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힘을 서양인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아시아는 하나입니다. 아시아의 인재들이 뭉쳐 좋은 작품을 만들면 서양인도 아시아 영화를 인정하게 될 것입니다."
한ㆍ중ㆍ미가 합작해 만든 판타지 대작 '무극'의 천카이거 감독(54)은 '무극'이 갖는 '범 아시아적 힘'을 강조했다. 특정한 국가의 작품이 아니라 아시아, 동양의 색깔과 특색을 강조한 영화라는 것. 실제로 이를 무기로 '무극'은 미국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른 데 이어, 현재 아카데미영화제 외국어영화상 후보작 진출을 기대하고 있다. 또 베를린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도 초청됐다.
'무극'의 26일 개봉을 앞두고 내한한 그를 20일 오후 신라호텔에서 만났다. 건장한 체구의 천카이거 감독은 영화에 대한 세심한 해설과 더불어 서양에 대항해 아시아 영화의 힘을 키워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장동건이 주연을 맡아 국내에서 일찌감치 화제가 된 '무극'은 시공간을 알 수 없는 미지의 대륙을 배경으로 빛보다 빠른 쿤룬(장동건 분)과 왕비 칭청(장바이즈), 대장군 쿠앙민(사나다 히로유키) 간의 엇갈린 사랑을 그렸다.
다음은 일문일답.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수상은 실패했다. 서운하지 않았나.
▲그렇지 않다. 기대를 별로 하지 않았고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그러나 아카데미영화제는 어느 정도 기대를 하고 있다. --아카데미나 골든글로브나 똑같이 미국 시상식 아닌가. ▲그렇긴 하지만 두 영화제의 성격은 다르다. '무극'은 골든글로브보다 아카데미와 성격이 맞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카데미에서도 역시 외국어영화상 후보작 5편에 뽑히길 바라는 것이다. 31일 오후 후보작을 발표하는 데 미국 관계자들의 스크리닝 반응이 매우 좋아 기대를 하고 있다. 예측 못했던 부분인데 영화를 보고 난 후 일제히 장동건 얘기를 하더라. 그래서 무척 놀랐다. 그만큼 장동건이 미국인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준 것 같다. --'무극'의 버전이 모두 몇 가지인가. 국내 버전이 중국 버전보다 많이 짧다. ▲세 가지다. 중국 대륙 버전과 한국ㆍ미국 버전, 그리고 일본 버전이다. 모두 현지 배급사에서 결정했다. --장동건을 왜 선택했고, 어떤 성과를 거뒀나. ▲장동건은 500년에 한번 나올 배우다. 잘생긴 데다 연기까지 잘한다. 중국과 미국 관객이 영화를 보고 나면 하나같이 장동건이 연기한 '쿤룬' 캐릭터를 가장 좋게 평가한다. 그것은 배우의 연기가 훌륭했다는 얘기다. 장동건에게는 내면에서 뿜어나오는 묘한 매력이 있다. 이제 그는 한국 배우라기보다는 아시아 전역에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 --그런 장동건이 첫 장면에서 네 발로 뛰는 모습을 보면 한국 관객은 당황할 것 같다. ▲극중 모든 인물은 절망에 빠져 있고 그것을 이겨나가려 한다. 장동건이 연기한 노예 '쿤룬'은 태어나면서부터 "넌 두 발로 설 수 없어"라고 교육받았다. 그러니 네 발로 달릴 수밖에 없다. 자신의 운명이다. 하지만 어떤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도 두 발로 설 수 있음을 알게 되고 그로부터 변화하게 된다. 자신의 결정으로 절망을 이겨나가는 과정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캐릭터다. --한국, 중국, 일본 등 3개국 배우를 기용했다. 혹시 각 배우가 각자의 나라를 상징하는 등의 어떤 의미가 있나. ▲어떤 정치적 의도는 없다. 영화는 그 자체로 봐야 한다. 그래도 굳이 그렇게 보겠다면 그것은 상상에 맡기겠다. 아시아는 하나라고 생각한다. 아시아 각 나라의 훌륭한 인재들이 모여서 서양인에 대항해 아시아의 힘을 보여주고 싶었다. 지금 중국에서 한국의 문화가 인기를 끄는 것은 한국 문화의 질이 높기 때문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아시아가 뭉쳐 좋은 작품을 만들어 서양에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유럽은 어느 정도 아시아를 이해하지만 북미는 아시아를 이해하지도 않고 인정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렇게 아시아가 뭉쳐서 가면 언젠가는 인정받지 않겠는가. --'반지의 제왕' 등과 비교해 동양적 판타지의 특징은 뭔가. ▲이번 영화에서 CG가 만족할 만한 정도가 아니라는 것은 안다. 하지만 아시아에도 이런 영화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고, 동양의 판타지에는 서양이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있음을 알리고 싶었다. 특히 동양의 색채에 신경 썼다. 일부러 밝고 깨끗한 색을 씀으로써 우리도 젊은 영화가 있음을 보여주려 했다. 또 공격적이고 과감한 힘을, 운명에 도전하는 모습을 그리고자 했다. --바탕을 둔 중국 설화가 있나. ▲'쿤룬'은 태양을 쫓아 달리는 빠른 남자 '콰푸'를 모델로 했다. 이밖에 바다에 돌을 하나씩 던져넣음으로써 결국 바다를 돌로 다 채우는 '찐웨이'라는 새의 이야기와 어리석은 사람이 산을 옮긴다는 '우공이산' 설화 등이 영화에 녹아 있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 (서울=연합뉴스)
▲그렇지 않다. 기대를 별로 하지 않았고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그러나 아카데미영화제는 어느 정도 기대를 하고 있다. --아카데미나 골든글로브나 똑같이 미국 시상식 아닌가. ▲그렇긴 하지만 두 영화제의 성격은 다르다. '무극'은 골든글로브보다 아카데미와 성격이 맞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카데미에서도 역시 외국어영화상 후보작 5편에 뽑히길 바라는 것이다. 31일 오후 후보작을 발표하는 데 미국 관계자들의 스크리닝 반응이 매우 좋아 기대를 하고 있다. 예측 못했던 부분인데 영화를 보고 난 후 일제히 장동건 얘기를 하더라. 그래서 무척 놀랐다. 그만큼 장동건이 미국인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준 것 같다. --'무극'의 버전이 모두 몇 가지인가. 국내 버전이 중국 버전보다 많이 짧다. ▲세 가지다. 중국 대륙 버전과 한국ㆍ미국 버전, 그리고 일본 버전이다. 모두 현지 배급사에서 결정했다. --장동건을 왜 선택했고, 어떤 성과를 거뒀나. ▲장동건은 500년에 한번 나올 배우다. 잘생긴 데다 연기까지 잘한다. 중국과 미국 관객이 영화를 보고 나면 하나같이 장동건이 연기한 '쿤룬' 캐릭터를 가장 좋게 평가한다. 그것은 배우의 연기가 훌륭했다는 얘기다. 장동건에게는 내면에서 뿜어나오는 묘한 매력이 있다. 이제 그는 한국 배우라기보다는 아시아 전역에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 --그런 장동건이 첫 장면에서 네 발로 뛰는 모습을 보면 한국 관객은 당황할 것 같다. ▲극중 모든 인물은 절망에 빠져 있고 그것을 이겨나가려 한다. 장동건이 연기한 노예 '쿤룬'은 태어나면서부터 "넌 두 발로 설 수 없어"라고 교육받았다. 그러니 네 발로 달릴 수밖에 없다. 자신의 운명이다. 하지만 어떤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도 두 발로 설 수 있음을 알게 되고 그로부터 변화하게 된다. 자신의 결정으로 절망을 이겨나가는 과정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캐릭터다. --한국, 중국, 일본 등 3개국 배우를 기용했다. 혹시 각 배우가 각자의 나라를 상징하는 등의 어떤 의미가 있나. ▲어떤 정치적 의도는 없다. 영화는 그 자체로 봐야 한다. 그래도 굳이 그렇게 보겠다면 그것은 상상에 맡기겠다. 아시아는 하나라고 생각한다. 아시아 각 나라의 훌륭한 인재들이 모여서 서양인에 대항해 아시아의 힘을 보여주고 싶었다. 지금 중국에서 한국의 문화가 인기를 끄는 것은 한국 문화의 질이 높기 때문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아시아가 뭉쳐 좋은 작품을 만들어 서양에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유럽은 어느 정도 아시아를 이해하지만 북미는 아시아를 이해하지도 않고 인정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렇게 아시아가 뭉쳐서 가면 언젠가는 인정받지 않겠는가. --'반지의 제왕' 등과 비교해 동양적 판타지의 특징은 뭔가. ▲이번 영화에서 CG가 만족할 만한 정도가 아니라는 것은 안다. 하지만 아시아에도 이런 영화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고, 동양의 판타지에는 서양이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있음을 알리고 싶었다. 특히 동양의 색채에 신경 썼다. 일부러 밝고 깨끗한 색을 씀으로써 우리도 젊은 영화가 있음을 보여주려 했다. 또 공격적이고 과감한 힘을, 운명에 도전하는 모습을 그리고자 했다. --바탕을 둔 중국 설화가 있나. ▲'쿤룬'은 태양을 쫓아 달리는 빠른 남자 '콰푸'를 모델로 했다. 이밖에 바다에 돌을 하나씩 던져넣음으로써 결국 바다를 돌로 다 채우는 '찐웨이'라는 새의 이야기와 어리석은 사람이 산을 옮긴다는 '우공이산' 설화 등이 영화에 녹아 있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 (서울=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