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대 서예사의 큰 어른이자 ‘서예’ 용어를 창안한 소전 손재형(1903~1981)의 25주기를 맞아 미공개 글씨와 문인화 등 30여 점이 나왔다. 7일부터 서울 관훈동 우림화랑에서 열리고 있는 ‘소전 서화정수’전이다. 전시는 그가 숭상했던 명필 추사 김정희와의 속깊은 인연이 화제로 떠오른 시점에 개막되었다. 지난주 과천시에 추사 관련 사료들을 무더기 기증한 일본 후지쓰카 가문과 그 사이의 일화 때문이다.
소전은 일제말기인 44년 일본에 건너가 추사연구의 권위자였던 후지쓰카 지카시(1879~1948)에게 석달간 간청한 끝에 이 학자가 소장했던 추사의 걸작 <세한도>를 되찾아온다. 과천시가 인수한 추사 관련 자료는 바로 후지쓰카의 아들이 기증한 것으로 <세한도>와 같이 소장했던 수집품들이다. 이런 사정을 염두에 두고 소전의 글씨를 보는 애호가들의 감회는 남다를 법하다. 추사체를 창안했던 김정희처럼 소전은 갑골문과 고대 중국 예서 비문, 스승인 김돈희의 서체에서 장점을 취해 소전체 글씨를 이루었다. 거칠고 강퍅한 기운 넘치는 추사체와 달리 모를 주지 않고 유연한 필세를 취해 현대적 조형성을 획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작 <수신진덕>을 비롯해 옛 비문의 예서체 글씨(사진)와 칠언절구, <묵련> <묵포도> 등의 수묵그림 등이 나왔다. 16일까지. (02)733-3738.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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