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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해금으로 부르는 윤이상·김순남…“치유·응원 느껴져요”

등록 2022-02-07 18:34수정 2022-02-08 02:30

[해금 연주자 천지윤 인터뷰]
“김순남 가곡은 밤의 노래, 마음에 스민 상처·아픔 위로
윤이상 가곡은 아침의 노래, 화려·고귀하고 희망찬 느낌”
9일 롯데콘서트홀서 공연
해금 연주자 천지윤이 1917년생 동갑내기 작곡가 윤이상과 김순남의 가곡을 해금으로 연주한 2장짜리 음반을 냈다. 9일엔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기타 박윤우, 클라리넷 여현우, 피아노 조윤성과 함께 공연도 한다. 크레디아 제공
해금 연주자 천지윤이 1917년생 동갑내기 작곡가 윤이상과 김순남의 가곡을 해금으로 연주한 2장짜리 음반을 냈다. 9일엔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기타 박윤우, 클라리넷 여현우, 피아노 조윤성과 함께 공연도 한다. 크레디아 제공

윤이상과 김순남은 1917년생 동갑내기 작곡가다. 굴곡진 현대사에 휩쓸린 두 음악 천재는 비운의 삶을 살면서도 서정시에 곡을 붙인 가곡을 많이 남겼다. 김순남은 김소월의 시를 애용했고, 윤이상은 박목월, 조지훈, 김상옥의 시를 사랑했다. 두 사람의 가곡을 두 줄 해금에 담아낸 2장짜리 앨범 <천지윤의 해금: 잊었던 마음 그리고 편지>가 나왔다. 최근 서울 송파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해금 연주자 천지윤(40)은 “두 분의 음악적 색채는 다르지만 선율감 깃든 시들을 전통적 정서로 담아낸 점은 비슷하다”고 했다.

천지윤이 보기에 김순남의 가곡은 ‘밤의 노래’다. “곡들이 구슬퍼요. 마음에 스민 상처와 아픔을 끄집어내 위로하고 치유해주는 힘이랄까, 그런 게 느껴져요. 연습할 땐 감정을 아꼈다가 무대에서 아낌없이 풀어내야 제격이죠.” 그에게 윤이상의 가곡은 ‘아침의 노래’로 들린다. “화려하고 고귀해요. 그러면서도 희망찬 느낌을 줘요. 주눅 들지 말라면서 나를 응원해주는 듯합니다.” ‘노랫말을 떼어낸 가곡 연주는 조금 심심한 거 아니냐’고 살짝 이의를 제기했더니, 천지윤은 머뭇거리지 않고 응수했다. “소리는 순도가 높아요. 언어보다 명징하죠. 가사가 이해 안 되는 오페라 아리아도 듣다 보면 감동을 받잖아요. 언어의 구체성이 사라진 자리에 남는 건 광활한 상상력이거든요.” 그러면서 이렇게 부연했다. “표정이 다양한 악기인 해금으로 두 사람의 가곡을 무언가(無言歌)처럼 불렀어요.”

작곡가 김순남의 가곡을 연주한 음반엔 해금 천지윤, 기타 박윤우, 클라리넷 여현우가 함께했다. 크레디아 제공
작곡가 김순남의 가곡을 연주한 음반엔 해금 천지윤, 기타 박윤우, 클라리넷 여현우가 함께했다. 크레디아 제공

앨범이 만들어진 출발점은 김순남의 ‘자장가’였다. “20대 초반 가야금 앙상블 ‘사계’가 연주한 김 선생님의 자장가를 처음 들었을 때 숨이 멎는 듯했어요. 언젠가 해금으로 꼭 연주해봐야겠다고 생각했지요.” 김순남은 1948년 세 곡의 자장가를 내놓았는데, 그 가운데 두 곡은 가사도 직접 썼다. 조선음악가동맹 작곡부장이던 김순남이 숨어 지내느라 만나지 못했던 해방둥이 딸 세원(77, 성우·방송인)을 그리며 쓴 노래로 알려져 있다. 천지윤은 “안타까운 사연 때문인지 김순남의 자장가엔 처연한 슬픔이 배어 있어서 비가(悲歌)에 가까운 느낌이 든다”고 했다.

천지윤은 3년 전 재즈 기타리스트 박윤우에게 김순남의 가곡을 연주해보자는 아이디어를 전했다. 작업을 진행하면서 김순남과 공통점이 많은 윤이상으로 작업 범위를 확장했다. 김순남의 곡들은 천지윤의 해금과 박윤우의 기타에 여현우의 클라리넷이 합세한 트리오 편성이다. 서양음악에 국악과 재즈가 어우러져 독특한 울림을 자아낸다. 윤이상의 곡들은 천지윤의 해금과 조윤성의 피아노가 때론 함께 노닐고, 때론 서로 겨루며 주고받는다. 전통 악기에 재즈의 리듬감과 현대음악의 조성이 섞이면서 세련된 음색을 빚어낸다. 악기 두 대의 조촐한 편성이지만 조금도 단조롭지 않다.

작곡가 윤이상의 가곡을 담은 음반은 해금 천지윤과 피아노 조윤성의 듀오 편성이다. 크레디아 제공
작곡가 윤이상의 가곡을 담은 음반은 해금 천지윤과 피아노 조윤성의 듀오 편성이다. 크레디아 제공

천지윤은 협업 경험이 풍부한 국악인이다. ‘이날치’의 베이시스트 장영규와 국악그룹 ‘비빙’에서 오래 호흡을 맞췄고, 현대 무용가 안은미하고도 공연했다. 9일 오전엔 두 앨범에 참여한 박윤우, 여현우, 조윤성과 함께 크로스오버 가수 박현수의 진행으로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연주회를 연다. 크레디아가 클래식 초심자를 대상으로 한 시리즈 음악회 ‘크레디아 클래식 클럽’의 두번째 공연이기도 하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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