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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여름 스크린 씹어먹은 당신들, 조연이었소?

등록 2020-08-26 04:59수정 2020-08-26 07:31

[여름 영화시장의 빛나는 승자들]
‘다만악…’ 트랜스젠더 역 박정민
‘강철비2’ 잠수함 부함장 신정근
‘반도’ 카체이싱 이레·악역 구교환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트랜스젠더 유이 역을 맡아 극찬받은 배우 박정민(맨 왼쪽). 씨제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트랜스젠더 유이 역을 맡아 극찬받은 배우 박정민(맨 왼쪽). 씨제이엔터테인먼트 제공

26일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신작 <테넷> 개봉을 계기로 여름 영화 시장이 끝물로 치닫고 있다. 해마다 여름에는 각 투자·배급사 텐트폴(한 해의 핵심이 되는 대작) 영화의 각축전이 펼쳐진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영화계 역시 최악의 시즌을 보내야 했다. <반도> <강철비2: 정상회담>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이하 <다만악>) 등이 선전했지만, 그간의 여름 시장 성적과 견주면 아쉬웠던 게 사실이다. 그나마 <다만악>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 400만 관객을 돌파한 정도가 위안거리다. 하지만 올여름 영화가 관객에게 안긴 또 다른 기쁨도 있다. 여름 ‘빅3’ 영화에서 유독 조연의 활약이 눈부셨다는 점이다. “올여름의 진짜 승자는 보석 같은 조연들”이라는 말이 나오는 까닭이다.

<다만악>은 지난 5일 개봉 이후 25일 현재까지 한번도 박스오피스 정상을 내주지 않았다. <신세계> 이후 7년 만에 만난 황정민·이정재의 고강도 액션도 흥행 요인이지만, 많은 이들은 트랜스젠더 유이를 연기한 박정민을 극찬한다. 여러 작품에서 주연급으로 활약한 박정민은 이번 작품에선 기존 이미지를 깨는 능청스러운 연기로 쇳가루 날리는 액션 누아르에 윤활유를 쳤다.

전작 <오피스>에서 박정민과 작업한 바 있는 홍원찬 감독은 “스마트하면서도 남성적인 선을 지닌 박정민의 이미지가 여성성과 충돌하면 재밌을 것 같아 캐스팅했다”며 “선입견이 있을 수 있는 캐릭터인데,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적절한 톤으로 완벽한 연기를 보여줬다”고 치켜세웠다. 홍 감독은 박정민의 장점으로 철저한 준비성을 꼽았다. 그는 “촬영 내내 다이어트를 하고 의상을 직접 골라 오는가 하면, 타이 현지에서 트랜스젠더를 만날 만큼 치열한 열정과 고민을 보여줬다”며 “이런 모습이 관객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 &lt;강철비2: 정상회담&gt;에서 북한 핵잠수함 백두호 부함장 역을 맡아 눈부신 활약을 펼친 배우 신정근.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잠수함 백두호 부함장 역을 맡아 눈부신 활약을 펼친 배우 신정근.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남북문제를 지극히 현실적으로 녹여낸 <강철비2>에선 후반부 잠수함 액션이 백미다. 이 장면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북한 핵잠수함 백두호의 부함장을 연기한 신정근이다. 따뜻하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영화 후반부를 이끈다. 1987년 연극 무대에서 연기를 시작해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넘나들며 행랑아범(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등 감초 구실을 톡톡히 해온 그는 요즘 “50대 중반에 최전성기를 맞았다”는 얘기까지 듣는다. “그동안 주연을 받치는 수비수만 하다 이번에 처음으로 공격수가 된 것 같다”는 신정근은 “촬영 때는 뭔지 모르고 열심히 했는데, 요즘은 주변에서 ‘인생캐(릭터)’라고들 하더라”고 전했다.

양우석 감독은 “한국의 토미 리 존스 같아서” 그를 캐스팅했다고 했다. “표정은 뚱한데 챙길 건 다 챙기는 프로페셔널 같은 이미지 때문”이란다. 양 감독은 “신정근은 20년 전부터 연기 잘하기로 유명한데다 세월을 몸으로 체화한 배우”라며 “부함장이 주인공 역할을 한 대통령의 영역을 너무 침범해 밸런스가 무너지면 어쩌나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신정근·정우성 두 배우의 케미로 그 우려를 날렸다”고 말했다.

영화 &lt;반도&gt;에서 중학생 준이 역을 맡아 강렬한 카체이싱 장면을 연기한 아역 배우 이레. 뉴 제공
영화 <반도>에서 중학생 준이 역을 맡아 강렬한 카체이싱 장면을 연기한 아역 배우 이레. 뉴 제공

코로나19 위기를 뚫는 첨병으로 나섰던 <반도>에선 중학생 준이가 운전대를 잡은 카체이싱 장면이 압권이다. 준이를 연기한 14살 배우 이레는 어른 주인공인 강동원·이정현보다 훨씬 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연상호 감독은 어린 여중생이 차로 좀비 떼를 쓸어버리는 이미지에서 <반도>의 구상을 떠올렸다고 했다. 연 감독은 “강인한 아이를 연기할 아역 배우를 찾던 중 <7년의 밤>에서 깊은 인상을 받은 이레를 떠올렸다”며 “만나보니 스스로 머리를 잘랐으면 좋겠다고 할 정도로 강한 의욕을 보여 준이 역으로 낙점했다”고 말했다. 운전면허가 없는 이레는 시뮬레이터로 운전 연습을 하고, 무술감독 지도를 받아 무술 합을 짜듯 핸들과 기어를 격렬하게 조작하는 연기를 소화했다.

영화 &lt;반도&gt;에서 631부대 지휘관 서 대위 역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우 구교환. 뉴 제공
영화 <반도>에서 631부대 지휘관 서 대위 역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우 구교환. 뉴 제공

631부대 지휘관 서 대위를 연기한 구교환도 <반도>를 통해 떠오른 배우다. 언뜻 유약하고 불안해 보이지만 결정적인 순간엔 잔혹한 모습으로 돌변하는 서 대위를 신경질적인 목소리와 몸짓으로 표현해냈다. 구교환은 독립영화계에서 감독과 배우로 이미 유명한 스타였지만, <반도>를 통해 더 많은 이들에게 얼굴과 이름을 알렸다. 연 감독은 “<메기>에서 구교환이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애매모호하게 끌고 가는 게 좋아서 서 대위 역에 캐스팅했다”며 “작업해보니 직관적인 연기도 좋고, 본인도 연출을 해본 사람으로서 감독의 의도를 잘 이해하는 영화적 감각이 좋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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