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 포스터. /필진네트워크 이장
최근 들어 몇편의 영화를 다시 보면서 영화 다시 보기의 매력에 대해 알게 된 것 같다.
"흐르는 강물처럼" 은 다시 보기의 매력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만든 영화다. 이 영화는 93년도 쯤엔가 친구의 소개로 보게 되었는데 그 당시에 처음 보면서도 잔잔한 가족애와 형제애에 감동했던 기억이 난다. 플라이 낚시의 아름다운 장면들과 함께.
미국에 와서 플라이 낚시를 접하게 되었다. 한국에서도 거의 낚시를 하지 않았던 내가, 플라이 낚시를 할 기회가 주어졌을때 망설이지 않고 함께 가고 싶다고 말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이 영화 때문이다. 영화에서만 보던 아름다운 장면에 내가 주인공으로 나서게 된다는 생각만으로도 행복했다. 두 번의 플라이 낚시 경험은 정말 좋았다. 흐르는 계곡물에 멋지게 낚시줄을 던지고(솔직히 고백하자면 브래드 피트의 흉내를 내보려고 괜히 멋지게 던지려다 낚시줄이 나뭇가지에 걸린 적도 많았다) 낚시줄을 당기면서 물소리를 듣는다. 지금까지 했던 두 번의 낚시 여행 중 첫번째 낚시 여행이 특히 좋았는데 그건 그날 눈이 내렸기 때문이다. 울창한 나무 숲에 둘러싸인 계곡에 발을 담그고 낚시줄을 던질 때 하늘에서는 흰 눈송이가 내렸다. 마치 하늘과 물과 숲과 내가 하나가 되는 기분이었다. 물고기는 못 잡아도 상관없었고 아름다운 곳에 내가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행복했었지만 나는 이 첫번째 플라이 낚시에서 커다란 무지개 송어 한 마리를 잡는 행운도 얻었다. 기쁘고 행복한 순간이었다.
다시 영화 얘기로 돌아가자. 두번째 플라이 낚시를 하면서 영화를 다시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실제로 플라이 낚시를 해보았으니 예전에 보았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 같았고 이 예상은 정말로 맞아 떨어졌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낚시가 아니더라도 이 영화를 10여년이 지나서 다시 보는 것 자체가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세 부자 또는 형제의 플라이 낚시 장면은 내가 가지게 된 약간의 낚시에 대한 지식과 어울려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다. 영화 첫머리에서 "우리 가족에겐 종교와 플라이 낚시 사이에 분명한 경계가 없었다"고 말한 것 처럼 그들에게 있어서 플라이 낚시는 단순한 오락거리가 아니라 삶 자체를 성찰하는 시간이자 가족 간의 유대를 강하게 만드는 끈이었다.
우리 삶이 항상 그렀듯이, 어느 가족에게나 아픈 십자가가 한둘은 있다. 어떤 가족에는 많이 아픈 사람이 있기도 하고 어떤 가족은 너무 가난해서 힘겹기도 하다. 영화에 나오는 맥클레인 가족은 참 도덕적인, 그래서 때론 너무 엄격한 가족이지만 두 형제의 성장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가진다. 그러나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동생, 폴 맥클레인의 일탈은 이 단란한 가정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나는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하나의 시공간 처럼 보이지만 사실, 주파수가 다른 몇개의 세상이 존재한다는 생각을 자주 해왔다.(물론 이 다른 세상들은 과학적인 개념이 아니라 상징적인 개념이다). 그래서 동생 폴이 형 노먼과 함께 집으로 가다가 도박장으로 새는 장면은 폴이 좀 더 어둡고 소외된 세상을 선택하는 것을 상징하는 장면으로 느껴진다. 어둡고 스산한 도박장내의 풍경과 함께 도박꾼들과의 실랑이 끝에 형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려다 " 내 손이 뜨거워. 난 그걸 느껴"하면서 형을 먼저 보내는 폴의 눈빛에서 그가 돌아가려는 좀 더 어두운 세상을 예감하게 되는 것이다. 폴 맥클레인은 죽는다. 그것이 그가 선택한 세상의 결말이었고 그가 속한 가족이 짊어져야 할 평생의 아픈 십자가였다.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형은 그 아픈 십자가를 떨쳐버리려 애썼겠지만 결국 그러지 못했을 것이다. 그 십자가는 그들 삶의 한 부분이었을테니까.... 그래서 영화 끝무렵에서 아버지 맥클레인 목사가 한 마지막 설교는 더 감동적이다. "we can love completely without complete understanding" 작은 아들을 결코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를 완전히 사랑할 수 있다는 아버지의 말은 세상의 어느 말로도 표현하기 힘든 깊은 가족애를 느끼게 한다. 감독 로버트 레드포드의 철학이 있는 연출과 노먼 역의 크레이크 쉐퍼, 폴 역의 브래드 피트, 아버지 역의 톰 스커릿, 어머니 역의 브렌다 브레신, 노먼의 아내 제시 역의 에밀리 로이드의 뛰어난 연기, 자전적인 실화에 바탕을 둔 원작의 감동, 그리고 아름다운 강.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이 훌륭한 영화를 만들었다. 나는 아마 앞으로도 플라이 낚시를 하게 될 때 마다 이 아름다운 영화를 떠 올리게 될 것 같다. 영화를 보고서 한국에 있는 동생에게 전화를 했다. 우리 집도 영화에 나오는 맥클레인 형제처럼 형제 둘 뿐이다. 나와 동생은 영화 속의 형제처럼 성격도 참 다르다. 그리고 각자 걸어온 길도 사뭇 다르다. 방황하지 않고 성장한 사람은 없겠지만 내 동생은 나보다 더 힘든 방황의 길을 겪었고 지금도 나 보다는 더 힘겨운 길을 가고 있다. 영화를 보며 지난날 동생이 많이 방황할 때, 내가 많이 힘이 되어주지 못한 것이 새삼 참 마음아프게 느껴졌다. 시골에 아담한 집을 한 채 지어 아버지,어머니, 내 식구, 동생 식구가 함께, 소박하지만 행복하게 사는 꿈을 꾸어본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우리 삶이 항상 그렀듯이, 어느 가족에게나 아픈 십자가가 한둘은 있다. 어떤 가족에는 많이 아픈 사람이 있기도 하고 어떤 가족은 너무 가난해서 힘겹기도 하다. 영화에 나오는 맥클레인 가족은 참 도덕적인, 그래서 때론 너무 엄격한 가족이지만 두 형제의 성장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가진다. 그러나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동생, 폴 맥클레인의 일탈은 이 단란한 가정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나는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하나의 시공간 처럼 보이지만 사실, 주파수가 다른 몇개의 세상이 존재한다는 생각을 자주 해왔다.(물론 이 다른 세상들은 과학적인 개념이 아니라 상징적인 개념이다). 그래서 동생 폴이 형 노먼과 함께 집으로 가다가 도박장으로 새는 장면은 폴이 좀 더 어둡고 소외된 세상을 선택하는 것을 상징하는 장면으로 느껴진다. 어둡고 스산한 도박장내의 풍경과 함께 도박꾼들과의 실랑이 끝에 형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려다 " 내 손이 뜨거워. 난 그걸 느껴"하면서 형을 먼저 보내는 폴의 눈빛에서 그가 돌아가려는 좀 더 어두운 세상을 예감하게 되는 것이다. 폴 맥클레인은 죽는다. 그것이 그가 선택한 세상의 결말이었고 그가 속한 가족이 짊어져야 할 평생의 아픈 십자가였다.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형은 그 아픈 십자가를 떨쳐버리려 애썼겠지만 결국 그러지 못했을 것이다. 그 십자가는 그들 삶의 한 부분이었을테니까.... 그래서 영화 끝무렵에서 아버지 맥클레인 목사가 한 마지막 설교는 더 감동적이다. "we can love completely without complete understanding" 작은 아들을 결코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를 완전히 사랑할 수 있다는 아버지의 말은 세상의 어느 말로도 표현하기 힘든 깊은 가족애를 느끼게 한다. 감독 로버트 레드포드의 철학이 있는 연출과 노먼 역의 크레이크 쉐퍼, 폴 역의 브래드 피트, 아버지 역의 톰 스커릿, 어머니 역의 브렌다 브레신, 노먼의 아내 제시 역의 에밀리 로이드의 뛰어난 연기, 자전적인 실화에 바탕을 둔 원작의 감동, 그리고 아름다운 강.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이 훌륭한 영화를 만들었다. 나는 아마 앞으로도 플라이 낚시를 하게 될 때 마다 이 아름다운 영화를 떠 올리게 될 것 같다. 영화를 보고서 한국에 있는 동생에게 전화를 했다. 우리 집도 영화에 나오는 맥클레인 형제처럼 형제 둘 뿐이다. 나와 동생은 영화 속의 형제처럼 성격도 참 다르다. 그리고 각자 걸어온 길도 사뭇 다르다. 방황하지 않고 성장한 사람은 없겠지만 내 동생은 나보다 더 힘든 방황의 길을 겪었고 지금도 나 보다는 더 힘겨운 길을 가고 있다. 영화를 보며 지난날 동생이 많이 방황할 때, 내가 많이 힘이 되어주지 못한 것이 새삼 참 마음아프게 느껴졌다. 시골에 아담한 집을 한 채 지어 아버지,어머니, 내 식구, 동생 식구가 함께, 소박하지만 행복하게 사는 꿈을 꾸어본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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