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일정을 2주 연기하고 규모를 줄여 개최하기로 한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상황이 악화할 경우 온라인 전환이 아니라 영화제를 전면 취소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용관 영화제 이사장은 14일 열린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나 3단계로 가면 영화제를 해선 안 된다”며 “2단계를 임계선으로 보고, 이를 넘을 경우 정부·부산시와 (취소 문제를) 의논하겠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또 “영화제를 못 할 경우 온라인 개최에 미련을 두지 않겠다”며 “저작권 문제와 온라인 상영을 난감해하는 출품자들의 의사를 존중해 올해 선정작을 내년으로 넘겨 프랑스 칸영화제, 독일 베를린영화제 등과 공유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이사장은 “상영작 온라인 예매를 시작하는 10월 중순께 개최 여부를 최종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칠중주: 홍콩 이야기> 스틸컷.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앞서 영화제는 지난 11일 임시총회를 열어 애초 10월7~16일이었던 개최 일정을 2주 뒤인 10월21~30일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또 개·폐막식과 레드카펫은 물론 많은 관객이 모이는 야외무대 인사, 오픈 토크 등은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국외 영화 관계자 초청, 리셉션, 파티 등도 모두 취소했다.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 아시아프로젝트마켓, 비프 포럼은 온라인으로 연다.
이번 영화제에선 68개국 192편을 상영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출품작 자체가 줄면서 예년의 300여편 수준에 크게 못 미쳤다. 영화제는 192편을 부산 영화의전당 5개 스크린에서만 상영하기로 했다. 지난해에는 1편당 2~3회 상영했으나, 올해는 1편당 1회씩만 상영한다. 좌석 간 거리두기로 관객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티켓 예매는 온라인으로만 진행하며, 현장 매표소는 운영하지 않는다.
개막작은 홍콩의 거장 감독 7명이 참여한 옴니버스 영화 <칠중주: 홍콩 이야기>다. 훙진바오(홍금보), 쉬안화(허안화), 위안허핑(원화평), 조니 토(두기봉), 쉬커(서극) 등 7명이 1950년대부터 근미래까지의 홍콩을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본 10여분짜리 7편을 모았다. 폐막작은 애니메이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다. 이누도 잇신 감독의 2003년 작 동명 영화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것이다.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스틸컷.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올해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과 관객상을 받은 <미나리>도 관심작이다. 한국계 감독 리 아이작 정이 연출하고, 스티븐 연·한예리·윤여정이 출연했다. 베를린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수상한 <사탄은 없다>도 눈길을 끈다. 최근 폐막한 베네치아(베니스)영화제에서 개막작 <끈>을 비롯해 황금사자상을 놓고 경쟁한 작품들도 대거 선보인다.
올해 칸영화제가 영화제를 취소하면서 다른 영화제에서 상영해줄 것을 희망한 ‘칸 2020 선정작’ 56편 중 23편을 부산영화제에서 상영한다. 개막작 <칠중주: 홍콩 이야기>를 비롯해 가와세 나오미의 <트루 마더스>, 왕자웨이(왕가위)의 <화양연화> 복원판, 케이트 윈즐릿·시어셔 로넌이 주연한 <암모나이트>, 배우 비고 모텐슨의 감독 데뷔작 <폴링>, 디즈니와 픽사의 새 애니메이션 <소울> 등이다.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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