 '셔얼록'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명탐정 홈즈>의 영향도 무시할 수만은 없다는 생각도 든다.

그 당시 아이들에게 화제가 되었고, 지금은 20대가 된 그들에게 아련한 추억이 되는 장면은 만화의 마지막 장면이다. 언제 그랬듯이 성공적으로 물건을 훔친 '네티'는 "미안하지만 이건 내가 가져갈게"라는 한마디와 함께 미소를 남기고 애드벌룬을 타고 달아났으며, 그녀를 놓쳤다는 자책감에 발에 땀나듯이 뛰어다니던 '셔얼록'은 매번 같은 말을 남긴다.

"기다려! 천사소녀!"

유치하기 짝이 없는 장면이지만, 그 시절의 유치함은 언제나 추억이 되는 법이다. 늘 쫓고 쫓기는 그들은 결말 부분에서 기적같은 로맨스를 나눈다. 이 기적같은 로맨스는 주시청자인 여자 어린이들에게 '셔얼록'에게 '결혼하고 싶다'는 환상을 남겼다.

일본 만화의 주된 경향이 느껴지는 <천사소녀 네티>

개인적으로 일본만화를 보며 알 수 없는 미소를 흘리는 전형적인 장면들이 있다. 얼굴의 반은 족히 차지할 법한 큰 눈과, 부모인지 친구인지 헷갈릴 정도로 너무 젊은 부모들의 모습들이 바로 그런 장면들이다.

<천사소녀 네티> 역시 그런 경향에서 피해갈 수는 없었던 것 같다. '네티'와 '셔얼록', 그리고 '세인트'의 눈은 실제로 얼굴의 반이 넘는 큰 눈을 가지고 있다. 주인공들의 이런 '큰 눈'을 보며, 그들의 눈의 크기를 본인의 눈의 크기와 얼굴과의 비례 등을 새삼 돌아보던 어린이들이 지금도 많을 것이라고 본다.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눈이 작은 편인 일본인들의 컴플렉스가 드러나는 장면으로 볼 수도 있지만, 주인공의 큰 눈은 그 인물의 됨됨이를 짐작할 수 있으며, 실제로 더 예뻐보인다는 점에서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착한 사람의 눈은 언제나 맑고 크게 빛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너무 젊은 부모들의 모습은 가끔씩 어이없는 웃음을 주었다. 어린 아이들에게는 정말 이들이 부모인지 꽤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고민을 남긴다.

게다가 이들은 늘 주인공들에게 다정하기 그지 없는 모습만을 보여준다. 붕괴되는 현대 가정의 모습이 일체 배제된 그들 가정을 통해 만화는 우리에게 모범적인 가정 본연의 모습을 보여준다. 교훈을 준다면 꽤 주겠지만, 지나치게 환상만을 보여준다는 아쉬움도 다소 남는다.

그래도 '네티'는 사랑스럽다

"불쌍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도록 허락해주세요"  ⓒ KBS /필진네트워크 박형준
"불쌍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도록 허락해주세요" ⓒ KBS /필진네트워크 박형준

1988년에 리메이크된 <요술 공주 샐리>, <요술 공주 밍키>, <달빛의 전설 세일러문>, <웨딩 피치> 등의 만화는 모두 예쁜 주인공 캐릭터를 영웅으로 그리는 만화다. 사랑스러운 이미지와 전투적인 이미지의 성공적인 결합이다. 즉, 순정 만화의 일대 변화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네티'는 방법은 그다지 긍정적으로 볼 수는 없지만, 어쨌든 목적은 옳다는 사실과 함께, 선악이 상식적으로 정립되지 않은 현실에 대한 지적도 잊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에게는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면도 있다. 물론 '흉내내서는 안된다'는 만화 자체에 대한 지적을 부모가 잊으면 안되지만 말이다.

추억 속의 '네티'는 벌써 10년에 가까운 발간 기간동안 늘 '초등학교 2학년'인 <명탐정 코난>의 '코난'처럼 여전히 고등학생이다. 우리가 계속 나이를 먹더라도 '네티'와 '셔얼록'은 늘 고등학생의 이미지로 영원히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도 모르게 같이 외쳤던 '셔얼록'의 그 비통한 레퍼토리를 즐겁게 외치면서 말이다.

"기다려! 천사소녀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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