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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전·현직 ‘빌리’ 13명 한자리에…“우리 삶 바꾼 배역이죠”

등록 2022-02-09 18:53수정 2022-02-10 02:30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홈커밍데이
1~3대 빌리 배우들 모여 특별한 무대
8일 서울 구로구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역대 빌리 13명과 마이클 4명이 커튼콜 무대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신시컴퍼니 제공
8일 서울 구로구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역대 빌리 13명과 마이클 4명이 커튼콜 무대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신시컴퍼니 제공

8일 밤 서울 구로구 디큐브아트센터에 모두 13명의 ‘빌리’들이 모였다. 오는 13일까지 이곳에서 열리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이날 공연 뒤 펼쳐진 ‘홈커밍 데이―더(The) 특별한 커튼콜’에서다. 전·현직 빌리들이 한꺼번에 올라 춤과 노래를 선보이는 특별한 무대에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1980년대 중반 광부 파업이 일어난 영국 북부의 작은 탄광촌을 배경으로 한 2001년 개봉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복싱을 배우다 우연히 발레를 접한 소년 빌리가 발레를 하며 꿈을 찾아간다는 내용이다.

빌리는 배우로 살면서 딱 한번 할까 말까 한 배역이다. 만 8~12살, 키 150㎝ 이하, 변성기 이전, 춤에 재능이 있어야 하는 조건을 모두 맞추기란 여간해선 힘들기 때문이다. 경쟁률은 200 대 1에 이르고, 2년여 동안 발레·탭댄스·애크러배틱·현대무용·필라테스·노래·연기 등을 트레이닝받아야 한다. 이날 <한겨레>와 만난 1·2·3대 빌리 3명은 빌리를 만나면서 자신의 삶도 크게 바뀌었다고 입을 모았다.

8일 서울 구로구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빌리들이 무대에서 선보이는 자세를 잡고 있다. 왼쪽부터 김현준(2대 빌리), 주현준(3대 빌리), 정진호(1대 빌리). 정혁준 기자
8일 서울 구로구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빌리들이 무대에서 선보이는 자세를 잡고 있다. 왼쪽부터 김현준(2대 빌리), 주현준(3대 빌리), 정진호(1대 빌리). 정혁준 기자

2010년 ‘1대 빌리’였던 정진호(25·서울대 경영학과)는 이제 키도 생각도 훌쩍 커버렸다. “빌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아이거든요. 빌리를 맡으면서 저도 노력도 많이 하고 성숙해졌어요. 빌리를 만나고 나서 제 인생이 바뀐 것 같아요.”

2017년 ‘2대 빌리’였던 김현준(18·발레 전공 고등학생)은 뮤지컬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발레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발레를 못하던 저에게 발레리노의 꿈을 꾸게 해준 게 빌리였죠. 빌리를 하기 전에는 가만히 있지 못할 정도로 산만했는데, 지금은 조용해지고 차분해졌어요. 성격유형검사(MBTI)가 외향적에서 내성적으로 바뀌었을 정도예요.”

지난해 8월부터 ‘3대 빌리’를 맡고 있는 주현준(13·초등학생)은 “빌리는 제 이정표예요. 빌리를 만난 뒤 제가 어떤 걸 하고 싶은지를 알게 됐으니까요”라고 했다.

8일 서울 구로구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빌리들이 무대에서 선보이는 자세를 잡고 있다. 왼쪽부터 김현준(2대 빌리), 주현준(3대 빌리), 정진호(1대 빌리). 정혁준 기자
8일 서울 구로구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빌리들이 무대에서 선보이는 자세를 잡고 있다. 왼쪽부터 김현준(2대 빌리), 주현준(3대 빌리), 정진호(1대 빌리). 정혁준 기자

뮤지컬의 명장면은 크게 셋이다. 거칠고 빠른 탭댄스로 현실에 분노하는 ‘앵그리 댄스’, 어른 빌리와 환상의 듀엣을 완성하는 ‘드림 발레’, 춤을 향한 열정을 보여주는 ‘일렉트리시티’가 그것이다.

빌리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뭐였을까? “아무래도 ‘일렉트리시티’였죠. 많은 춤을 춘 뒤 마지막 남은 체력으로 해야 해서 체력적인 면에서 가장 어려웠던 것 같아요.”(정진호)

“분노를 표출하는 ‘앵그리 댄스’가 제일 기억에 남아요. 화도 내고 춤도 추면서 연기까지 해야 하거든요. 제가 화를 많이 내본 성격도 아니고 욕도 많이 안 해봐서 처음엔 진짜 어려웠어요.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앵그리 댄스’를 출 때 황홀하고 기뻤어요.”(김현준)

“저도 둘 다 힘들어요. ‘앵그리 댄스’는 탭 소리 하나하나에 분노를 다 담아야 하고, 소리도 지르고 해야 하니까요. ‘일렉트리시티’는 춤을 다 추고 남은 체력으로 발레를 보여줘야 해서 힘들었어요.”(주현준)

8일 서울 구로구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빌리들이 무대에서 선보이는 자세를 잡고 있다. 왼쪽부터 김현준(2대 빌리), 주현준(3대 빌리), 정진호(1대 빌리). 정혁준 기자
8일 서울 구로구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빌리들이 무대에서 선보이는 자세를 잡고 있다. 왼쪽부터 김현준(2대 빌리), 주현준(3대 빌리), 정진호(1대 빌리). 정혁준 기자

앞으로 계획은 뭘까? “제가 빌리로 무대에서 공연하면서 관객분들이 감동하는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어요. 좋은 예술 작품을 만들고 기획하는 일을 하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경영학과에 진학했어요.”(정진호)

“해보고 싶은 게 되게 많아요. 지금 발레를 전공하고 있는데, 기회가 된다면 뮤지컬도 해보고 싶어요.”(김현준)

“빌리를 만나기 전에는 스포츠 선수가 꿈이었는데, 빌리를 만나게 되면서 뮤지컬 배우를 꿈꾸게 됐어요.”(주현준)

그렇게 ‘빌리’들은 어른이 되어가고 있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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