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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인터뷰] 분방한 ‘첼로 거장’ 마이스키

등록 2022-04-17 11:43수정 2022-04-18 02:34

17년째 자녀들과 연주 활동
2009년 이후만 다섯번째 내한
‘그리운 금강산’ 등 한국 가곡 녹음
‘단 한명의 제자’로 장한나 꼽아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왼쪽)는 피아니스트인 딸 릴리(오른쪽), 바이올리니스트인 아들 사샤와 함께 17년째 트리오 활동도 펼치고 있다. 크레디아 제공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왼쪽)는 피아니스트인 딸 릴리(오른쪽), 바이올리니스트인 아들 사샤와 함께 17년째 트리오 활동도 펼치고 있다. 크레디아 제공

라트비아 태생의 유대인인데, 러시아에서 교육받고 이스라엘로 송환됐다가 지금은 세계를 누비며 연주한다. 자녀 6명은 각기 다른 네 나라에서 태어났다. ‘세계의 시민’을 자처하는 은발의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74). 그는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1988년 첫 내한 이후 20차례 넘게 한국을 찾았고, ‘그리운 금강산’ 등 한국 가곡도 녹음했다. 이번엔 피아니스트인 딸 릴리(35)와 함께 군산(29일)과 서울(5월1일), 광주(5월3일)에서 연주한다. 서면 인터뷰로 만난 그는 딸은 물론 제자인 첼리스트 겸 지휘자 장한나에 대해서도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릴리는 저와 기질과 태도가 많이 닮았어요. 그래서인지 함께 연주하는 게 편하고 좋아요.” 마이스키 부녀는 내한공연도 자주 했다. 2009년 이후 이번이 다섯번째다. 2011년엔 바이올린 연주자인 아들 사샤(33)도 참여한 트리오 공연이었다. “언제나 아이들과 함께 연주하는 걸 꿈꿔왔어요. 17년째 가족끼리 트리오로 연주하고 있으니 저는 정말로 운이 좋은 사람이죠.” 요즘엔 피아노를 치는 셋째 막시밀리안(17)과도 연주를 함께한다.

러시아 첼로의 거장 로스트로포비치와 피아티고르스키에게 모두 가르침을 받은 유일한 첼리스트가 마이스키다. 그가 꼽는 ‘단 한명의 제자’가 장한나다. “한나처럼 빼어난 첼리스트가 연주를 멈춘 건 안타깝지만 그는 훌륭한 지휘자지요. 음악을 대하는 그의 태도를 존경합니다.” 그는 “최근 독일 함부르크에서 한나와 협연했는데 너무 성공적이어서 12월에도 독일에서 다시 그와 협연할 예정”이라고 했다. 가을엔 장한나가 이끄는 노르웨이 트론헤임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마이스키 트리오’가 베토벤의 ‘삼중협주곡’을 협연한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한 어조로 비난해왔다. 그런데도 그가 ‘양쪽의 희생자들’을 애도했다는 이유로 ‘친우크라이나 운동가’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한 소회를 묻자 그는 “까다로운 질문”이라며 “분명한 건 전쟁의 폭력성을 진심으로 지지하는 사람들이 설 곳이 없어야 문명화된 사회”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차이콥스키나 라흐마니노프, 쇼스타코비치 같은 위대한 러시아 작곡가의 곡을 연주하는 것조차 금지하는 곳이 있는데, 이는 어리석고 터무니없으며 잘못된 일”이라고 꼬집었다.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는 연미복 대신 헐렁한 실크블라우스를 입고 연주한다. 그는 “클래식 음악계의 보수적인 이미지에 대항하는 무의식적인 시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크레디아 제공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는 연미복 대신 헐렁한 실크블라우스를 입고 연주한다. 그는 “클래식 음악계의 보수적인 이미지에 대항하는 무의식적인 시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크레디아 제공

그는 누이가 이스라엘로 망명하면서 18개월 동안 강제수용소에 감금돼 고초를 겪었다. 소련 시절이던 1970년, 22살 때였다. 이 기억을 묻자 “너무 충격적이고 힘들었다”면서도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운명에 감사하게 된다”고 답했다. “그 일로 모스크바 음악원 졸업장도 받지 못했지만 또 다른 인생을 경험했고, 그 덕분에 더 성숙해질 수 있었죠.” 그는 “삶이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누구나 그 속에서 긍정적인 부분을 찾을 수 있고, 또 그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무대에서 연미복을 입지 않는다. 분방한 연주 스타일처럼 헐렁한 실크블라우스 차림으로 연주한다. 패션 감각이 좋다는 평가에 그는 “내 공연은 패션쇼가 아니다”라고 항변해왔다. 그는 “연주할 때 많이 움직여야 하는데, 나비넥타이에 연미복은 불편하다”며 “그것은 클래식 음악계의 보수적인 이미지에 대항하는 무의식적인 시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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