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정동에 자리 잡은 유서 깊은 소극장 세실극장이 폐관 위기에 내몰렸으나 국립정동극장에 운영권을 넘겨 오는 7월 ‘국립정동극장―세실’로 새롭게 개관한다. 국립정동극장 제공
유서 깊은 ‘연극의 메카’ 서울 중구 세실극장이 폐관 일보 직전에 국립정동극장으로 운영권을 넘겨 오는 7월 ‘국립정동극장―세실’로 새롭게 개관한다. 김희철 국립정동극장 대표는 26일 세실극장 아래층 식당 ‘달개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세실극장에서 국립정동극장으로 이어지는 단계별 창작 시스템을 정착시켜 정동 거리를 공연예술의 새로운 중심지로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난을 극복하지 못한 세실극장은 그동안 폐관과 개관을 반복하며 가까스로 버텨오다 최근 조명시설 철거에 나서는 등 폐관 절차를 밟아가고 있었다. 1976년 개관한 세실극장은 한때 연극인회관으로 사용되고, 서울연극제의 전신인 대한민국연극제가 열리는 등 소극장 연극의 중심지였다. 1987년 6·10 항쟁 당시 민주화 선언이 낭독됐던 역사적 공간이기도 하다. 건축가 김중업의 설계로 지어진 세실극장은 2013년 건축적·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지정됐다.
개관 이후 여러차례 운영자가 바뀌는 곡절을 거치며 명맥을 이어온 세실극장은 2018년에도 경영 위기로 폐관에 내몰렸다. 당시 서울시는 극장 소유주인 대한성공회와 협력해 여섯번째 운영자로 서울연극협회를 선정해 세실극장을 재임대했다. 하지만 서울연극협회는 지난해 말 “무대 위쪽에서 지속적인 전기 합선이 발생했다”며 “조명기 등 장비를 모두 철수했고 폐관 수순을 밟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세실극장 ‘구원투수’로 나선 국립정동극장은 세실극장의 일곱번째 운영자다.
건출가 김중업의 설계로 1976년 개관한 세실극장 내부. 서울시는 1987년 6·10 항쟁 때 민주선언문이 낭독된 이 공간의 역사적·건축적 가치를 인정해 2013년 미래유산으로 지정했다. 국립정동극장 제공
김희철 국립정동극장 대표는 “소유주인 대한성공회 쪽과 우선 5년 임대계약을 맺었다”며 “몇억원이 들어가는 시설 보수 예산은 성공회 쪽과 정동극장이 절반씩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정동극장은 오는 8월 재건축에 들어가 2025년께 재개관할 예정인데, 세실극장과 역할을 분담하게 된다. 소극장 규모인 세실극장 무대에서 작품성과 확장성이 확인된 작품들을 재가공하고 발전시켜 ‘2차 제작극장’ 격인 국립정동극장 무대에 올리겠다는 거다.
김희철 국립정동극장 대표가 26일 서울 중구 정동 세실극장 건물 1층 식당 달개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운영권을 넘겨받은 세실극장 운영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국립정동극장 제공
‘국립정동극장―세실’이 개관과 함께 선보일 첫 작품은 연극 <카사노바>로, 지난해 동아연극상 연출상을 받은 임지민이 연출을 맡았다. 이어 8월엔 텀블벅 후원으로 첫선을 보인 에스에프(SF) 장르 뮤지컬 <인간탐구생활>(연출 표상아), 9월엔 뮤지컬 <우주에게 보내는 편지>, 11월엔 모노 음악극 <괴물>(김채린 작) 등으로 관객을 맞는다.
임석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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