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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2000년생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 음반 먼저 내고 콩쿠르 도전하는 이유는?

등록 2022-03-14 17:58수정 2022-03-15 02:30

지난해 발매한 세번쨰 음반 ‘세기의 여정’
영국 그라모폰 ‘올해의 음반’으로 선정
9살에 만난 독일 스승의 만류로 미뤄온 콩쿠르
마침내 ‘하산 명령’ 받고 잇따른 도전 나서
잠시 귀국해 13·16일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와 협연
신예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22)는 올해 리사이틀 투어, 국제 콩쿠르 참석, 4·5집 음반 녹음 등으로 바쁜 일정이 잡혀 있다. ⓒJino Park/MOC
신예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22)는 올해 리사이틀 투어, 국제 콩쿠르 참석, 4·5집 음반 녹음 등으로 바쁜 일정이 잡혀 있다. ⓒJino Park/MOC

2000년생 신예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는 남들과 다른 경로를 밟고 있다. 유명 국제 콩쿠르에 입상한 뒤 음반을 내는 게 클래식 분야의 일반적인 관행인데, 음반을 먼저 내고 콩쿠르에 도전하는 색다른 길을 선택했다. 작년에 발매한 세번째 음반 <세기의 여정>이 영국 클래식 음악 권위지 <그라모폰> 선정 ‘올해의 음반’에 꼽히면서 범상치 않은 연주자로 시선을 모았다. 독일에서 잠시 귀국해 13일에 이어 16일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그를 지난 11일 화상으로 만났다.

그는 음반을 내면서도 권위 있는 국제 콩쿠르엔 나가지 않았다. ‘콩쿠르에 집착하면 대회 준비만 하다가 정작 배워야 할 기본을 놓칠 수 있다’는 스승의 완강한 만류 때문이었다. 독일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국립음대 교수인 바이올리니스트 울프 발린이 그의 스승. 사제 간 인연도 특이하게 맺어졌다. 2009년 2월 발린이 내한해 마스터 클래스를 열었는데, 당시 9살이던 그는 나이 제한에 걸려 참석하지 못한 채 따로 인사만 했다. 그 자리에서 아무 곡이나 연주해보라는 발린의 요구에 즉석에서 헨델의 소나타를 연주했다. 한눈에 재능을 알아본 발린은 베를린으로 건너와 자기 밑에서 배울 것을 권했다. 그로부터 4개월 뒤 그는 부모와 함께 베를린으로 향했고, 지금까지 13년째 한 스승 밑에서 배움을 이어가고 있다. 주변 친구들이 콩쿠르에 나가 경력을 차근차근 쌓아가자 불안감을 느낀 그의 부모가 몇차례 발린 교수를 찾아가 콩쿠르 참석을 의논했다. 하지만 스승은 ‘출전 불가’ 뜻을 꺾지 않았다고 한다.

“이제는 국제 콩쿠르에 나가보려고 합니다. 선생님이 허락하셨거든요.” 마침내 스승의 ‘하산 명령’을 받은 것이다. 그는 “몇군데 국제 콩쿠르에 원서를 보내고 기다리고 있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올해엔 5년 주기로 열리는 명성 높은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가 잇따라 열린다. 핀란드와 폴란드에서 각각 개최되는 시벨리우스 콩쿠르와 비에니아프스키 콩쿠르가 그것이다. 박수예는 두 대회에 도전할 생각이라고 했다. 내년에도 차이콥스키 콩쿠르, 퀸엘리자베스 콩쿠르가 잡혀 있다.

지난해 3집 음반 &lt;세기의 여정&gt;이 영국 &lt;그라모폰&gt; ‘올해의 음반’으로 선정된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 그는 올해 연주회, 국제 콩쿠르 참가, 음반 녹음 등으로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Jino Park/MOC
지난해 3집 음반 <세기의 여정>이 영국 <그라모폰> ‘올해의 음반’으로 선정된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 그는 올해 연주회, 국제 콩쿠르 참가, 음반 녹음 등으로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Jino Park/MOC

세계 최고 권위의 클래식 음반 전문 비평 매체의 ‘올해의 음반’으로 꼽히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자주 연주하진 않지만 숨은 보석 같은 솔로 곡들을 담았어요. 곡들을 정말 열심히 탐색해 골랐는데, 그러면서 몰랐던 음악, 스토리가 담긴 음악들을 알게 돼 좋았습니다.” 그는 선곡 과정에서 쌓인 정보가 많았기에 음반 해설도 독일어로 직접 쓸 수 있었다. 2000년생 연주자가 고른 20세기 바이올린 명곡은 모두 9곡이다. 막스 레거, 크라이슬러, 프로코피예프 등의 곡들과 함께 윤이상이 바흐의 ‘음악의 헌정’을 주제로 작곡한 변주곡 ‘왕의 주제’도 담았다. 이 곡을 연주할 때 특히 부담이 컸다고 했다. “우리나라 작곡가이시고, 워낙 크신 분이잖아요. 참고할 음반도 아예 없고요.”

그는 연주할 땐 항상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으로 한다고 했다. “제 공연에 자주 오시는 팬들을 위해, 또는 가족이나 스승을 위해 연주하기도 합니다. 물론, 저 자신을 위해 연주할 때도 있고요.” 그래야 더욱 집중되고 간절해지면서 좋은 연주가 된다는 거였다. 그는 공부를 ‘나만의 고유한 색깔을 찾아나가는 과정’이라고 봤다. “무대 경험과 음반 작업을 통해서 저만의 비브라토 법도 체득했어요. 저만 쓰는 활 테크닉도 있고요. 제 스타일을 쌓아가면서 성장하고 성숙해지는 과정에 있다고 봅니다.”

올해는 바쁜 일정을 보내야 한다. 4월 교향악 축제에선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와 협연하고, 11월엔 전국 리사이틀 투어를 진행한다. 지난해 서울시립교향악단과 녹음한 윤이상의 바이올린 협주곡 3번 음반이 조만간 발매된다. 내년까지 우크라이나 출신 폴란드 작곡가 카를 시마노프스키의 소품집으로 5집 앨범도 내야 한다. 연주회, 콩쿠르, 음반 녹음을 동시에 준비해나가야 하는 처지다.

“어떤 곡에 대해 ‘박수예가 연주하는 거로 듣고 싶다’는 말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런 얘길 자주 듣는 연주자가 되고 싶습니다.” 다른 연주자들의 본보기나 표준이 되는 연주자가 되는 게 그의 꿈이란다. 그러면서 살짝 덧붙였다. “음악 앞에 서지 않고 뒤에 서서 작곡가를 존중하며 초심을 잃지 않는 연주자로도 기억되고 싶어요.”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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