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캉토로프는 2019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우승과 함께 ‘그랑프리’도 수상했다. 그에 앞서 그랑프리를 받은 피아니스트는 다닐 트리포노프가 유일하다. 마스트미디어 제공
코로나 팬데믹의 빗장이 조금씩 풀리면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들이 잇따라 한국을 찾는다.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캉토로프(25)와 카티아 부니아티슈빌리(35)가 19일과 20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각각 독주회를 연다. 프랑스 국적의 두 젊은 연주자는 여러 면에서 비교된다. 처음 내한하는 캉토로프는 2019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테크닉과 음악성을 겸비해 ‘환생한 리스트 페렌츠’로 불린다. 부니아티슈빌리는 이번이 네번째 내한이다. 연주 기교가 뛰어나고 표현도 좋은데, 화려한 의상과 파격적 무대 매너가 더 주목받으면서 음악적 평가에선 손해를 보기도 했다.
캉토로프는 지난 9일 미국 보스턴심포니와 차이콥스키 피아노협주곡 2번을 협연했다. 미국 보스턴 심포니 홀에서 이 곡이 연주된 건 1912년 이후 두번째다. 수없이 연주되는 1번과 달리 2번은 좀처럼 연주되지 않는다. 캉토로프는 차이콥스키 콩쿠르 결선에서 2번 협주곡을 연주해 우승과 함께 최고 영예인 ‘그랑프리’까지 수상했다. 그 전까지 이 콧대 높은 콩쿠르의 그랑프리 수상자는 3명뿐인데, 성악가 2명과 피아니스트 다닐 트리포노프였다. 상금은 1위가 3만달러(약 3700만원), 그랑프리는 10만달러(약 1억2천만원)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청중을 압도한다는 측면에선 1번보다 덜하지만, 2번도 작품 곳곳에 엄청나게 반짝이는 순간과 신비로움이 깃들어 있다”고 2번을 선곡한 이유를 설명했다.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 이전에도 그는 유럽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영국 클래식 음악 전문 잡지 <그래머폰>은 그에게 ‘시적 매력을 지닌 불타오르는 거장’이란 타이틀을 붙였다. 부모 모두 바이올린 연주자인데, 아버지 장자크 캉토로프(77)는 지휘자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아들의 피아노 연주에 아버지가 핀란드 오케스트라 타피올라 신포니에타를 지휘한 생상의 피아노협주곡 3~5번 음반은 2019년 디아파종상을 받았다. 이번 공연에서는 리스트의 작품 4곡과 슈만의 소나타 1번, 스크랴빈의 ‘불꽃을 향하여’를 연주한다.
조지아 태생의 카티아 부나아티슈빌리는 기교와 표현력이 뛰어난 피아니스트다. 파격적 의상과 수려한 외모로 주목받으면서 음악적 평가에선 손해를 보기도 한다. 인아츠프로덕션 제공
부니아티슈빌리는 가장 뛰어난 연주자는 아닐지 몰라도 가장 인기 있는 피아니스트로 손꼽히는 건 분명하다. 올해도 세계 각지에서 빽빽한 공연 일정이 잡혀 있다. 수려한 외모와 패셔니스타 뺨치는 의상에, 유려한 테크닉의 감각적 연주로 대중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명품 주얼리 브랜드 카르티에는 2020년 그를 홍보대사로 임명하기도 했다. 클래식 연주자로는 드문 경우다. 그는 2015년엔 영국 록밴드 콜드플레이의 앨범에도 참여하는 등 클래식에만 갇히길 거부한다.
그는 조지아 태생이다. 2008년 러시아가 조지아를 침공한 이후 러시아에서의 연주를 거부해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비판했다. 에스엔에스에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는 글을 계속 올리고 있다. 2015년 난민을 위한 콘서트, 2016년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 전쟁 부상자를 위한 키이우 자선 콘서트, 2018년 러시아 인권침해 반대 콘서트에 출연하는 등 사회 현안에 활발히 발언해왔다. 이번 공연에선 2020년 발매한 앨범에 담은 에리크 사티의 ‘짐노페디 1번’을 비롯해 바흐, 슈베르트, 쇼팽, 리스트의 소품들을 선보인다.
새달에도 이 두 사람 외에 여러 공연이 줄줄이 기다린다. 2015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한 러시아 피아니스트 드미트리 마슬레예프는 5월8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한다. 1960년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전설의 피아니스트 마우리치오 폴리니의 첫 내한공연도 5월19일과 25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올해 여든살이어서 이번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폴리니 공연은 아르(R)석 티켓값이 38만원에 이른다. 포르테 피아노의 명인 로버트 레빈(5월26일 서울 금호아트홀), 젊은 피아노 스타 알렉산드르 말로페예프(5월29일 서울 예술의전당)도 내한한다.
임석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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