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나윤선 “20년 뒤에도 자라섬 무대 서는 게 소망”

등록 2021-11-03 18:06수정 2021-11-04 02:31

7일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서 대면공연
데뷔 무대 인연 ‘김민기 헌정공연’도
무대에서 노래하는 나윤선. 엔플러그 제공
무대에서 노래하는 나윤선. 엔플러그 제공

나윤선에겐 한동안 화려한 최상급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오늘날 가장 위대하고 훌륭한 재즈 싱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여성 재즈 보컬’ 등 주로 유럽 유력 언론의 극찬이 동원됐다. 지금의 나윤선에게 이런 타이틀은 다소 새삼스럽다. 이미 국내외에서 충분히 명성을 쌓고 독보적 위상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재즈 가수 나윤선’이 모처럼 한국 관객들 앞에서 대면 공연을 펼친다. 5~7일 경기도 가평군 자라섬에서 열리는 제18회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셋째 날 무대다. 지난 2일 서울 삼성동의 자그마한 지하 공연장 엔플러그에서 그를 만났다. 미국과 유럽 6개국 순회공연을 마치고 이틀 전 귀국했다고 했다.

“유럽은 지난여름부터 실내외 공연장을 100% 가동해요. 그동안 공연을 못 봐서 그런지 관객들 반응이 이전보다 더 뜨겁더군요. 프랑스는 재즈 페스티벌이 500개가 넘어요. 연어 떼가 고향을 찾듯이 여름이 되면 관객들이 자녀들 데리고 소풍 가듯 재즈 페스티벌에 놀러 갑니다. 동네잔치나 마찬가지죠.” 그는 “20년 뒤에도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무대에 서는 게 작은 소망”이라고 했다. 이제 막 쉰을 넘겼으니 이루지 못할 꿈도 아닐 듯싶다.

나윤선은 이번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에서 ‘아침이슬 50돌’을 기념해 선보이는 ‘김민기 헌정 공연’에도 참여한다. 그에게 김민기는 특별한 존재다. 김민기가 만들어 흥행한 록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의 초대 ‘옌볜(연변) 처녀’ 역을 맡았는데, 그게 나윤선의 데뷔 무대였다. “저한테 그분은 아이돌이죠. 초등학교 때 그분 노래를 다 습득했어요. 가사 내용도 잘 모르면서 ‘기지촌’ ‘작은 연못’ ‘금관의 예수’ 같은 노래를 부르고 다녔어요. 그분을 처음 뵈었을 때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니까요. 그분은 음악적 천재예요. 저한테 늘 용기를 주시곤 합니다.”

천하의 나윤선도 코로나19의 파고를 피하진 못했다. 무대 공연이 막히니 막막하기만 했다. 라이브가 생명인 재즈 가수이니 압박감이 더 컸다. “노래를 그만둘 생각마저 했어요. 가수로서 더 할 수 있는 게 없더라고요.” 하지만 역시 나윤선이었다. 결국 돌파구를 찾아냈다. 끝없이 가사를 쓰고 곡을 만들기 시작했다. 어딜 가나 고치고 또 다듬었다. 그 결실이 11집 앨범으로 맺어져 내년 1월 말께 발매된다. 그가 작사·작곡·편곡까지 한 곡들로 앨범 전체를 채웠다. “코로나19 사태가 뜻밖에도 25년 재즈 가수 이력에 전환점을 만들어줬다고 할까요.” 그가 본격적인 ‘싱어송라이터’로 나서는 첫 앨범은 어떤 색채일지 궁금해진다.

재즈 가수 나윤선. 엔플러그 제공
재즈 가수 나윤선. 엔플러그 제공

그는 인터뷰 내내 해맑게 웃었다. 그에게 무대 울렁증이 있다는 게 놀라웠다. “저는 늘 자신이 없어요. 제 공연 영상도 보지 않아요. 굉장히 많이 떨거든요. 야외공연 때면 비가 내려 공연이 취소되길 빌기도 합니다. 하하하~. 그래서인지 모든 무대가 첫 공연 같은 느낌이 들어요. 괴롭지만 흥분도 되고 설레기도 하니까요.” 그가 끝없이 변신하며 새로움을 보여줄 수 있었던 원동력은 모든 공연을 ‘처음’인 것처럼 임하기 때문은 아닐까.

나윤선은 음색과 음역의 폭이 넓다. 동시에 작은 뉘앙스조차 놓치지 않는다. 조각칼처럼 섬세하지만, 때론 화산처럼 폭발하기도 한다. 꽃 같은 미성의 고음은 둔탁한 중역으로 이동했다가 돌연 저음의 귀곡성으로 변모한다. 그가 ‘디바디야~’ ‘슈비두와~’ 등 의미 없이 즉흥적으로 노래하는 스캣 창법을 선보일 때면 어쩔 수 없이 신내림을 받은 무녀의 굿판을 떠올리게 된다. “프랑스 언론이 제가 샤먼 같다는 기사를 쓴 적이 있어요. 그냥 내가 느끼고 좋아하는 내 음악을 하는 거죠. 누구를 흉내 낸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생동감 넘치며 고정된 틀을 거부하는 나윤선의 음악은 새로움과 자유로움을 본질로 하는 재즈와 더없이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꼭 서보고 싶은 공연 무대를 묻자 “아주 먼 곳과 아주 가까운 곳”이라며 아프리카와 북한을 꼽았다. “아버지와 할아버지 고향이 북한이에요. 평양에서 공연하고 싶은데 아직 기회를 만들지 못했어요. 국외 유명한 재즈 뮤지션들과 평양에서 재즈 공연을 할 날이 올지 모르겠네요.” 아버지 나영수(83) 한양대 명예교수는 국립합창단을 창단한 ‘합창계의 대부’로 꼽힌다. 어머니는 한국 최초 뮤지컬 악단인 예그린의 배우 출신 김미정(80)씨다. 할아버지도 연극을 했다고 하니, 예인의 핏줄을 이어받은 셈이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