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주역으로 무대에 오른 소프라노 박혜상이 5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리사이틀 공연을 한다. 크레디아 제공(안하진 작가 사진)
‘월클(월드 클래스) 소프라노’ 박혜상은 자유로운 영혼이다. 가방 2개 달랑 싸 들고 한국과 미국, 독일과 영국을 오가는 삶은 영락없는 ‘노마드’(유목민)다. 5일 서울 예술의전당 공연을 마치면 바로 미국 뉴욕으로 날아가 8일 링컨센터 신년 갈라 콘서트에 출연한다. 잠시 귀국한 박혜상을 전화로 만났다.
“자유로움의 맛을 봐서 그런지 이젠 이런 생활이 편하고 좋아요.” 그는 자신을 스스로 ‘노마드’로 규정했다. 딱히 정주하는 거처가 없다. 뉴욕과 독일 베를린의 창고에 짐을 보관해두고 숙소는 가는 곳마다 따로 잡는다. 어디에 매이고 속박당하는 게 싫다고 했다. “이렇게 사니까 무서울 게 없어요. 이것저것 많이 해보는 편인데 음악적으로도 새로운 도전이 두렵지는 않아요.”
박혜상은 지난해 12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메트) 무대에 주역으로 처음 섰다.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의 여주인공 역을 맡아 지난달 5일까지 9차례 공연했는데, 언론의 호평을 얻었다. 조수미, 홍혜경의 뒤를 이어 성악가들의 ‘꿈의 무대’에 오른 것이다. 2020년엔 도이체그라모폰(DG)과 전속 계약을 맺고 데뷔 앨범을 냈다. 이 까탈스러운 레이블과 전속 계약을 맺은 국내 음악인은 조성진(피아노)과 김봄소리(바이올린) 정도다. 이름이 널리 퍼지면서 공연 요청이 몰려들고 있다. 이달 26일부터 3월12일까지는 베를린 국립오페라(슈타츠오퍼) 무대에 오른다. 영국 글라인드본(5~7월 16차례) 공연도 잡혀 있다. 그사이 대구 달서아트센터(3월25일)와 경기 고양아람누리(3월26일) 리사이틀 공연도 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에서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의 여주인공 역으로 열연하는 소프라노 박혜상. 사진 줄리어스 안(Julius Ahn)/크레디아 제공
어느 날 혜성처럼 갑자기 떠오른 건 아니다. 2011년 서울대를 졸업하고 3수 끝에야 미국 줄리아드 음대에 진학할 수 있었다. 속칭 ‘오브리’(오블리가토·결혼식 등 행사장 연주)를 전전해야 했다. 줄리아드 졸업 뒤에도 상당 기간 단역만 돌아왔다. 2017년에야 처음 메트 무대에 올랐는데, 그것도 단역이었다. 메트 주역을 맡기까지 4년을 더 기다려야 했다. 그는 자신의 오늘을 있게 한 결정적 순간으로 ‘메트와의 인연’을 꼽았다. “좋은 사람들을 좋은 타이밍에 만난 거죠. 해야 할 일들을 최선을 다해 하다 보니 기회가 왔다고 생각해요.”
서양 오페라를 하면서 동양인으로서 핸디캡 같은 게 없었느냐고 묻자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꼽았다. “언어표현에는 장벽이 있는데 감정표현에는 강점이 있어요. 한국인 특유의 ‘한’과 ‘흥’이 내게도 흐르는 거겠죠. 그래서인지 내가 부르는 아리아엔 뭔가 다른 게 느껴진다고들 합니다.” 당분간 오페라와 가곡에 집중할 생각이다. 뮤지컬은 생각이 없다고 했다. “다음 목표요? 그런 거 없어요. 뭘 계획하고 목표를 세운다고 되는 것도 아니잖아요. 아, 내면이 더 깊어지는 것, 그게 다음 목표라고 해두죠. 하하.” 전화기 너머로 간혹 오페라 아리아를 흥얼거리며 열정적으로 설명하던 박혜상은 이렇게 말을 맺었다.
5일 예술의전당에서 여는 리사이틀 주제는 ‘사랑과 삶’(Amore&Vita). 르네상스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여러 음악가들의 다채로운 노래를 들려준다. 여러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한 일리야 라시콥스키의 피아노와 현악 사중주 반주가 함께한다.
임석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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