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모그(본명 이성현·34)가 내놓은 첫 앨범 <디자이어>는 특별했다. 으레 밴드에서 리듬과 저음을 잡아주던 베이스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그는 재즈, 탱고 등 여러 영역을 아우르며 이 묵직한 악기의 깊은 가능성을 선보였다. 덕분에 지난해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연주 부문을 탔다.
그가 두 번째로 내놓은 앨범 <저널>은 베이스가 중심이란 점에선 <디자이어>의 맥을 잇지만 다른 차원으로 향한다. 기타, 키보드 등과 협연의 폭이 넓어졌다. 첫 앨범이 서정적인 속삭임이었다면 상대적으로 이번 것은 역동적인 질주다. 보사노바, 삼바 등 라틴 리듬 뿐만 아니라 일렉트로니카까지 섞어 넣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쌓여 있어요. 저번 앨범도 이번 것도 10년 전부터 써놓은 곡들 가운데 뽑아 담은 거예요. 한국에서 베이스 연주자가 앨범을 내는 경우는 거의 없잖아요. 제가 도화선이 되고 싶었어요.”
노래마다 그의 참았던 이야기와 감성이 얽혀있다. 첫곡 ‘로드리고’에는 쿵쿵 거리는 베이스에 바이올린이 처연하게 얹힌다. “초등학생 때 <토요명화> 주제곡으로 스페인 작곡가 로드리고의 음악을 듣고 반했어요. 요즘엔 시각장애인인 그가 부러울 때가 있어요. 눈이 자꾸 다른 데로 돌아가니까요. ‘친구는 30대에 사장인데’, ‘이 앨범 나오면 잘 될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죠.”
그는 “음악을 하는 건 무당이 되는 거랑 비슷하다”고 말한다. “표현중독증에 시달려요.” 무당이 신 내림을 받듯 상황이 몰아간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라디오를 새벽 2~3시까지 듣던 것도, 밴드에 들어가려고 베이스를 시작한 것도, 사람들이 ‘누구냐, 뭐하냐’고 물을 때마다 설명하기 복잡해 ‘베이스 친다’고 대답하다 정체성으로 굳은 것도 마찬가지란다.
사실 베이스 연주자는 그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 프로듀서이자 작곡가일 뿐만 아니라 영화음악을 만들고 파티도 꾸린다. 현대무용가 안은미나 김덕수 사물놀이패와 함께 공연하기도 했다. “곡만 쓰다간 굶어 죽겠죠. 만약 제가 부잣집 아들로 태어났다면 대중과 소통 같은 건 생각 안 했을 거예요. 전위적인 것들을 좋아하거든요.”
모그가 표현하고 싶어 하는 것 가운데 하나는 다양성이다. 인구만큼 생각과 감수성도 다채로워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권력은 크게 분류하는 걸 좋아해요. 그래야 다루기 편하죠. 대중은 거기에 휩쓸려요. 그 틀 밖에 있으면 아주 불편해지죠. 그래서 다른 취향을 감수하려 하지 않아요.” 그가 여러 장르의 음악들을 끊임 없이 섞어내는 것은 일종의 틀 밖으로의 기웃거림이다.
이 앨범에 담긴 ‘티벳’이란 곡은 티베트에 대한 보통 관념에서 빗겨나가 있다. 사색적이라기보다 내달린다. “뉴욕에 있을 때 달라이 라마가 방문한 적이 있어요. 좋은 말씀 듣겠다고 사람들이 몰렸죠. 깨달음을 얻겠다고 발버둥치기도 자기 욕심일지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음악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겠죠.” 질긴 욕심으로 담금질한 만큼 이번 앨범은 꽤 긴 울림을 남긴다.
글 김소민 기자, 사진 이스트미디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