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의 표지. ⓒ 북박스 /필진네트워크 박형준
일본만화의 흥미로운 경향 중 한가지는 냉정한 논조다.
이런 경향은 사회적 현실이나 인간의 본성에 기반을 둔 이야기를 가진 만화일수록 두드러진다. 특유의 냉정함을 유지하는 대표적인 작가는 <은과 금>이나 <도박묵시록 카이지>와 같은 인간의 탐욕을 주제로 만화를 그린 후쿠모토 노부유키다. 만화는 가벼운 것이고, 공부에 방해된다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가끔씩 우리의 이런 상식을 뒤집는 만화들이 눈에 띈다. 냉정한 논조는 물론이고, 공부, 그중에서도 '입시'를 다루는 만화가 있다면, 들어보신 분 혹시 계신지 모르겠다. 이 만화의 주인공은 학교의 대표적인 문제아들을 일본 최고의 명문대인 '동경대'로 입학시키겠다고 나섰다. <최강입시전설 꼴찌 동경대 가다>가 바로 그 만화다. "주입식 교육이야말로 진정한 교육이다?"
북박스변호사 '사쿠라기', 그는 재정 파탄에 빠져 은행에 소유권이 넘어간 '류우잔 고등학교'의 채권단 대표를 맡았다.
그저 할일만 하면 그만이었지만, 출세를 원하는 그는 여기서 멈출 수 없었다. 그는 문제아 소굴이라고 알려진 이 학교를 5년 안에 100명의 학생을 동경대로 보내는 입시명문학교로 변신시킬 준비에 착수한다. 그는 그 목적을 위해 2명의 문제아를 특별반으로 선정한다. 그러면서 학습 수준이 중학생 수준에도 못미치는 이들을 위해 '사쿠라기'는 각지에서 선생님들을 모아 '특별반'을 위한 드림팀을 구성한다. 드림팀의 선생님들은 저마다 독특한 개성을 유지하고 있는 특별한 선생님들이다. '최강입시전설'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꼴찌 동경대 가다>는 일단 학생들이 흔히 하는 '변명'의 허상을 파괴하는데 주력한다. '사쿠라기'가 동경대에 입학하기 가장 쉬운 방법이 이과 2부 입학임을 강조하자 '적성'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는 특별반 학생들에게, "그건 네가 알아서 할 일"이라면서 자신은 그저 동경대라는 최고의 티켓을 거머쥘 수 있는 방법만 알려주면 그만이라고 주장한다. 어디까지나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줄 뿐이지 물고기를 잡아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입시지옥'이 부조리한 현실이라 여기는 이들에게 '입시지옥'이야말로 목표를 가장 쉽게 이룰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하는 '사쿠라기'의 모습은 우리의 '열린 교육'이나 일본의 '여유 교육'같은 새로운 교육적 경향에 대한 적나라한 목소리로 들린다.
은퇴한 '스타강사' 출신의 수학선생이 강조하는 '주입식 교육이야말로 진정한 교육'이라는 이야기는 더욱 노골적이다. 반대의 의견을 가진 이라면 새로운 교육적 경향을 전면으로 부정하는 이 부분에서 불쾌할지도 모른다. 나는 실제로 불쾌했다. 개인적으로 그 새로운 교육적 경향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지름길을 위해 학생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부분임에도 무시되는 요소가 대단히 많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이 강조하는 특유의 논조는 그 설득력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유혹의 목소리'로 들린다. 한국이든 일본이든, 대학입시제도가 가지는 문제점은 분명하기 때문에 의견은 다를지라도 한번쯤 돌아보며 생각해볼 여지는 충분히 있다.
'사쿠라기'가 강조하는 '변명의 파괴'는 현실에 대한 경험이 많은 어른들이 특히 동감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배울 것이 많은 <꼴찌 동경대 가다>단순히 '변명의 파괴'에만 주력했다면 나는 <꼴찌 동경대 가다>를 그저 고집스러운 보수 논조의 만화 쯤으로 무시했을 것이다. 하지만 <꼴찌 동경대 가다>는 작가의 입시에 대한 놀라운 통찰력을 앞세워 수능을 앞둔 학생들에게 입시준비라는 먼 길을 위한 패턴 조절과 더불어 컨디션 조절, 그리고 각 과목에 따른 새로운 공부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매력적이다. 이 만화에 불쾌감을 느낄 독자라도 이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반론을 제기할 여지가 없다. 분명히 큰 도움을 줄 요령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쿠라기'는 학생들의 '변명 파괴' 뿐만 아니라 교사의 '체질 개선'에도 주력하고 있다. 처음에는 '과한 요구'라는 이유로 '사쿠라기'를 뒷배경(은행)을 앞세워 목소리를 내세우는 불쾌한 존재라고 불편해하던 선생님들도, 차츰 그의 이야기에 관심과 호기심을 느끼며 동화되는 것을 느낀다. <꼴찌 동경대 가다>는 이렇듯 그동안 학교의 문제점을 이야기하던 만화나 영화의 전형성을 일체 부정하며, 낡은 것을 새로운 것으로 탈바꿈시키는 영리함이 흥미롭다. '보수'가 이 정도로 논리적인 설득력을 갖춘다면 어느 사회건 간에 '보수'를 비판하기 위해서는 대단히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가장 주목한 부분은 이 만화에 깔린 통찰력과 설득력이다. 많은 사람들이 부조리하다고 여기는 현실이 오히려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많다는 점이 '보수'의 대체적인 특성인데, <꼴찌 동경대 가다>는 그런 면에서 논리적인 근거는 배제한 채 목소리만 앞세우는 일부 '보수'들에게도 반성을 요구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꼴찌 동경대 가다>는 사회적인 관점에서도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는 만화다. 이만 하면 충분히 '달콤한 유혹'이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사쿠라기'가 강조하는 '변명의 파괴'는 현실에 대한 경험이 많은 어른들이 특히 동감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는 이 만화를 각색해 라는 드라마로 방영하고 있다. 드라마에서는 ‘아베 히로시‘가 주인공 ‘사쿠라기‘를 맡았다. ⓒ 일본 TBS /필진네트워크 박형준
그럼에도 배울 것이 많은 <꼴찌 동경대 가다>단순히 '변명의 파괴'에만 주력했다면 나는 <꼴찌 동경대 가다>를 그저 고집스러운 보수 논조의 만화 쯤으로 무시했을 것이다. 하지만 <꼴찌 동경대 가다>는 작가의 입시에 대한 놀라운 통찰력을 앞세워 수능을 앞둔 학생들에게 입시준비라는 먼 길을 위한 패턴 조절과 더불어 컨디션 조절, 그리고 각 과목에 따른 새로운 공부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매력적이다. 이 만화에 불쾌감을 느낄 독자라도 이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반론을 제기할 여지가 없다. 분명히 큰 도움을 줄 요령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쿠라기'는 학생들의 '변명 파괴' 뿐만 아니라 교사의 '체질 개선'에도 주력하고 있다. 처음에는 '과한 요구'라는 이유로 '사쿠라기'를 뒷배경(은행)을 앞세워 목소리를 내세우는 불쾌한 존재라고 불편해하던 선생님들도, 차츰 그의 이야기에 관심과 호기심을 느끼며 동화되는 것을 느낀다. <꼴찌 동경대 가다>는 이렇듯 그동안 학교의 문제점을 이야기하던 만화나 영화의 전형성을 일체 부정하며, 낡은 것을 새로운 것으로 탈바꿈시키는 영리함이 흥미롭다. '보수'가 이 정도로 논리적인 설득력을 갖춘다면 어느 사회건 간에 '보수'를 비판하기 위해서는 대단히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가장 주목한 부분은 이 만화에 깔린 통찰력과 설득력이다. 많은 사람들이 부조리하다고 여기는 현실이 오히려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많다는 점이 '보수'의 대체적인 특성인데, <꼴찌 동경대 가다>는 그런 면에서 논리적인 근거는 배제한 채 목소리만 앞세우는 일부 '보수'들에게도 반성을 요구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꼴찌 동경대 가다>는 사회적인 관점에서도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는 만화다. 이만 하면 충분히 '달콤한 유혹'이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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