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처 ‘리카리카’ 뮤직비디오 장면. 엔씨에이치엔터테인먼트 제공
“리카리카리카리카뽕/ 리카리카리카리카땡”
뮤직비디오에서 빨간 옷을 입은 걸그룹은 손동작 없이 발만 동동거리다가 다리를 벌렸다 오므렸다 하며 춤을 춘다. 코미디언 배삼룡의 개다리춤 같기도 하고, 엘비스 프레슬리가 ‘하운드도그’를 부르면서 신나게 흔드는 춤과 닮아 보이기도 한다.
이 걸그룹은 다국적 아이돌 그룹(한국인 7명, 중국인 1명, 일본인 1명) 네이처. 지난 1월24일 오랜 공백기를 깨고 신곡 ‘리카리카’를 내며 1년6개월 만에 컴백했다. 이들은 2018년 8월 첫 싱글 앨범 <기분 좋아>로 데뷔한 4년차 걸그룹이다.
묘하게 중독되는 이들의 춤은 많은 이의 호기심을 불러내고 있다. 브레이브걸스 ‘롤린’을 역주행하게 만든 유튜버 비디터 채널에도 이 영상이 올라와 있다. 28일 오후 현재 조회수 149만회로 인기몰이 중이다.
네이처 ‘리카리카’ 뮤직비디오 장면. 엔씨에이치엔터테인먼트 제공
댓글은 온통 춤 얘기다. “층간소음 복수 춤인가요?” “만보기 챌린지 했으면 좋겠음.” “이 노래는, 입은 웃고 있지만 눈은 슬퍼 보이는 김소희 표정이 킬포(핵심)임.” “백조인가? 표정은 평온, 발은 바쁘고….” “아, 이 노래 자꾸 머리에 생각나 미치겠네.”
사실 네이처의 ‘리카리카’ 포인트 안무는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의 자울리 춤을 모티브로 한 동작이다. 멤버 소희가 “처음에는 사람이 출 수 없는 춤이라고 생각했다”고 했을 정도로 전형적인 걸그룹 이미지와는 다소 동떨어진 색다른 춤이다.
‘리카리카’는 ‘아프리카’의 ‘리카’에서 따왔다. 노래 제목은 일상에 지친 현대인에게 자연의 밝은 에너지를 담아 전달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장윤정의 ‘어머나’, 슈퍼주니어-티(T)의 ‘로꾸거!!!’ 등을 만든 윤명선이 작곡했다. 기존 걸그룹이 부르는 노래와 이미지가 다른 편이다. 댄스곡에 트로트풍을 섞은 것도 그렇고, 후크(반복되는 악절) 가사에 ‘뽕’이 들어간 것도 그렇다.
‘네이처 이대로 처 망할 수 없다’ 방송 화면 갈무리.
네이처는 지난 1월 ‘스튜디오 룰루랄라’ 유튜브 채널에 페이크(가짜) 다큐멘터리 형식의 콘텐츠를 내보냈다. 1회부터 ‘네이처 이대로 처 망할 수 없다’(네·이·처)라는 범상치 않은 제목이었다.
5회까지 나온 이 콘텐츠는 네이처가 처한 절박함을 중심 소재로 삼아 화제가 되고 있다. 멤버들은 복귀가 기약 없이 미뤄지자, 연습을 그만두고 현실을 한탄하는 얘기를 나눈다. “나이도 우리가 어리지는 않잖아. 소희 언니는 곧 있으면 결혼할 나이야.” “이러려고 내가 일본에서 왔다고 생각하면 진짜….” “대학교 포기하고 무대에서 빛나고 싶었는데, (현실은) 연습실 화장실 불도 나보다 빛나….”
멤버들이 더는 안 되겠다며 소속사 대표에게 사직서를 내는 모습까지 담았다. 보는 이에게 웃음을 주면서도 애잔한 느낌과 절박한 심정을 드러내 보인다. 멤버들은 “음악방송 1위를 하고, 연말연초 시상식에서 직원분들과 리프(네이처 팬덤) 이름을 시원시원하게 외쳐보는 게 소원”이라고 얘기한다.
네이처가 지난해 ‘롤린’으로 역주행 신화를 썼던 브레이브걸스의 뒤를 이어 또 한번 역주행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