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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개량 국악기, 소리의 변신은 무죄

등록 2022-04-25 18:19수정 2022-04-26 02:08

국악박물관 기획전시 5월15일까지
보조키 달아 저음 확대한 대피리 등
대표적 개량 국악기 40여점 선봬
서양의 관악기처럼 보조키를 달아 저음역을 확대한 대피리. 국립국악원 제공
서양의 관악기처럼 보조키를 달아 저음역을 확대한 대피리. 국립국악원 제공

현이 25개나 되는 가야금, 오보에처럼 보조키를 장착한 대피리와 중음태평소, 나팔꽃 모양 해금…. 국악기는 다양하게 변형됐다. 시대의 변화가 국악기의 변신을 견인했다. 국악기개량위원회가 발족한 때는 1964년이었다. 이후 1989년까지 네차례에 걸쳐 25년간 개량 사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물인 31종 228개의 개량 악기가 국립국악원 수장고에 보관돼 있다. 국립국악원이 5월15일까지 서울 서초동 국악박물관에서 여는 국악기 개량 기획전시 ‘변화와 확장의 꿈’에서 대표적 개량 국악기 40여점을 만나볼 수 있다.

객석 방향으로 현악기의 음량을 확성시키는 반사판을 덧댄 현악기 받침대. 국립국악원 제공
객석 방향으로 현악기의 음량을 확성시키는 반사판을 덧댄 현악기 받침대. 국립국악원 제공

서양 오케스트라 시스템을 도입한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이 1965년 출범하면서 음역이 좁고 음량이 부족한 국악기 개량이 절실했다. 무엇보다 국악기의 취약한 저음역 보강이 가장 시급한 과제였다. 12현 가야금은 25현으로, 7현 아쟁은 9현으로 늘려 저음역 표현을 보강했다. 관악기에서도 길이를 늘이고 보조키를 달아 대피리의 저음을 확대했다. 고음역이 특기인 태평소에도 보조키를 달아 중음·저음 태평소로 개편했다. 목을 길게 늘인 저음 나발도 만들었다. 대취타 등에서 연주하는 타악기인 운라의 소리판은 원래 10개였는데, 17개 운라, 24개 운라 등으로 다양화했다.

넓은 문화공간과 야외에서 공연하려면 국악기의 음량도 확장해야 했다. 가야금, 아쟁, 거문고, 해금 등 전통 현악기의 음량을 키우기 위해 울림통을 크게 했다. 울림통 내부의 소리를 밖으로 내보내는 구멍인 공명혈(共鳴血)의 위치와 개수를 늘리니 소리가 커졌다. 객석 방향으로 현악기의 음량을 키우는 반사판을 덧댄 현악기 받침대도 만들었다. 소리가 너무 커서 실내 연주가 어려운 태평소엔 약음기를 달아 실내악용 태평소로 개량했다. 채의 재질을 탱자나무에서 호두나무로 바꾸면 꽹과리 음량도 줄일 수 있었다.

소리판 10개로 이뤄진 전통 운라의 소리판을 17개로 늘린 개량 운라. 대취타에서 연주하는 운라의 음역 확대를 위해 소리판의 개수를 늘렸다. 국립국악원 제공
소리판 10개로 이뤄진 전통 운라의 소리판을 17개로 늘린 개량 운라. 대취타에서 연주하는 운라의 음역 확대를 위해 소리판의 개수를 늘렸다. 국립국악원 제공

국악기를 널리 보급할 수 있도록 재질을 바꾸기도 했다. 특수한 대나무로 만들던 단소, 소금, 대금, 피리 등 관악기를 철, 피브이시(PVC·폴리염화비닐), 목재 등으로 만들었다. 기어를 장착한 가야금 조이개는 연주를 용이하게 해줬다. 구하기 어려운 소라 껍데기 대신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FRP)으로 제작한 나각도 있다.

요즘도 국악관현악 연주회장에 가면 한쪽 구석에 첼로와 콘트라베이스가 ‘용병’처럼 놓여 있는 걸 볼 수 있다. 깊고 단단한 저음을 낼 수 있는 국악 현악기가 없기 때문이다. 김영운 국립국악원장은 “첼로와 콘트라베이스를 대체할 저음 국악 현악기를 만드는 게 시급하다”며 “여러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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