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집 음반 <드림 오브 유>로 최근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재즈 보컬 음반상’을 받은 마리아 킴은 피아노 치듯 노래하고, 노래하듯 피아노 친다. 소니뮤직 제공
조붓한 공간에서 하는 소규모 공연에선 감흥도 쉽게 전염된다. 소리는 밀도 있게 전달되고, 청중의 기꺼운 박수는 연주자의 열정을 고조시킨다. 현장의 즉흥성이 생명인 재즈 공연은 그래서 재즈바가 제격이다. ‘블루노트’나 ‘빌리지뱅가드’ 등 미국 뉴욕 재즈바에서 녹음한 앨범 중에 명반이 많은 것도 이런 연유다.
지난 12일 저녁 서울 마포구 합정역 부근 재즈바 ‘가우초’에서 연주자들은 혼을 쏟아부었고, 청중은 뜨거운 환호를 보냈다. 4월30일 유네스코 지정 ‘세계 재즈의 날’ 홍보를 위해 열린 보컬 겸 피아니스트 마리아 킴(36)의 공연이었다. 그는 “애호가들과 얼굴 맞대고 연주하는 건 특별한 즐거움”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마리아 킴은 작년에 낸 5집 음반 <드림 오브 유>로 지난 1일 열린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재즈 보컬 음반상’을 받았다. 재즈 스탠더드 10곡을 담은 이 음반은 마지막 곡까지 들어도 지루하지 않다. 보컬과 재즈 콰르텟, 스트링 연주가 착 달라붙는다. 안정감을 주면서도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피아노·베이스·드럼에 기타를 더했고, 여기에 바이올린·비올라·첼로 연주자 8명이 함께했다. “재즈와 클래식은 박자 세는 것도 달라요. 재즈 화성을 넣으면 클래식 연주자들이 ‘틀린 거 아니냐’고도 합니다. 근데 이게 재미나고 새로운 경험이에요.” 재즈 보컬에 스트링 연주를 입힌 음반은 국내에서 그리 흔하지 않다.
정통 재즈 스탠더드 10곡을 담은 마리아 킴의 5집 <드림 오브 유>는 보컬과 재즈 콰르텟, 스트링 연주가 착 달라붙어 안정감을 준다. 소니뮤직 제공
‘피아노 치듯 노래하고, 노래하듯 피아노를 친다’는 마리아 킴. 재즈 평론가들은 그를 다이애나 크롤, 퍼트리샤 바버, 엘리아니 엘리아스에 비유하기도 한다. 피아노 연주를 겸하는 실력파 여성 재즈 보컬들이다. “두가지를 동시에 할 땐 한가지에 집중하고 다른 하나는 무의식 중에 하려고 해요.” 피아노 치면서 노래 부를 땐 아무래도 노래에 무게를 싣게 된다는 거였다. 그의 보컬은 가사 전달이 선명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사의 뉘앙스를 살리려고 톤과 음색에도 신경을 써요. 가사 모르는 분들께도 느낌을 전달하려고요.” 브라질이 본고장인 보사노바도 가사 뜻을 제대로 알고 부르고 싶었다. 그가 브라질 공용어인 포르투갈어 학습에 7년째 매진해온 이유다. 클래식 피아노를 공부하던 그는 15살 때부터 재즈를 시작했다. “조금 답답했어요. 마음 가는 대로 자유롭게 연주하고 싶었는데, 재즈가 그렇더라고요.” 이후 미국 버클리 음대와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재즈를 공부했다. 뉴잉글랜드 음악원은 프리재즈 전통이 깊은 곳이다. 그래서인지 자작곡들로 채운 그의 첫 음반에선 프리재즈 기운이 감돈다. 2015년 1집 이후 7년 동안 앨범 5장을 내놓았으니 꽤 생산성이 높다. “좋은 연주자들과 공연하면 그걸 액자에 담아 사진처럼 간직하고 싶어져요. 그렇게 앨범을 내다 보니 벌써 5집이 됐네요.” 다음에는 피아노 치면서 노래하는 솔로 앨범을 생각 중이라고 했다.
“오래도록 즐겁게 노래하는 가수”가 그의 꿈이다. “친구도 잘 못 알아보던 90대의 토니 베넷이 무대에 오르니 눈빛이 달라지는 걸 봤어요. ‘아, 저렇게 살고 싶구나’ 생각했죠.” 5집 음반 수록곡 ‘아이 레프트 마이 하트 인 샌프란시스코’는 이 노래를 히트시킨 미국 ‘스탠더드의 제왕’ 토니 베넷에 대한 오마주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한국 재즈 보컬의 정통을 잇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숨기지 않았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