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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그대 가슴속 길어올린 ‘그리움’ 한사발 받으시오

등록 2022-05-11 08:59수정 2022-05-11 09:14

[연극 ‘돌아온다’의 강성진·박정철]

‘악역’ ‘재벌’ 이미지 딴판 두 배우
강 “사진첩 보듯 그리움 되새겨져”
박 “가족이 뭔지 생각하게 될 것”
후배들엔 “무대 돌아와 같이 서자”
7일 시작한 연극 <돌아온다>에서 주인남자 역을 맡은 배우 강성진(왼쪽), 박정철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동의 한 연습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기 전 사진을 찍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7일 시작한 연극 <돌아온다>에서 주인남자 역을 맡은 배우 강성진(왼쪽), 박정철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동의 한 연습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기 전 사진을 찍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배우 강성진(51)은 ‘악역 전문’이다.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에서 ‘딴따라’ 역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배우 박정철(46)은 ‘금수저 연기’가 일품이다. ‘재벌 2세’ 전문 배우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연기 아우라가 딴판인 두 배우가 연극 <돌아온다>(5월7일~6월5일)에서 ‘더블캐스트’로 출연해 간접 연기 대결을 펼친다. 회차를 번갈아가며 동일한 배역을 연기하기에, 둘의 다른 개성을 비교해 보는 것도 이 연극의 한 재미다. 이들이 맡은 역은 동네 막걸릿집의 사연 많은 주인장. 지난달 29일 막걸리 상이 차려진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연습실에서 이들을 만났다.

“가슴에 간직한 그리움을 끄집어내줄 겁니다. 이 연극 보고 나면 (옛날) 사진첩 보듯 그리움이 되새겨질 거예요.” 이렇게 말문을 연 강성진에게 이 배역은 2018년, 2020년에 이어 세번째다. “연극 입문용으로 최고예요. 쉽고 재미있거든요.” 그는 “연극은 어렵다는 선입견이 깨질 것”이라고 했다. 박정철은 이 작품에 처음 출연한다. “가족에 관한 연극이에요. 남녀노소 누구든 이 연극 보고 나면 가족이 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될 겁니다.” 그가 꼽은 이 연극의 장점은 “자기 얘기처럼 느껴져서 몰입하고 감정 이입하게 된다는 점”이었다.

7일 시작한 연극 &lt;돌아온다&gt;에서 주인남자 역을 맡은 배우 강성진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동의 한 연습실에서 &lt;한겨레&gt;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7일 시작한 연극 <돌아온다>에서 주인남자 역을 맡은 배우 강성진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동의 한 연습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연극의 배경은 ‘돌아온다’란 간판을 내건 허름한 시골 막걸릿집이다. 한쪽 벽면엔 ‘여기서 막걸리를 마시면 그리운 사람이 돌아온다’는 글귀가 걸려 있다. 군대 간 아들에게 날마다 편지를 쓰는 교사(홍은희·이아현), 인근 절집에 새로 온 주지(최영준·리우진), 가출한 아내를 기다리는 청년(김수로) 등 손님들은 저마다의 구구한 사연을 풀어내며 가슴 깊숙이 고인 그리움을 이 술집에서 길어 올린다.

“형님은 연습하는 거만 봐도 농익은 주인남자의 모습이 보여요. 근데 저는 그걸 흉내 내는 정도밖에 안 되는 거죠.”(박정철) “이 배역을 제안받은 정철이가 저한테 의견을 묻더라고요. ‘목소리나 연기가 주인남자 배역과 잘 어울린다’고 얘기해줬지요.”(강성진) 같은 배역을 맡은 두 배우가 무대에서 어떤 개성과 차별성을 드러낼지 궁금해진다.

이 연극이 초연된 때는 2015년이다. 그해 서울연극제 우수상과 연출상(정범철)을 받았고, 2017년엔 영화로도 개봉돼 몬트리올국제영화제 금상을 받았다. 재연 때부터 배우 김수로가 제작자로 나섰다. 과거 세차례 공연은 소극장에서 했지만 이번 공연은 1000석 규모의 대극장인 서울 예술의전당 씨제이(CJ)토월극장이 무대다.

7일 시작한 연극 &lt;돌아온다&gt;에서 주인남자 역을 맡은 배우 박정철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동의 한 연습실에서 &lt;한겨레&gt;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7일 시작한 연극 <돌아온다>에서 주인남자 역을 맡은 배우 박정철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동의 한 연습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두 배우가 이 연극에서 백미로 꼽는 장면은 무엇일까? 뜻밖에 자신들이 연기한 장면이 아니다. 스님의 독백 장면이 최고란다. “스님 혼자 5분 안팎 자기 얘기를 이어가는데 그 긴 독백이 하나도 지루하지 않아요.”(강성진) “대사를 듣고 있으면 스님의 지난 삶이 그림처럼 펼쳐져요.”(박정철) 요즘 대학로 언저리의 수많은 연기 지망생들이 이 작품에 나오는 스님의 독백을 모범 교본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강성진은 귀띔했다.

두 배우는 영화나 드라마 등 대중적인 문화 영역보다 무대 연기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연기를 통해 느낄 수 있는 카타르시스는 무대 위에서만 가능해요. 영화나 드라마에선 컷으로 나뉘어 집중도, 몰입도 어려웠어요.” 강성진은 말을 이어갔다. “방송에서 연예인, 엔터테이너로 일해왔지만, 궁극적으로는 무대 위의 아티스트로 남고 싶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에 충무아트센터 무대에 서면서 한 종합편성채널에서 드라마 출연 제의를 받았으나 거절했다. 개런티는 10배 넘게 차이가 났지만 드라마보다 공연을 선택한 것이다. 박정철도 2015년 이후 꾸준히 연극 무대를 찾고 있다. 지난해엔 연거푸 세편에 출연했다. 그는 “극장에서 관객들 만나면 연기에 대한 확실한 동기부여가 된다”고 했다.

7일 시작한 연극 &lt;돌아온다&gt;에서 주인남자 역을 맡은 배우 강성진(왼쪽), 박정철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동의 한 연습실에서 &lt;한겨레&gt;와 인터뷰하기 전 사진을 찍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7일 시작한 연극 <돌아온다>에서 주인남자 역을 맡은 배우 강성진(왼쪽), 박정철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동의 한 연습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기 전 사진을 찍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이런 연기 철학 외에도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중앙대 연극영화과 선후배 사이인 두 배우, 연기가 아니라 연출 전공이다. <한국방송>(KBS) 공채 탤런트 19기 동기생이기도 하다. 강성진은 아직 영화감독의 꿈을 버리지 않았다. “제 노트에 제가 계속 쓴 시놉시스가 쌓여가고 있어요. 20여편 됩니다.” 박정철은 공연 제작자로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해 공연한 연극 <꽃은 사절합니다>가 그가 첫번째로 제작한 작품이다.

“배우 하면서 소시오패스,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 역을 많이 했죠. 100명도 더 죽였고요.(웃음) 제가 나쁜 놈 연기는 잘하더라고요. 그런데 그 뒤로 계속 그런 역할만 오는 겁니다. 주변에서 ‘진짜 그런 성격이냐’고 물어요. 연기 잘한다는 칭찬인데 그게 그렇게 싫었어요. 그래서 모든 제안 거부하고 뮤지컬 무대를 찾았죠.”(강성진) “저도 금수저, 재벌 2세 역할을 많이 했어요. 솔직히 비슷한 역할만 하고 싶은 배우가 누가 있겠어요. 연극 무대는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어서 좋더군요.”(박정철) 1991년 영화로 데뷔해, 연기 인생 30여년차 된 베테랑 배우 강성진. 출연한 영화와 드라마만도 60편이 넘는다. 박정철도 마찬가지. 출연한 영화와 드라마가 40여편. 화려한 이력서 뒤의 고민이 이 두 배우를 연극 무대로 이끌었을 성싶다.

두 배우는 대학로 연극판 출신으로 영화나 드라마에서 승승장구하는 후배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고 했다. “무대로 돌아오라. 연기의 기본을 닦았던 연극 무대에 같이 서고 싶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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