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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디자인-예술 경계 구분은 무의미하다

등록 2006-02-15 22:26

토비아스 레베르거의 이색조형물 ‘cochenile’
토비아스 레베르거의 이색조형물 ‘cochenile’
’독일 현대 예술과 인테리어 디자인’ 전
디자인에 녹인 사회·정치적 의미 엿보기

테러 디자인? 전시장 한켠의 거실 디자인은 테러범들이 은행 폭파 계획을 꾸민 아파트를 재현한 인테리어라고 한다. 앉지 못하게 두쪽난 의자들이 널린 리셉션 디자인은 무슨 의도일까. 반대편에는 온갖 잡동사니와 각목으로 만든 상상 체험장 뗏목이 디자인의 이름으로 서있다. 철학자의 나라 독일은 디자인도 왜 이토록 난해한 걸까.

경기도 분당 코리아 디자인센터(031-780-2151)에서 3월8일까지 열리는 ‘Come-in:독일 현대 예술과 인테리어 디자인’ 전에 가면 머리를 아프게 하는 별난 출품작들이 많다. 안개처럼 생각이 꾸물꾸물 피어오르는 디자인, 문명 비판적 메시지를 담은 예쁘지 않은 디자인, 사용하기 불편한 디자인들이 널렸다. 해외순회전을 앞두고 독일 작가 25명이 ‘디자인과 예술의 관계’를 화두로 풀어냈다는 여러 조형물과 디자인 제품들은 도저히 팔릴 것 같지 않은 난해한 의미로 뒤덮여있다. 디자인보다는 전위작가의 설치미술 작업이 더욱 걸맞아 보인다. 실제로 이 전시는 최근 경계를 허물고 있는 예술과 디자인의 상호 관계를 다루는 것이 주된 의도다. 독일해외교류처(ifa) 주관으로 전시를 짠 기획자 레나테 골드만은 전시자료에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 받는 예술과 디자인의 관계를 뜯어보고 디자인에 녹은 사회 정치적 의미를 풀어보려 했다”고 밝혀 놓았다.

클라우스 푀팅어의 스넥바 조형물
클라우스 푀팅어의 스넥바 조형물


전시는 도로테 골츠, 베니타 알라모다를 비롯한 독일 예술가·디자이너들이 현대예술의 맥락에서 디자인을 어떻게 생각하는 지를 충실한 작업으로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값한다. 철학자의 나라답게 독일 작가들의 디자인 상상력은 사회, 역사, 기억 등에 대한 인문적 통찰로 가득하다. 클라우스 푀팅어의 스낵바 구조물 디자인인 ‘허만의 되너 여관’은 누구나 앉아서 쉬고 이야기하는 스낵바의 형태에 문명간 교류와 갈등이라는 심오한 메시지를 심고 있다. 독일 곳곳의 패스트푸드 매점과 소시지 가게 등을 찍은 사진으로 만든 초승달 모양의 바 탁자는 이슬람 문명을 상징하고, 맥도널드 햄버거의 상징 로고인 엠(M), 그리고 거꾸로 처박힌 십자가 모양의 선반으로 구성된 시설물들은 서구 문명에 대한 냉소적 은유에 다름 아니다.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인간 행위의 부조리와 광기를 사육되는 알몸 인간들의 벽화가 그려진 컨테이너 밀실로 담아낸 요하네스 슈페어의 조형물 <무제>또한 디스토피아적 상상력의 일면을 보여주고 있다. 디자인과 전위미술을 오가는 작업으로 유명한 토비아스 레베르거는 가구처럼 배치된 알록달록한 물결기둥 위에 기성품처럼 달걀껍질을 놓고는 달걀껍질의 디자인적 순수성을 반문하기도 한다. 동서독 분단과 통일 등의 사회 경제적 격변을 체험한 바탕 위에서 작가들은 디자인은 실용 기구가 아니라 관습을 깨고 다른 가치를 이야기하는 다양한 의미의 미덕을 지녀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셈이다. 함께 붙은 국내 팝아트 작가 낸시 랭의 찜질방 사진과 박은선씨의 미니멀한 평면 작업 등은 맥락이 전혀 달라 뱀꼬리 같은 느낌을 준다.

‘스웨덴 디자인전’ 선 첨담 컨셉 제품들 선봬

반면 스웨덴 대사관 주관으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 미술관에서 25일까지 대관전으로 열리는 ‘삶의 향상-스웨덴 이노베이션 디자인’전(02-738-0846)은 철저히 기술적 기능 측면에서 디자인 강국의 첨단 컨셉 제품들을 보여주고 있다. 우유팩 디자인의 고전으로 자리잡은 테트라 클래식 용기, 공구 디자인의 고전이 된 에르고 조정식 렌치, 육중하고 안정적인 볼보차 디자인 등이 나왔다. 첨단 제품 홍보전의 성격만 강조된 점이 아쉽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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