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한 선곡·젊어진 무대…20개 오케스트라 총출동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 2일 개막]

브루크너 등 초대형 작품들에
존 케이지 문제적 피아노 곡도
오종성·최병돈 창작곡 첫 공연
신예 음악인들 대거 참여 눈길

지휘자 장윤성이 이끄는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지난해 교향악축제에서 연주하고 있다. 부천필은 2일 개막 공연에서 탄생 200주년이 되는 세자르 프랑크의 교향시 등 4곡을 연주한다. 예술의전당 제공

봄이면 ‘교향악축제’가 찾아온다. 20개 오케스트라가 총출동해, 한달 가까이 릴레이로 교향악을 연주한다. 1989년부터이니 올해로 34회째다. 이렇게 온 나라의 공공 관현악단이 경연이라도 벌이듯 집중적으로 공연하는 형식은 클래식의 본향 유럽에서도 찾기 어렵다. 2일부터 24일까지(월요일 제외)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펼쳐지는 올해 축제는 여러가지로 달라진 면모를 보여 청중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먼저, 선곡이 과감하고 의욕적이다. 80명 이상의 연주자가 무대를 꽉 채우는 초대형 작품들이 많다. 브루크너(4번, 9번)와 쇼스타코비치(5번, 10번, 11번), 스크랴빈(2번, 4번)의 교향곡이 대표적이다. 반면, ‘겹치기 연주’가 이뤄질 정도로 ‘단골 메뉴’이던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슈만, 브람스의 교향곡은 찾을 수 없다. 인기가 높던 라흐마니노프의 곡도 연주되지 않는다. 모차르트는 3개의 협주곡(피아노, 바이올린, 플루트&하프)으로 체면치레를 했다.

국내에서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최수열이 지휘하는 부산시향은 전위적 작곡가 존 케이지의 ‘4분 33초’를 선택했다. 아무런 연주도 하지 않는 ‘문제적 피아노곡’이다. 칼린니코프와 코플런드의 교향곡도 거의 연주되지 않는 곡들이다. 탄생 200주년을 맞은 세자르 프랑크와 150주년이 되는 알렉산드르 스크랴빈, 본 윌리엄스의 작품들도 눈에 띈다. 개막 공연을 장식하는 부천필하모닉은 세 작곡가의 작품을 모두 연주하기로 해 선곡 의도를 선명하게 드러냈다.

지휘자 여자경이 이끄는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가 지난해 교향악축제에서 연주하고 있다. 강남심포니는 오는 23일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5번 등 3곡을 선보인다. 예술의전당 제공

국내 작곡가들의 창작곡도 초연한다. 오종성의 ‘미미 포 오케스트라’와 최병돈의 ‘뮤직 포 오케스트라’는 예술의전당이 최초로 교향악축제에 맞춰 위촉한 창작곡이다. 지난해 창작곡을 공모했다. 통영국제음악제 음악감독으로 취임한 세계적 작곡가 진은숙의 ‘수비토 콘 포르차’도 음악팬들이 기다리는 작품이다.

젊은 음악인들이 대거 나선다는 점도 눈에 띈다. 지휘자 정주영(원주시향)과 김건(창원시향), 정헌(목포시향)은 이번이 교향악축제 데뷔 무대다. 지난해 제1회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지휘콩쿠르에서 입상한 윤한결도 관심을 끈다. 협연자들도 한층 연령대가 낮아졌다. 피아니스트 이혁과 임주희,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 첼리스트 한재민은 2000년대 태생이다. 지난해 부소니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박재홍과 2위를 차지한 김도현, 몬트리올 국제콩쿠르 1위의 김수연과 윤이상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한 바이올리니스트 카리사 추 등 국제 무대에서 검증받은 신예들이 관객들의 기대를 모은다.

‘프로그램의 다양성’ 측면에선 진일보했다고 평가할 만하다. 다만, 클래식에 막 입문하는 청중에겐 이런 편성이 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부천필하모닉 상임지휘자인 장윤성 서울대 교수는 “새로운 작품을 충실히 준비해 연주하면 관객들도 그게 좋다는 걸 체험하게 된다”며 “한층 젊어진 국내 청중들도 새로운 작품 연주에 대한 효능감이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모든 공연은 예술의전당 유튜브 채널과 <한국방송>(KBS) 라디오 클래식에프엠(FM)을 통해 생중계한다. 예술의전당 분수 광장에 있는 400인치 대형 모니터로도 즐길 수 있다. 1만~5만원의 비교적 저렴한 값에 관람할 수 있다. 한화가 2000년부터 23년째 단독으로 후원하고 있다.

임석규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