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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장쯔이의 미색과 공리의 카리스마가 만났다

등록 2006-02-01 17:20

게이샤의 추억

가난 때문에 꼬마 때 일본식 권번에 팔려간 치요는 이곳의 최고 게이샤인 하츠모모(공리)의 미움을 받고 게이샤들의 시녀가 된다. 어느날 길에서 만난 한 사업가(와타나베 겐)로부터 생전 처음 따뜻한 눈빛과 친절함을 경험한 치요는 그 남자를 다시 만나기 위해 게이샤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츠모모의 경쟁자인 마메하(양자경)에게 넘겨진 치요는 혹독한 게이샤 수업을 받고 교토 게이샤를 평정하는 사유리(장쯔이)로 거듭나게 된다.

중국과 일본의 쟁쟁한 배우들이 대거 투입된 <게이샤의 추억>은 전형적인 이국취향의 영화다. 그러나 이 영화의 이국취향(엑조티즘)을 비판하는 건 초점이 빗나간 논평이 될 것이다. 영화는 애당초 진짜 게이샤의 세계를 탐구하려는 의도보다 사람들이 일본의 게이샤에 대해 가지고 있는 판타지를 극대화시킨다는 야심에서 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는 이를 매혹시키는 치요의 신비한 눈빛이 푸른 색을 발하고 있다는 건, 즉 흑단같은 머리를 나부끼는 장쯔이가 파란 색 렌즈를 끼고 아시아의 절세 미녀를 연기한다는 건 이 영화에서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스필버그(제작)와 <시카고>의 롭 마샬(감독) 지휘 아래 만들어진 1930~40년대 교토 뒷골목의 어두침침하면서도 아스라한 느낌과 눈을 아찔하게 만들만큼 화려한 기모노 의상, 눈처럼 떨어지는 벚꽃으로 휘감기는 일본식 정원 등이 <게이샤의 추억>이 주는 즐거움의 절반 이상이다. 여기에 시선 하나로 상대방과 관객을 압도할 수 있는 배우 공리와 양자경의 무게감 있는 연기는 날아갈 듯 가볍기만 한 영화의 자태에 중심을 잡아준다.

반면 정작 온갖 고난을 거치면서 최고의 게이샤로 거듭나고 결국 사랑하는 사람의 넓은 품까지 쟁취하는 주인공 장쯔이의 무게감은 그다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치요가 겪는 삶의 고단함과 미운오리새끼가 백조로 거듭나는 드라마의 강약이 밋밋할 뿐 아니라 게이샤들간의 질투와 경쟁도 비주얼의 현란함만큼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지 않는 탓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에서 그림같은 화면 말고 다른 매력이 하나 있다면 단순한 스토리라인을 걸어가 승자가 되는 치요보다는 게이샤의 금기(연애)를 깨며 거침없이 파국을 향해 달려가는 하츠모모와 이를 연기하는 공리의 농염하면서도 얼음처럼 차가운 카리스마다. 2일 개봉.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사진 이노기획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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