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편곡 소박한 연주
지난 2월13일부터 19일까지 금호문화재단이 주최하는 제1회 잘츠부르크 음악주간이 금호아트홀에서 진행되었다. 이번 프로젝트는 루츠 레스코비치가 이끄는 잘츠부르크 졸리스텐을 주축으로 올해 탄생 250주년인 모짜르트, 100주년인 쇼스타코비치, 서거 150주년인 슈만, 이 셋과 그 외의 실내악과 관현악 편곡을 선보였다. 잘츠부르크 졸리스텐은 잘츠부르크 미라벨 궁전에서 해마다 음악 주간을 마련하고 있으며, 피아니스트 안미현이 여기 초대되어 연주를 가진 인연으로 이번 내한 무대가 성사되었다. 이중 ‘모차르트 갈라’라는 제목으로 꾸민 14일 공연을 찾아보았다. 이날 연주된 곡은 <피아노 환상곡 라단조, 작품번호 397> <바이올린 소나타, 작품번호 301> <바이올린 협주곡, 작품번호 211> <대육중주, 작품번호 364>이었다.
피아니스트 제갈 소망의 독주 그리고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와의 이중주는 모두 자주 연주되는 곡은 아니었지만, 연주자 자신의 긴장감을 해소하고 객석의 산만함을 다잡기에 적당한 선택이었다. 특히 권혁주는 비올라의 음색을 연상케 하는 묵직한 톤이 인상적이었다.
이날의 메인 프로그램은 <바이올린 협주곡 2번>과 <대육중주>로 둘 모두 실내악 편성으로 연주할 수 있도록 편곡된 판본이 사용되었다. <협주곡>의 독주를 맡은 루츠 레스코비치는 막 예순을 넘긴 관록 있는 리더로 모차르트 자신이나 잘츠부르크의 악장이었던 브루네티가 연주했을 화려한 악구를 뽐내지 않고 담담하게 풀어 갔다. 그의 뒤를 받친 잘츠부르크 솔리스텐의 단원들도 눈빛으로 들고 날 때를 신호하며, 마치 이 협주곡을 하나의 디베르티멘토인 양 즐겁고 소박하게 연주했다.
휴식이 끝나고 연주된 <대육중주>는 <신포니아 콘체르탄테, 작품번호364>를 익명의 작자(클라리네티스트 안톤 슈타틀러일 것으로 추정된다)가 현악 합주용으로 편곡한 것이다. 바이올린과 비올라 각 두 대와 첼로, 더블베이스를 위한 편성인 이 편곡은 특이하게도 합주부와 독주부를 완전히 재편했다. 즉 바이올린과 비올라의 독주부를 솔리스트에게 맡기는 것이 아니고, 둘이 대화하도록 또는 서로 역할을 바꿔가며 연주하도록 했고, 때로는 이들의 파트를 첼로가 떠맡기도 했다. 모차르트가 현악 오중주 장르를 즐겨 작곡했던 것을 상기하면, 가까운 음역의 악기들이 서로 긴밀하게 얽히도록 고안된 이런 편곡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잘츠부르크 토박이인 레스코비치는 이 도시에 대한 전세계의 관심이 지나치게 상업화된 하계 페스티벌에 집중된 것이 아쉽다는 말을 남겼다. 여름 음악제가 일상을 벗어나 한적한 시골에서 음악을 즐기고 새로운 우정을 쌓으려던 1920년 설립 당시의 취지를 이미 잃어버렸다는 지적이다. 올해 금호가 처음 마련한 이 음악 주간도 앞으로 회를 거듭할수록 좀더 많은 국내 연주자들이 함께 연주할 수 있는 무대가 되길 기대한다. 1주일간의 축제가 어느 한 연주자에 지나치게 할애된 느낌을 주는 것이 썩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정준호/음악 칼럼니스트·방송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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