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문화재 전수교육 공간으로 써달라며 시가 200억원 상당의 땅을 문화재청에 기부한 이영희 명인. 문화재청 제공
국악계 원로인 국가무형문화재 가야금산조 및 병창 보유자 이영희(84) 명인이 시가 200억원 상당(공시지가 54억원)의 땅을 “무형문화재 전수교육 공간으로 써달라”며 국가에 기부했다.
문화재청은 이 명인의 뜻에 따라 경기도 성남시 금토동에 있는 5474㎡(1656평) 규모의 이 부지에 오는 2027년까지 지하 2층, 지상 4층 규모의 국가무형문화재 예능전수교육관을 건립하기로 했다. 문화재청은 예능전수교육관 건립을 위해 이 명인이 기부한 땅에 200억원의 문화재보호기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1938년 전북 군산 태생인 이 명인은 가야금, 거문고, 아쟁, 단소, 양금 등 여러 국악기 연주를 배웠고, 승무와 살풀이춤도 전수받았다. 이화여대 사회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던 1961년엔 전국신인방송국국악경연대회에 아쟁 연주자로 출전해 1위인 장관상을 받았다. 대학 졸업 이후엔 국악예술학교 교사로 일했다. 1991년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로 인정되며 인간문화재 반열에 올랐고, 2000년부터 12년간 한국국악협회 이사장을 맡았다. 국악계에 기여한 공로로 한국예총 예술문화상 대상과 서울시 문화상을 받았다.
이 명인은 국악과 무용 등 전통 예능을 한자리에서 교육할 공간이 부족하다는 점을 아쉬워하다 보유한 토지 기부를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명인은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나이가 많아 인생을 마무리하고 정리할 시기가 왔다고 생각했다”며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전수교육관이 있지만, 공예 종목 위주여서 예능인이 사용할 공간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먼저 문화재청에 토지 기부를 제안했는데 다행히 요청이 받아들여졌다”며 “전수교육관이 준공되면 그 안에 거처할 공간 몇평만 마련해달라고 부탁했다”고 했다. 이 명인이 현재 거주하고 있는 주택도 이 땅에 자리 잡고 있다.
임석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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