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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뮤지컬 오페라극장 습격사건

등록 2006-02-08 17:37수정 2006-02-09 17:45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이탈리아 볼로냐서 공연
번스타인 음악에 뜨거운 호응…3월 브로드웨이팀 국내 초연

미국의 인종 차별은 법적으로 60년대에 폐지되었지만 여전히 사회 저변에 그늘져 있다. 50년 전 미국의 작곡가이자 지휘자인 레너드 번스타인은 ‘뉴욕 뒷골목의 로미오와 줄리엣’의 비극적인 사랑을 아름다운 음악에 담은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발표했다. 150년의 미국 브로드웨이 뮤지컬 역사에서 손꼽히는 이 작품은 미국 뉴욕시 맨해튼의 뒷골목 웨스트 사이드에서 벌어지는 폴란드계 불량 청소년 집단 제트파와 푸에르토리코계 샤크파의 세력 다툼 안에 인종 문제를 녹여넣는다.

지난 3일 오후 8시30분(현지시간) 이탈리아의 오랜 대학도시 볼로냐의 오페라극장 ‘테아트로 코무날레’에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무대에 올려졌다. 미국 선댄스 프로덕션과 독일 비비 프로모션이 공동 제작한, 브로드웨이 출연진들의 공연으로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유럽투어를 거쳐 3월초 한국 무대에도 오를 예정이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1100석 규모의 고색창연한 반원형 극장은 오페라 전용무대답게 주로 은발의 노년층과 중년층 관객이 1층 객석과 2~4층 발코니석을 메웠다. 막이 열리자 무대 양 옆으로 거대한 철제빔 구조물들이 침침한 조명과 어울려 미국 웨스트 사이드 빈민가 이민자들의 지저분하고 가난한 삶의 터전을 효과적으로 드러냈다. 1950년대 뉴욕 뒷거리의 풍경을 비추는 대형스크린을 무대 뒷벽에 깐 채 조시 영(토니 역), 커스틴 로시(마리아), 칼 월(리프) 등 브로드웨이에서 활동하고 있는 주역과 앙상블 배우 36명이 바닥을 구르고 뛰는 격렬한 춤과 연기로 무대에 땀방울을 쏟아냈다.

10대 갱들이 체육관에서 벌이는 지르박, 맘보, 차차차 등의 춤대결과 고속도로 아래의 난폭한 패싸움에서 보여준 현대 무용가 제롬 로빈스의 혁신적인 안무는 초연 당시 토니상의 최고 안무상을 수상한 그의 독창성을 엿보게 했다. 체육관의 춤 대결 장면에서는 제트파의 두목 리프와 벨마 커플의 맘보춤이 워낙 격렬해 벨마의 구두끈이 끊어지기도 했다.

푸에르토리코계 10대 갱들의 노래와 대사는 백인사회의 뿌리깊은 인종차별의 그늘을 부각시킨다. 베르나르도는 여동생 마리아 곁에서 토니를 쫓아내면서 외친다. “그것 봐! 그런데도 치노(판매원)는 그 폴란드 놈(음식 배달부)이 받는 돈의 절반밖에 못 받는다구! 그러니까 그 놈도 별 수 없이 미국 놈이지!… 토니는 여기서 낳았으니 미국인이고 우리는 외국인이야! 바퀴벌레 취급받지!”

무엇보다 레너드 번스타인의 음악은 30년의 세월에도 빛을 잃지 않았다. 전직 제트파의 일원이었던 토니가 마리아와 운명적으로 만나 부르는 ‘마리아’와 사랑의 이중창 ‘투나잇’, ‘원 핸드 원 하트’, ‘아이 필 프리티’ 등 고전이 되다시피 한 뮤지컬 넘버들이 이어지자 점잖은 객석에서 뜨거운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특히 시라큐스대학에서 뮤지컬을 전공했던 조시 영은 3옥타브를 넘나드는 맑고 고운 미성으로 ‘마리아’를 열창해 관객들의 인기를 끌었다.

1957년 초연된 뮤지컬 <웨스트…>는 아더 로렌츠의 대본을 바탕으로 레너드 번스타인이 작곡하고, 거장 안무가 조지 발란신의 후예인 제롬 로빈스가 연출과 안무를 맡았으며, 스테판 손드하임이 가사를 썼다. 이번 공연은 조이 맥닐리가 연출과 안무를 맡았다. 한국 공연은 3월 5일부터 12일까지 경기 고양시 덕양어울림누리에서 열린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한국에서 98년에 국내 캐스팅으로 첫선을 보였으며 브로드웨이 출연진의 공연은 처음이다. 1544-1559.


볼로냐(이탈리아)/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시대 뛰어넘는 감동이 장수 비결”

연출가 겸 안무가 조이 맥닐리

“고전적인 내용이나 스타일이 요즘 관객들에게 오히려 깊은 인상을 줄 수 있다. 미국의 사회적인 갈등은 작품이 초연됐을 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이 작품은 시간을 뛰어넘어 누구나 겪는 인간 사회의 갈등, 사랑과 평화의 중요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브로드웨이 출연진 공연의 연출가 겸 안무가 조이 맥닐리(39)는 “요즘 뮤지컬은 즐겁기는 하지만 마음 속에 남는 감동이 없는데 비해 <웨스트…>는 감동이 오래도록 남는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라틴음악과 재즈 등 여러 장르의 음악이 섞여있어 작품의 생명력이 긴 것 같다”면서 “배우들의 연기와 춤, 노래 등을 통해 스토리를 최대한 전달할 수 있도록 연출했다”고 말했다. “제롬 로빈스로부터 직접 춤을 배웠기 때문에 안무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다만 군더더기 없는 진행을 위해 더 역동적이고 빠른 속도로 안무를 진행했으며 감정 연기와 드라마를 강화했다.”

그는 “배우들에게 현대무용수들처럼 마음 속 감정을 가지고 몸으로 스토리 라인을 표현하도록 주문했다”면서 “그만큼 힘든 작품이기 때문에 브로드웨이에서 활동하고 있는 젊은 배우들을 캐스팅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감정과 드라마가 춤을 통해 나올 수 있길 바랐기 때문에 춤이 가장 잘 된 공연이란 평을 듣고 싶다.”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뮤지컬 <뷰티풀 게임>의 안무와 연출을 맡아 3월 말 일본에서 공연할 예정이기도 한 그는 <뷰티풀 게임>에 대해서도 “한국 프로듀서들이 와서 보고 수입해줬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나타냈다.

조이 맥닐리는 <웨스트…> 초연의 연출과 안무를 맡았던 제롬 로빈스와 함께 작품활동을 하면서 1989년 풍자극 <제롬 로빈스의 브로드웨이>에서 로빈스의 춤 언어를 사사했다. 그는 <스모키 조의 카페> <바람따라 휘파람을 부세요> <행운의 남자> <오즈에서 온 소년> 등의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안무를 맡았으며, 여러 차례 토니상 연출과 안무상 후보에 올랐다. 특히 <오즈에서 온 소년>의 안무와 연출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라이센스 권한을 갖고 있는 로빈스 저작권 신탁사부터 실력을 인정받아 이번 공연의 연출을 맡게 됐다.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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