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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홀리데이…현실과 멀어진 ‘유전무죄, 무전유죄’

등록 2006-01-18 18:04수정 2006-01-19 13:48


근래의 실화를 영화로 옮기는 일은 버겁다. 〈실미도〉 〈살인의 추억〉처럼 피해자든 가해자든, 그저 아련한 기억이든 살아 있게 마련이고, 그것으로 인해 과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기 쉽다. 영화의 미화적 아니면 부정적 시선 어느 것도 자유롭기 어렵다.

영화적 상상력을 상당 부분 웃댔지만, 〈홀리데이〉(양윤호 감독)의 미덕은 그 고단함을 애써 껴안았다는 데 있다. 1988년, “유전무죄, 무전유죄”로 시대의 공분을 외쳤던 탈주, 인질강도범 지강헌을 영화는 전면에 내세운다. 그는 사살됐지만, 이후 인질 누군가는 “충격과 혼란의 16시간, 그들은 인간적이었다”란 제목의 수기를 쓰기도 한다.

때는 88 서울올림픽이 끝난 직후. 대로는 깨끗했지만 뒷골목은 더러운 모든 것을 질서 없이 감췄던 시대. 강제 철거도 한창이었다. 지강혁(이성재)은 깡패나 다름없는 철거용역반과 다투다가 동생을 경찰관 김안석(최민수)이 쏜 총탄에 잃는다. 강혁의 타오를 듯한 분노는 안석을 향한 것이며, 시대를 향한 것이 된다. 대통령 친인척이 560억원을 횡령하고도 7년형을 받은 반면, 강혁은 560만원을 절도한 죄로 징역 7년 보호감호 10년을 선고받는다. 게다가 안석이 교도소 부소장으로 부임하자, 강혁은 탈옥을 결심한다.

영화는 자칫 모호해질 법한 시대를 향한 분노를 가공인물 ‘안석’에 대한 적의로 치환해 극적 긴장의 틀거지를 마련한다. 하지만 원초적 분노를 표정과 몸짓으로 절제하며 토해내는 이성재와, 대사로 모든 것을 풀어내는 최민수의 조합이 결과적으론 이 장치의 힘을 제로섬으로 만든다.

지강헌은 인질극을 벌이던 당시 비지스의 〈홀리데이〉를 틀어달랬지만 경찰은 스코피언스의 동명곡을 틀어준다. 영영 미완의 탈주였던 셈이다. 그가 복역을 마쳤다면 올해가 된다. 보호감호법은 지난해야 사라졌고, 함께 탈주했던 이 가운데, 가장 어렸던 극중 최민석(여현수)은 아직도 복역 중이다. 이처럼 현재와 깊게 연루된 소재를 영화는 ‘다뤘다’는 것 말고는 그 어떤 미덕을 구현하지 못한다. 지나치게 비장하고 과장되어 퍽 현실과 멀어진 탓이다. 19일 개봉.

임인택 기자, 사진 현진시네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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