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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한국 리얼리즘 사진 대가 이형록씨 첫 개인전

등록 2006-02-15 22:32

사진으로 만나는 ‘그 시절’
사진 속에 찍힌 50년대 서민들은 무엇인가 말하려는 낌새다. 서울 한강 인도교 아래에서 깡통을 들고 선 아이는 허공을 강렬한 표정으로 응시한다. 남대문 시장의 노천 구둣방 아저씨는 두툼한 입술을 금붕어처럼 뾰족이 내밀며 중얼거렸다. 진창길이 된 서울 서교동 로터리 길목을 당시 한 청년은 ‘결정적 순간’에 훌쩍 몸짓으로 뛰어넘는다.

50~60년대 도시 서민들의 생활 이모저모를 담았던 이형록씨의 빛바랜 사진에는 옛 시절 향수로만 판박을 수 없는 다양한 복선이 깔린다. 단순한 기록 사진, 현실 비판적 메시지는 더더욱 아니며, 그렇다고 마냥 신파조의 휴머니즘 사진도 아닌, 작가의 복잡한 생각과 다면적 시선이 녹아있다.

서울 도심 변두리의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형록(89)씨의 회고전은 90줄 앞에서 처음 마련한 개인전이다. 임응식과 더불어 한국 초창기 리얼리즘 사진의 대가로 알려진 그의 사진편력을 이런 저런 각도로 조명하고 다기한 의미들을 피워올리는 전시다. 요즘 사진계가 살풍경한 공업시설이나 도시 풍경 등을 찍은 독일 현대사진에 쏠려있는 터라 모더니스트 시각으로 근대기 삶을 직시한 그의 작업들은 우리 사진사의 가시밭길 작업사를 새삼 복기해내는 계기이기도 하다.

사진들은 옷을 덮어쓰거나 사이좋게 노는 아이들 사진, 혹은 서울 변두리의 서민 생활상을 담은 것들이 많다. 그 시절 임응식 등의 여러 사실주의 사진과 달리 사회적 비판의식이나 기록성 등의 색채가 훨씬 옅다는 것, 인간적 표정들에 주목했다는 점이 색다르다. 한강변 백사장에 뒤집힌 채 놓여진 나룻배들의 무리진 모습이나 사람과 철골이 구성미를 이루면서 겹쳐지는 60년대 서울 말죽거리의 철제 가건물 공사장 풍경에서는 회화적인 구성이나 조형성이 강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50년대 사실주의 사진의 전형을 만들면서도 항상 사진 장르만의 모던한 표현양식을 고민했던 그의 정신적 풍경을 짐작할 수 있다.

이씨는 56년 ‘신신회’를 결성해 이른바 생활주의 리얼리즘 사진 운동을 주창했다. 59년과 60년에는 ‘쌀롱 아루스’ · ‘현대사진연구회’ 를 잇따라 등을 창설해 리얼리즘과 구별되는 작업을 모색한 숱한 후배 작가들을 발굴하고 우리 사진계의 기틀을 놓았다. 현존한 사진 60점의 보존 상태가 너무 나빠 30여점만을 추려냈고, 대형 프린트는 후배인 사진가 주명덕씨의 도움으로 빛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미술관 쪽은 ‘한국 근대 사진가 5인’이란 주제 아래 1부 ‘민충식·정해창 전’(3-4월), 2부 ‘현일영’(4-5월), 3부 ‘서순삼·임석제 전’(6-7월) 등으로 초창기 사진가 재조명 시리즈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02)418-1315.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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