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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독일가곡 대가의 비법 “보석세공 하듯 다뤄야 제맛”

등록 2022-05-05 18:26수정 2022-05-06 15:17

테너 김세일, 12일 슈만 가곡집 연주회
코로나 탓 앨범 발매 2년 만에
최고의 반주자 하둘라와 협연
파이프오르간 해설사로도 활약
리트(독일 가곡) 전문 테너 김세일이 슈만의 가곡집 <시인의 사랑> 음반을 낸 지 2년 만에 연주회를 연다. 그는 동양인으로는 드물게 유럽에서 종교음악 ‘에반젤리스트’(극 중 상황을 설명하고 해설하는 역할)로 활동 중이며, 롯데콘서트홀 오르간 해설사로도 나섰다. 목프로덕션 제공
리트(독일 가곡) 전문 테너 김세일이 슈만의 가곡집 <시인의 사랑> 음반을 낸 지 2년 만에 연주회를 연다. 그는 동양인으로는 드물게 유럽에서 종교음악 ‘에반젤리스트’(극 중 상황을 설명하고 해설하는 역할)로 활동 중이며, 롯데콘서트홀 오르간 해설사로도 나섰다. 목프로덕션 제공
“시에 음악을 입힌 게 리트(독일 가곡)잖아요. 리트를 부른다는 건 시처럼 자신의 얘기를 하는 겁니다.” 리트 전문 테너 김세일이 ‘오월의 노래’를 담은 슈만의 가곡집으로 5월을 수놓는다. 지난달 29일 비대면으로 만난 그는 “리트는 보석 세공하듯 섬세하게 다뤄야 제맛이 난다”고 말했다.

그의 첫 솔로 앨범이 나온 건 2년 전이다. 하이네의 시에 슈만이 곡을 붙인 독일 가곡집 <시인의 사랑> 전곡 16곡을 담았다. 앨범 발매와 동시에 연주회를 계획했으나, 코로나19 확산으로 두차례 무산됐다. 2년의 기다림 끝에 마침내 오는 12일 서울 예술의전당 아이비케이(IBK) 챔버홀에서 연주회를 연다. 최고의 리트 반주자로 꼽히는 피아니스트 마르쿠스 하둘라(빈 국립음대 교수)가 함께한다. 두 사람은 앨범 작업도 같이했다. “리트 반주에선 색깔이 중요해요. 귀를 열고 음악을 들으면서 성악가를 배려할 줄 알아야 합니다.” 김세일은 “유럽에선 피아노 분야에 ‘리트과’가 따로 있다”고 했다.

테너 김세일의 <시인의 사랑> 앨범과 연주회에서 피아노 반주를 맡은 세계적인 리트 전문 반주자 마르쿠스 하둘라 빈 국립음대 교수. 목 프로덕션 제공
테너 김세일의 <시인의 사랑> 앨범과 연주회에서 피아노 반주를 맡은 세계적인 리트 전문 반주자 마르쿠스 하둘라 빈 국립음대 교수. 목 프로덕션 제공
윤기 흐르는 그의 고음은 섬세하면서도 지적이다. 유럽 언론은 그의 미성에 ‘고귀하고 귀족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그가 ‘미성’이란 수식어를 좋아하는지 궁금했다. “리트는 시에 담긴 정서를 섬세하고도 적확하게 표현해야 하죠. 미성은 디테일을 묘사하는 데 많은 도움이 돼요.” 리트 가수인 그가 ‘미성’이란 타이틀을 마다할 이유가 없어 보였다.

<시인의 사랑>은 5월이 되면 생각나는 ‘오월의 노래’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5월/ 온갖 꽃봉오리 돋아날 때/ 내 마음속에 사랑이 솟아나네” 제1곡 ‘아름다운 5월에’는 이런 노랫말로 시작한다. 김세일은 “사랑의 기쁨을 담은 감미로운 선율도 있지만 아릿한 실연의 슬픔을 노래한 애조 띤 곡조가 많다”고 했다.

그에게 이 곡은 ‘첫사랑’과도 같다. 학창 시절 처음 접한 리트가 바로 이 곡이었다. “처음 이 곡을 만났을 때 언젠가 꼭 음반을 내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때가 20년 전이군요.” 그는 이 곡의 짜임새가 좋다고 평했다. “16곡의 연결 고리가 완벽해요. 아주 드라마틱하게 잘 짜여 있죠.”

테너 김세일은 유럽 각지의 성당에서 다양한 파이프오르간을 만날 기회가 많았다. 그가 서울 롯데콘서트홀에 설치된 파이프오르간 내부에서 연계장치를 설명하고 있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테너 김세일은 유럽 각지의 성당에서 다양한 파이프오르간을 만날 기회가 많았다. 그가 서울 롯데콘서트홀에 설치된 파이프오르간 내부에서 연계장치를 설명하고 있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음을 세밀하게 다루는 리트는 종교음악과도 통한다. 김세일은 해마다 4월이면 유럽 부활절 공연에 자주 오른다. 곳곳에서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마태수난곡’을 연주하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달 네덜란드에서 공연된 마태수난곡 연주에만 여섯차례 참여했다. 그 가운데 두차례는 극 중 상황을 설명하고 해설하는 ‘에반젤리스트’(복음사가) 역이었다. 에반젤리스트에겐 명료한 독일어 발음과 전달력, 경건한 음색이 요구된다. 그래서인지 동양인이 이 역을 맡는 일은 매우 드물다. “에반젤리스트는 극을 이끌어가는 역이잖아요. 제가 드라마를 짜임새 있게 잘 만든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종교음악 연주자이다 보니 유럽 각국의 성당에서 공연할 기회가 많았다. 자연스럽게 성당에 설치된 다양한 음색과 디자인을 지닌 파이프오르간을 접하게 됐다. 그가 오르간 해설사로 활약하게 된 연유다. 롯데콘서트홀은 ‘오르간 오딧세이’란 이름으로 올해 세차례 오르간 연주와 성악이 함께하는 무대를 마련하는데, 그가 노래와 해설을 맡았다. 지난 2월에 이어 오는 7월20일과 12월21일에도 그가 오르간 연주자 최규미, 조재혁과 함께 ‘콘서트 가이드’로 나선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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